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트렌드

나이키가 비호감 기업 이미지를 벗은 뜻밖의 방법

더 비비드 2024. 7. 8. 13:21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 ESG 파헤치기

요즘 경제, 경영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가 ‘ESG 경영’(Environment·Social·Governance)이다. 재무적 성과 달성이 가장 중요했던 과거와는 달리 브랜드의 환경·사회·지배구조 같은 비재무적 요소가 중요한 경영 지표로 대두됐다. IT(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 따라 소비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많아지면서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 능력’이 판단 기준이 됐다.

'임팩트/ESG 투자 관점의 스타트업'을 주제로 한 오피스아워 현장. /디캠프

​10월 19일 오후 7시, 서울 마포의 프로트원에서 ‘임팩트/ESG 투자 관점의 스타트업’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렸다. ESG의 중요성과 스타트업과의 연관성 그리고 ESG를 발판으로 성장하는 법에 대한 얘기가 이뤄졌다.

강연은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이 주최하는 ‘오피스아워’(OfficeHours)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오피스아워는 스타트업의 문제해결 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특정 분야의 전문가 또는 창업가가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나이키가 ‘노동착취기업’ 꼬리표 뗀 방법

이덕준 D3쥬빌리파트너스 대표. /디캠프
/플리커

이덕준 D3쥬빌리파트너스 대표가 연사로 나섰다. 이 대표는 시티그룹, 크레딧스위스 등 유수의 글로벌 투자은행에서 기업분석, 투자업무를 했다. 이후 G마켓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맡아 나스닥 상장을 이끌었다. 2011년 국내 1세대 임팩트 투자사 D3쥬빌리파트너스를 설립해 사회적 의미와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ing)를 집행하고 있다.

‘나이키’를 예로 들어 ESG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1990년대 나이키는 ‘가난한 제3국의 아동 노동을 착취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나이키는 ‘노동착취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노동 조건부터 개선했다. 또 성 소수자·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제조 등으로 사회 문제에 앞장서면서 ESG 리딩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대표는 “ESG를 잘한다고 단번에 재무 지표가 좋아지고, 유니콘 기업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나이키처럼 기업 가치를 장기적으로 좋게 유지하려면 ESG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 문제 해결하면서 돈도 버는 비즈니스가 존재한다?

ESG에 이어 임팩트 투자를 설명 중인 이 대표. /디캠프

이 대표는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ing) 개념을 소개했다. 임팩트 투자란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행위로, ESG와 결을 같이 하되 문제 해결에 더 집중하는 개념이다. 이 대표는 “과거에는 가난에서 벗어나는 경제 개발이 시대적 과제였다면 지금은 기후 변화, 노령화, 경제 양극화 등이 사회적 과제”라며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임팩트’ 관점에 비즈니스를 접목하면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진행한 임팩트 투자 사례도 소개했다. 헌 옷을 렌털하거나 판매하는 패션 공유 플랫폼 ‘클로젯셰어’의 경우 의류 소비 형태를 개선해서 탄소 저감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의류 생산 과정에서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며 “클로젯셰어는 의류 소비 방식을 바꿨고, 그 결과 2019년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한 이후 지금까지 5배 이상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D3쥬빌리파트너스는 클로젯셰어가 자원 낭비를 감소한 결과를 ‘임팩트 KPI’로 기록하는 식으로 투자 대상을 관리하고 있다.

이런 성공 사례가 많아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점도 바뀌는 추세다. 이 대표는 “요즘 투자자들은 ESG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산업군이나 기업을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의 래리 핑크 회장이 투자사들에게 ‘당신의 비즈니스에서 석탄화력 발전 관련 매출이 25% 이상이면 투자 목록에서 제외하겠다’고 말한 것은 유명하다”고 말했다. ESG 요소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론도 점점 발전하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 ESG 접목하는 법

세미나에 보인 스타트업 관계자들. /디캠프

벤처,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ESG 바람이 불고 있다. 규모 작은 스타트업이 ESG를 실천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사업 모델 전환, 잦은 야근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벤처 기업 대상의 ESG 가이드라인도 아직 부재한 상태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이 ESG에 접근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론을 제시했다. 첫째는 탄소 절감, 교육 기회 확산 등 공공성을 지향하는 문제를 해결 과제로 상정하는 것이다. ESG 요소를 갖추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라는 조언이다.

두번째 방법론은 기업 문화에 ESG 요소를 녹이는 것이다. 이 대표는 회사가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KPI로 정량화해서 분기, 반도, 연도별로 정리하는 것을 추천했다. 그는 “가정값이 아주 정밀하지 않아도 좋다. 별도로 관리하는 사회적 가치 KPI의 유무”라며 “이런 습관이 기업 문화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ESG라는 창을 통해 보다 큰 문제를 들여다봤으면 한다' 당부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디캠프

마지막으로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는 상충한다’는 통념을 꼬집었다. 장기적으로 수익 창출과 사회적 가치가 동행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교육 편차를 줄이기 위해 설립된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성장한 사례도 있다.

이 대표는 “우리 후손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에서의 혁신이 아직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ESG라는 창을 통해 보다 큰 문제를 들여다봤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진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