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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트렌드

회사의 치부는 감출수록 더 잘 드러난다

투자자 사로잡는 사업계획서 쓰는 법

일은 방법이 중요합니다. 꼭 대단한 노하우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의외로 사소한 팁도 많은데요. 직장인이라면 한 번 새겨 들으면 좋을 '일의 방식'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사업계획서는 인스타그램이 아니에요. 불필요한 인맥 자랑은 지양하세요."

9월 16일 오후 7시, 디캠프 6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CEO 살롱 시즌4' 특강. 연사로 나선 이종훈 롯데벤처스 상무가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때 주의할 점을 강조했다. 이날 시리즈 A 전 단계인 초기 스타트업 창업자 11명이 모였다.

CEO 살롱 시즌4 특강 현장. /더비비드

스타트업의 첫인상이자 투자자와의 연결 다리인 사업계획서는 초기 스타트업이 존재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잘 쓴 사업계획서 하나로 투자가 이뤄져 초기 스타트업이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퇴근하고 회사 밖의 삶을 누리는 저녁 시간, 스타트업의 생존을 위한 모임 'CEO 살롱 시즌4' 특강에 다녀왔다. 밤이면 뚝 떨어지는 기온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이 주최한 CEO 살롱은 성장단계가 비슷한 창업자들을 모아 성장에 필요한 역량과 방향성을 점검하는 그룹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창업가들이 ‘소설가’ 아닌 ‘시인’이 돼야 하는 이유

이종훈 롯데벤처스 상무 /디캠프

이날 연사였던 이종훈 롯데벤처스 상무는 JNT 인베스트먼트 투자팀, 한양대학교 글로벌기업가센터 등을 거쳤다. 현재 롯데벤처스 투자본부장으로서 펀드 운용, 벤처 투자, 액셀러레이팅 및 오픈이노베이션(외부와의 협력을 촉진하는 경영관리 모델) 부분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벤처 투자와 스타트업 CFO(최고재무책임자) 경험을 기반으로 지혜를 공유했다. 세션은 참가사가 사업계획서를 발표한 후 피드백을 주고받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를 위해 11개 사 대표들은 3장으로 압축한 소개서를 준비해왔다.

기업별 발표가 끝난 후 이 상무는 사업계획서의 기본 원칙을 소개했다. 그는 “스토리텔링이 되지 않은 사업계획서는 투자자들이 외면한다”며 “사실에 근거한 합리적인 추정치가 존재해야 하고, 제안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이유로 창업자, 제품과 서비스, 참여 인력 등 세 요소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야 한다.

사업계획서의 유기적인 구조 /디캠프, 롯데벤처스

의외로 많은 기업이 범하는 실수도 지적했다. 이 상무는 “표지의 유무나 페이지 수, 파일 형식 등의 명시된 필수 양식조차 지키지 않은 기업이 많다”며 “기본적인 것부터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표지, 회사 개요 등 각 항목별로 꼭 들어가야 하는 내용을 설명했다. 표지에는 회사명, 로고, 서비스와 제품의 정체, 선명하고 짧은 비전, 날짜와 파일 버전, 대표 이름, 핵심 이미지 1~2개가 포함돼야 한다. 회사명의 경우 되도록 한글로 쓰는 게 좋다.

이 상무는 대칭이 맞지 않거나 육안으로도 흠이 보이는 이미지를 쓴 기업의 자료를 보여주며 “잘못된 이미지를 사용하면 기업 이미지까지 실추되니 사진 사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서비스 내용과 회사 비전, 구성원의 특징을 직관적으로 담은 표지에 대해서는 “표지만 봐도 이 회사의 사업 계획이 어떨지 짐작이 간다”고 극찬했다.

◇VC는 사설 탐정, 감출수록 드러난다

사업계획서 작성 시 유의해야 할 점들 /디캠프, 롯데벤처스

회사개요에는 설립 일자, 자본금과 자본금 변동 내역, 업종, 주요 제품이나 서비스, 주소,  연락처, 주주구성, 경영진 및 핵심인력, 주요 연혁 등의 내용이 꼭 포함돼야 한다. 핵심 인력이 어떤 역량을 갖췄는지도 꼭 밝혀야 한다.

이 상무는 “투자자들은 기재된 정보뿐만 (사업계획서에) 없는 정보까지 분석해가며 회사를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자본금이나 주주구성 등을 감춘 소개서를 접한 투자자가 인맥을 활용해 그 회사의 정보를 더 파헤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는 “감출수록 더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게티이미지

스타트업이 중시하는 ‘미션과 비전’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이 굳이 찾아서 보는 항목은 아니라는 의외의 견해를 내놓았다. 이 상무는 “대부분의 미션과 비전이 어색하고 거창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말 잘 만든 미션은 감동적”이라며 “기업의 비전은 경영진의 일방적인 선언이 아니라 구성원이 함께 공감하며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가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계획서는 항상 새롭게 업데이트 해야한다. /디캠프, 롯데벤처스
이 상무는 사업계획서의 지속적인 수정을 강조했다. /디캠프

마지막으로 지속적인 수정을 당부했다. 이 상무는 “사업계획서는 저장하고 끄는 순간 과거 자료가 된다”며 “항상 새롭게 업데이트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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