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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트렌드

회사 그만두고 사업하면 절대 안 되는 사람이 흔히 하는 생각

사업을 시작할 때 반드시 따져봐야 할 비즈니스모델 수립법

일은 방법이 중요합니다. 꼭 대단한 노하우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의외로 사소한 팁도 많은데요. 직장인이라면 한 번 새겨 들으면 좋을 '일의 방식'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만약 길거리에 쓰레기가 많다. 그러면 쓰레기 치우는 법을 강구하기 보다 쓰레기가 많은 이유부터 분석해야 합니다. 이게 ‘비즈니스 모델’ 설정의 첫 단계죠.”​

9월 30일 오후 7시, 디캠프 6층 다목적홀에서 'CEO 살롱 시즌4' 특강이 진행됐다. 연사인 이종훈 롯데벤처스 상무는 시리즈 이날 참석한 12명의 창업자 앞에서 ‘비즈니스 모델 설정 시 염두에 둬야 할 점’을 공유했다.

'CEO 살롱 시즌4'의 두번째 특강 현장. /더비비드

스타트업 성공의 키는 누가 뭐라고 해도 ‘비즈니스 모델(수익 구조)’이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보편성과 지속적인 수익 창출 능력이 맞물린 비즈니스 모델이 유니콘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 데스밸리(창업 3~5년 차에 겪는 자금난)에 빠지기 쉽다.

스타트업들은 보통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거나 손품, 발품이 많이 가는 일을 대신해서 이용자의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비즈니스를 한다. ‘이들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창업했을까.’ 호기심을 안고 'CEO 살롱 시즌4' 특강에 다녀왔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이 주최한 CEO 살롱은 성장단계가 비슷한 창업자들을 모아 성장에 필요한 역량과 방향성을 점검하는 그룹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요즘 이게 핫하다’는 이유로 창업하면 안 되는 이유

왼쪽부터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의 권혁태 대표, 이종훈 롯데벤처스 상무. /디캠프

CEO 살롱을 이끈 이종훈 롯데벤처스 상무는 JNT 인베스트먼트 투자팀, 한양대학교 글로벌기업가센터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과거 스타트업의 CFO(최고재무책임자)로 일한 적도 있다. 현재는 롯데벤처스 투자본부장으로 펀드 운용, 벤처 투자, 액셀러레이팅 및 오픈이노베이션(외부와의 협력을 촉진하는 경영관리 모델) 부분을 총괄하고 있다.
이날의 게스트로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의 권혁태 대표가 참석했다. 우리나라 스타트업 전문 벤처캐피털 회사 1세대 중 한 명이다.

/게티이미지

세션은 참가사들이 스스로 설정한 문제와 이에 대한 솔루션을 발표한 후 피드백을 주고받는 식으로 진행됐다. 발표를 들은 이 상무는 문제의 ‘보편성’을 강조했다. 모든 사람의 공감을 받고, 해결이 시급한 문제인지 냉철하게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나에게만 문제인 것을 사업화하면 사업의 확장성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이 상무는 이어 “누구나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찾은 문제나 기회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캠핑 사업에 뛰어든 창업자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요즘 젊은 사람들이 캠핑을 많이 가서 이 분야를 선택했다’고 얘기하기 보다 ‘전세계적으로 캠핑장 200군데를 다녀와봤다’는 사람에게 투자자가 더 큰 신뢰를 가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특강에 집중하고 있는 참가자들. /디캠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본질’을 건드려야 한다. 이 상무는 반려동물 스타트업을 예시로 들며 “반려동물이 혼자 있을 때 외로워 보여서 장난감을 만들었다는 창업 스토리는 1차원적”이라며 “동물이 혼자 있을 때 어떤 활동을 하는지 같은, 외로움의 진짜 원인을 파헤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상을 완화하는 솔루션보다는 원인을 제거하는 솔루션의 지속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거창할 필요는 없다. 소비자의 여가 시간을 공략하는 게임 스타트업은 사회 문제까지 들먹일 것 없이 개발 철학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면 되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쉽고 빠르게 몰입할 수 있는 게임’ 같은 직관적인 방향성이면 충분하다.

◇내향적인 사람도 스타트업 대표 할 수 있을까

CEO 살롱 시즌4 참가사들의 모습. /디캠프

​발표와 피드백이 끝난 이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스케일업(사업확장) 차원에서 새로 구상한 비즈니스 모델이 창업 초기 설정한 문제와 무관할 경우, 명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느냐’는 A 스타트업 대표의 질문에 이 상무는 “본질이 다르면 솔루션 다변화 자체를 재고하는 게 좋다”고 잘라 말했다.

정보 사업을 하던 회사가 갑자기 커머스 사업에 뛰어드는 상황을 가정했을 때, 이를 납득할 투자자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권 게스트는 “기존의 소비자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더 하면 좋을지 물어보고, 이를 발전시키는 게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창업가의 난제. /더비비드

비즈니스 모델 수립과 무관한 흥미로운 질문도 나왔다. ‘사람을 만날수록 에너지가 소진되는 성격인데, 사업을 계속해도 되느냐’는 B 스타트업 대표의 질문이 세션 막판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한 동료 스타트업 대표는 “사업에 정답이란 없기 때문에 자금 조달이나 영업을 잘하는 인력을 활용하면 괜찮을 것”이라는 위로를 건넸다.

이에 권 게스트는 “그런 인물을 CSO(최고전략책임자)로 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 상무는 “CSO를 따로 둔다고 해도 그가 대표를 완벽히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한계점을 지적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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