밀레니얼 경제

전국이 역전세 걱정인데, 유독 분당만 전셋값 오르는 이유

더 비비드 2024. 7. 17. 09:25
최근 전세 시장 동향


부동산 시장이 반등 기미를 보이면서 주택 매수를 망설이던 젊은층과 무주택자가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고 있다. 다만 일부 시장은 예외다. 최근 전세 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서울 빌라 전세 거래 급감

/더비비드

서울시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의 빌라(다세대·연립주택) 전세 거래는 1만4962건으로, 작년 1분기(2만2386건)와 비교해 33.1% 급감했다. 빌라 전세 거래량이 위축된 것은 최근 잇따른 전세 사기 사건으로 세입자들이 빌라 전세를 꺼리기 때문이다.

거래 위축은 가격 충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1분기(1~3월) 서울에서 거래된 연립·다세대 전세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작년 4분기보다 낮은 가격에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가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서울 연립·다세대의 전세 거래 1471건을 비교 분석한 결과, 55%인 804건에서 전셋값 하락이 나타났다.

1분기 서울 아파트의 전세 거래량도3.2% 감소했다. 아파트 전세 가격은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 6월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이 19개월 만에 최다인 약 4만3000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6월 예정된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4만2870가구로 5월(2만6533가구)보다 61.6% 늘어날 전망이다. 2021년 11월(4만7404가구) 이후 가장 많다.

신규 아파트 입주가 몰리는 지역은 전세 물량이 늘어 전셋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 중 바로 입주하지 않고 전세로 내놓는 경우가 있고, 주변에서 전세로 살다가 새 아파트 완공 후 입주하면서 기존 살던 집이 전세 매물로 나오기 때문이다. 2018년 12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송파구의 9510가구 규모 대단지 헬리오시티 때문에 2019년 상반기 서울 강남권 전셋값이 출렁인 바 있다.

◇전세금 못받을까 걱정

/플리커

이렇게 전세 가격이 부진하면서 집주인들이 신규 세입자에게 받는 보증금으로 기존 세입자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가 확산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 시장 한 전문가는 “전셋값이 크게 뛰었던 2021년 전세 계약의 만기가 돌아오는 상황에서 입주 물량까지 급증해 역전세가 속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빌라의 상황이 심각하다. 빌라 전셋값이 정점을 찍은 2021년 하반기에 계약한 거래 만기가 차례로 돌아오고 있어서, 올 하반기 대규모 보증금 부실 사태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규모 역전세란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빌라 전세 거래 절벽’이 오래가면 대규모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부동산 시장 한 전문가는 “빌라 세입자는 물론 집주인 역시 생계를 위해 임대 사업을 하는 서민층이 대부분”이라며 “세입자를 끝내 못 구하면 집주인은 파산하고, 빌라가 경매로 헐값에 팔려 세입자도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워진다”고 했다.

◇분당은 나홀로 상승

/더비비드

이런 흐름에 예외인 지역이 있다. 1기 신도시 중 하나인 분당신도시다. 이 지역은 리모델링 단지들의 이주가 시작되면서 전셋값이 들썩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마지막주 기준 경기도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05% 하락한 반면,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전셋값은 0.24% 상승했다. 분당구 전세가격은 작년 7월 이후 줄곧 하락세를 이어오다, 지난 5월 둘째 주(0.06%) 상승 전환한 뒤 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분당구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리모델링 단지 이주가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1995년 준공된 구미동 ‘무지개마을 4단지’는 지난 4월 563가구가 이주를 마쳤다. 정자동 ‘느티마을3단지’는 오는 8월을 목표로 770가구가 이주를 한창 진행 중이다. 인근 ‘느티마을 4단지’ 역시 이달부터 9월 말까지 1006가구가 이주할 예정이다.

/플리커

분당구에서만 상반기 2300여 가구가 이주를 시작하면서 전세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4일 기준 분당구 전세 매물은 1857건으로 한 달 전(2235건)과 비교해 16.9% 감소했다.

예를 들어 정자동 상록마을 우성아파트 전용 69㎡ 1층은 지난달 19일 7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3월 같은 층이 4억95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2억원 이상 올랐다. 상록라이프 전용 84㎡도 지난달 7억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져 지난 2월보다 1억~2억원가량 올랐다.

분당 리모델링 사업은 이게 끝이 아니다. 정자동 ‘한솔마을 5·6단지’, 야탑동 ‘매화마을 1·2단지’ 등도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분당의 한 공인중개사는 “준공까지 임시 거주할 주택을 찾는 이주민들은 원래 살던 곳 주변을 선호해 이주가 진행될수록 전셋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박유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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