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그만하면 '안되?' '연예'에 맞춤법이 중요해?
지난 8월6일 광화문 광장이 재개장했습니다. 도로 방향이나 녹지 등이 바뀌었지만 세종대왕 동상은 여전히 같은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죠. 세종대왕을 직접 만날 수 있다면 꼭 물어보고 싶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주제는 바로 맞춤법입니다.
연인·친구 사이에 맞춤법 지적을 하는 게 과연 옳을까. 최근에 이런 문제로 고민하는 친구를 만난 적이 있는데요. 해외에서 수년간 유학 생활을 한 탓인지 맞춤법을 자주 틀리는데, 틀릴 때마다 놓치지 않고 지적하는 연인 때문에 속상해하는 친구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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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맞춤법을 지적하다가 싸움이 났다면 그 싸움은 누구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할까요? 자꾸 틀리는 사람 탓인지, 굳이 계속 지적하는 사람의 탓인지 의견이 갈리는데요. 광화문 광장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맞춤법 틀리면 '외않되?'
손을 잡고 광화문을 산책 중인 30대 부부를 만났습니다. 친구가 맞춤법을 계속 틀릴 때 ‘그럴 수도 있지’하며 넘기는 편인지 물었더니, 남편은 절대 그냥 넘길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틀린 맞춤법을 즉시 지적해야 직성이 풀린다고도 했죠. 맞춤법 때문에 싸움이 일어난다면 틀린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는 ‘강경파’였습니다. 반면 아내는 생각이 다르다며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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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로 유학하러 갔다가 잠깐 한국에 입학한 10대 학생에게 맞춤법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는데요. 젊은 세대는 줄임말·신조어 등을 쓰며 일부러 맞춤법을 틀리게 쓰는 것을 소소한 행복으로 여긴다고 했죠.
가장 헷갈리는 맞춤법으로는 ‘되/돼’를 꼽았습니다. 세종대왕을 향한 작심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죠.
‘맞춤법을 꼭 지적해야 하는가’란 의문을 제기한 시민도 있었습니다. 맞춤법을 틀렸다고 해서 그 사람을 몰아붙이고 비난하는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죠.
맞춤법을 틀렸을 때 친구가 지적한다면 어떻게 반응할 것 같은지 물었더니 고맙지 않지만 ‘고맙다’고 할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야외 스냅 촬영을 위해 경복궁에 나온 연인에게 다가가 봤습니다. 맞춤법 논쟁에 대한 의견을 물었는데요. 혹시나 상대가 싫어하진 않을까 걱정하며 맞춤법을 틀리지 않으려 신경을 쓰는 편이라고 했죠.
맞춤법 때문에 싸운다면 그 책임은 틀린 사람에게 있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상대가 맞춤법을 틀릴 때 얼마나 참아줄 수 있는지 물었을 때 답변이 갈리면서 다소 어색한 공기가 흐르기도 했습니다.
광화문 광장 한복판에서 커다란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는 30대 시민을 만났습니다. 알고 보니 여행작가였는데요. 글 쓰는 직업을 가진 만큼 맞춤법을 틀린 사람을 보면 고쳐주는 편이라고 했습니다.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맞춤법으로는 ‘맞추다/맞히다’를 꼽았는데요. 방송프로그램에서도 틀리는 경우를 자주 봤다며 올바른 용례를 들어 설명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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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를 마치고 퇴근 중이라는 20대 시민에게도 맞춤법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맞춤법을 틀린 사람에게는 틀린 부분을 올바른 표현으로 다시 말하며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편이라고 했죠.
줄임말이나 신조어에 대해선 한글을 이리저리 가지고 노는 것도 긍정적인 언어문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맞춤법 논란, 세종대왕은 어떻게 생각할까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는 이유로 저를 ‘걸어 다니는 국어사전’쯤으로 여기는 사람을 가끔 만납니다. “짜장면이 맞아, 자장면이 맞아?” 질문을 들으면 “복수 표준어라 둘 다 맞아”라고 답하곤 어깨를 으쓱해 했죠. 물론 잘 모르는 맞춤법 질문을 받고는 어버버하며 직접 찾아보라고 둘러댄 적도 있습니다.
어쩌면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은 ‘맞춤법 논란’을 흐뭇하게 바라볼지도 모릅니다. 남녀노소가 열띤 논쟁을 벌인다는 사실 자체가 전 국민이 한글을 활발하게 쓰고 있다는 방증이니까요.
맞춤법 때문에 싸워서 헤어진 연인이 있다면 그 이별의 원인이 맞춤법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가치관 차이나 대화를 풀어가는 방식의 차이로 인해 이미 균열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그 틈 사이에 맞춤법이 놓여 있었을 뿐이죠.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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