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순간

상고 출신 자판기 영업왕, 마흔 넘어 시작한 '내 일'

더 비비드 2024. 7. 2. 14:35
40대 엄마의 제빵 창업 도전기

사회초년생 영지 기자의 취재 기록을 브이로그 형식으로 담아봤습니다.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아는 사람들을 만나 어떤 경험이 자신의 색을 찾는 데 도움이 됐는지 물었습니다. 브이로그 인터뷰 시리즈 ‘인터뷰로그’를 게재합니다. 인터뷰로그 2화에선 ‘잇츠굿’의 이주미 이사를 만났습니다. 영상을 통해 확인하시고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려요!

전업주부로 지내다가 현재는 잇츠굿 주식회사에서 단백질 쌀빵을 만들고 있다고 소개하는 이주미 이사. /.인터뷰로그 2화 '잇츠굿편' 캡처

누구보다 건강에 관심이 많다는 잇츠굿베이커리 이주미 이사를 만나봤습니다. 이 이사는 2021년 9월 국내산 쌀가루와 식물성 단백질 가루를 배합해 고프로틴 빵을 만들었는데요. 출시와 동시에 운동센터, 찜질 카페 등에 납품해 지금까지 약 2만5000개의 빵을 팔았습니다.

이 이사에게 가정과 일을 병행한 이야기와 나 자신을 챙기는 법에 관해 물어봤습니다.

<영상으로 내용 바로 확인>


영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주미) “전업주부로 지내다가 운동센터 창업을 거쳐 현재는 잇츠굿 주식회사에서 단백질 쌀빵을 만들고 있는 이주미 이사입니다. 어릴 적부터 유독 몸이 허약해서 잔병치레가 잦았어요. 산후조리를 잘하면 체질이 바뀐다는 속설을 철석같이 믿었지만 오히려 출산을 하고 나니 몸이 더 망가지더군요. 건강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지) 전업주부로 지내다 창업한 이유는 뭔가요?

주미) “이것만은 닮지 않았으면 하는 점들을 아이들이 닮았더군요. 두 아이가 아토피 알레르기가 심하고 밀가루 음식을 먹을 때마다 소화를 잘 못 시켰습니다. 좋은 걸 먹여야겠다는 생각에 국내산 쌀로 직접 빵을 만들었고 식물성 단백질 가루를 넣어 단백질 함량도 높였죠. 빵을 맛본 운동센터 회원의 제안으로 창업까지 하게 됐습니다.”

◇빵이 삶이 되다

오븐 속에서 빵이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는 모습만 봐도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는 이 이사. /.인터뷰로그 2화 '잇츠굿편' 캡처

영지) 20대 후반인 지금 앞으로의 커리어(일, 경력)를 생각해 볼 때 ‘이 일을 과연 몇 살 때까지 할 수 있을까’란 고민이 듭니다. 마흔 무렵에 새로운 분야로 창업하셨는데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주미) “성인이 된 이후 현재까지 한 일을 생각해보면 굉장히 다양합니다. 자판기 영업, 전산직, 텔레마케터, 지인과 함께 떡집도 운영해 봤는데요. 어떤 일을 하든 ‘일’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냥 삶의 일부분이라 여기고 즐겼죠.”

영지) 그래도 돈은 벌어야 하지 않나요?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꾸준히 독거 어르신, 보육원 어린이를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했는데요. 몸과 마음이 채워지는 기분이 들어 사회복지사를 꿈꾼 적도 있었죠. 그런데 오랜 기간 봉사활동을 한 선배님이 ‘봉사가 업(業)이 되는 순간 지금의 마음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하더군요. 빵 만드는 일도 생계 수단이 되는 순간 즐기기 어려워지지 않았나요?

주미) “다행히도 여전히 오븐 속에서 빵이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는 모습만 봐도 콧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사실 빵이나 떡을 만드는 일이 막노동에 가깝습니다. 떡집에서 일할 땐 말도 없이 사라진 직원도 있었어요. 쌀가루에 기대서 잠드는 일이 빈번할 정도니 좋아하지 않으면 오랫동안 하기 힘든 일이죠.”

<좀 더 자세한 답변 영상으로 확인>

영지) 아무리 생각해도 '빵'은 '건강'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데요.

주미) "그냥 빵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밀가루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도 많고요. 그래서 잇츠굿에서 개발한 빵이 국산 쌀가루와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해 만든 '고프로틴'입니다. 밀가루를 가공할 때 들어가는 식품 첨가물이 필요 없어 소화 부담이 적죠. 호두⋅무화과⋅초코 쌀캄파뉴와 올리브⋅크랜베리⋅할라피뇨 쌀치아바타 총 6가지 제품 구성으로 입맛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습니다.

2021년 9월에 출시하자마자 남편과 함께 지역별 운동 센터를 다니면서 홍보했어요. 고단백질 빵 특유의 냄새도 없고 퍽퍽한 식감도 아니라 좋다는 반응이 많았죠. 만나는 헬스 트레이너마다 이 빵은 영양성분이 좋아 다이어트를 하는 회원들에게 권해도 된다며 좋아하셨어요.."

◇나를 위한 고속 충전

하는 일도 바쁜 데도 육아까지 병행하는 이 이사에게 '나'를 챙기는 방법을 물었다. /.인터뷰로그 2화 '잇츠굿편' 캡처

영지) 저는 제가 ‘누군가를 챙겨주면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조금 우울해지더군요. 이유를 생각해 보니 내가 나를 챙기는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었죠. 이사님은 하는 일도 바쁜데다 아이도 있으신데 어떻게 자신을 챙기고 계신가요?

주미) “언젠가부터 평소보다 30분 일찍 일어나서 따뜻한 물 1리터를 마시는 습관을 들였어요. 천천히 물을 마시면서 그날 할 일을 머릿속으로 떠올려보거나 듣고 싶은 노래를 듣기도 하죠. 그 시간은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인 겁니다. 누구든 ‘나만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챙기기 위한 힘은 그런 ‘나만의 시간’에서 채워진다고 생각해요.”

영지) 요즘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처음엔 준비할 것이 많고 복잡해서 결혼식이 빨리 끝나버렸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날짜가 다가오니 부모님 곁을 떠나기엔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들 이렇게 결혼 전에는 혼란스러워하나요?

주미)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결혼 전후로 많은 것들이 변하니까요. 예를 들자면 전 결혼 전에 남편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모습에 반했었는데요. 결혼하고 나서야 ‘듣기만 하는 사람’이란 걸 알았습니다. 장점이 단점으로 보이는 순간이었죠. 물론 여전히 알콩달콩하게 지내지만 결혼 전에 해 보고 싶은 일들이 있다면 마음껏 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주미 이사의 육성 영상으로 확인>


영지) 결혼 전에 못 해서 아쉬웠던 것이 있으신가요?

주미) “공부를 마음껏 못했던 게 아쉬워요. 대학교에 다니다가 아버지께서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느지막이 사춘기를 겪었고 뜻하지 않게 중퇴했습니다. 지금이라도 기회가 되면 대학교에 가서 경영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요. 생각 같아서는 캠퍼스 낭만도 즐기고, MT도 가고 싶은데 그건 어렵겠죠?”

◇내가 만든 선입견을 벗을 때

'마음만은 언제나 청춘'이라는 말이 갈수록 마음에 와 닿는다. /.인터뷰로그 2화 '잇츠굿편' 캡처

영지) 고등학교 친구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마음은 언제나 여고생 시절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합니다. 50대, 60대가 돼서도 그런 마음일 것 같아요. 이사님은 나이 들어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주미) “‘마음만은 청춘’이란 말을 매년 실감합니다. 내일모레면 50살인데 마음은 아직 22살이라고 느끼기 때문이죠. 지나온 시간들을 돌이켜 보니 내가 나에게 부여한 선입견과 줄다리기를 하며 살아온 것 같습니다. ‘나는 이럴 거야’, ‘나는 이걸 잘해’라는 생각이 나를 가뒀었죠.”

이 이사는 사무직이 천직인 줄 알았지만 영업에도 재능이 있었다. /.인터뷰로그 2화 '잇츠굿편' 캡처

영지) 예를 든다면요?

주미) “한때 저는 전산·사무직이 천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상업고등학교를 나와 사무실의 전산직이나 회계부서에서 일했었죠. 그러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서 뒤늦은 사춘기를 겪었어요. 독립을 선언하고 상경해서 처음 했던 일이 자판기 영업이었습니다.

승합차를 타고 가다 인천의 한 거리에 내려주더니 이 골목에서 자 골목까지 영업 지역을 할당해주며 계약서를 써 오라고 하더군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자신이 없었지만 그만큼 열심히 했더니 그날의 '영업왕'이 돼 있었어요. 영업에 소질이 있었던 거죠."

<기사로 다 담지 못한 내용 영상으로 확인>

영지) 자신의 숨겨진 소질을 알 방법은 직접 경험해보는 방법밖에 없겠네요. 요즘은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무색해졌잖아요. 그래서 다른 일을 하게 된다면 어떨지 생각하게 되는데, 내가 가진 경험들 안에서만 맴돌고 그 이상을 생각하긴 어렵더군요.

주미) "그래서 가능한 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하겠죠. 준비된 자가 쓰임을 받는다는 말이 있잖아요. 뭔가를 진득하게 하는 것만큼이나 다양한 일을 접해보는 것이 중요한 '준비'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사무 업무를 잘 하니까 사무직 한 길만 파야지'라고 생각했다면, 지금 이렇게 빵을 만드는 저는 없었을 겁니다."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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