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간 화장품 연구한 선크림 전문가의 대답은?
궁금한 점이 생기면 참지 못하고 해결해야 하는 영지 기자가 직접 물어봤습니다.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직업인 동영상 인터뷰 시리즈 ‘꼬집기’를 게재합니다. 꼬집기(記) 13화에선 ‘피에이치하비’의 김준배 대표를 만났습니다. 영상을 통해 확인하시고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려요!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마스크 쓰기 싫을 땐 언제고 이제는 마스크 벗기가 꺼려집니다.
이미 나빠질 대로 나빠져 버린 피부가 한몫합니다. 그 위로 자외선이 그대로 내리쬘 것이란 생각까지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믿을 것이라곤 선크림뿐인데요. 자외선차단지수(SPF), 유·무기자차, 바르는 양 등 신경 쓸 것이 유독 많습니다. 선크림 논란 종결짓겠다며 선크림 제조 전문 스타트업을 창업한 이가 있습니다. 피에이치하비 김준배 대표는 34년간 화장품 업계에 종사했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용 정량을 개별 포장한 ‘1그램 선크림’을 개발했는데요. 김준배 대표를 만나 어떤 선크림을 어떻게 바르는 게 맞는지 꼬집어 봤습니다.
◇이런 선크림은 도통 손이 안 가더라
평일 오전 서울 잠실 석촌호수를 찾았습니다. 여유롭게 산책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산책이라기보다 조깅에 가까운 걸음걸이를 보며 잠시 주춤했는데요. 그래도 꼬집을 거리를 수집하기 위해 천천히 다가가 어떤 선크림을 쓰시는지 물어봤습니다.
샌드위치를 사 들고 걸어가는 20대 직장인 여성을 만났습니다. 마스크를 쓰면서 급격히 나빠진 피부 때문에 고민이 많다며 선크림을 고를 때는 제형을 가장 많이 본다고 했는데요. 끈적이는 제형의 선크림은 그다음에 바를 파운데이션 등 메이크업 제품과 잘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고르지 않게 하얀 얼룩이 생기는 백탁현상도 기피 요소라고 답했습니다.
30대 선남선녀 부부에게도 선크림에 관해 물었는데요. 아내는 우리나라 선크림의 자외선 차단 지수가 50까지인 데 반해 외국엔 100까지 있다며 외국 제품만 사용한다고 했습니다. 남편은 기초 제품과 함께 발랐을 때 금방 번들번들하게 유분기가 올라오는 제품을 멀리한다고 답했죠.
그 외에도 선크림을 바르다가 눈에 잘못 들어가서 눈물을 한 바가지 쏟은 적이 있다며 스틱형만 사용한다는 60대 시민과 민감성 피부라서 선크림을 전혀 사용하지 못한다는 20대 시민도 만났는데요. 시민들에게 수집한 질문들을 한데 모아 김준배 대표를 찾아가 봤습니다.
◇선크림 전문가 꼬집기
피에이치하비 사무실 입구에는 ‘전문가의 화장품’이라고 적힌 팻말이 걸려 있었는데요. 얼마나 자신 있길래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칭할 수 있는지부터 꼬집어봐야겠다는 다짐이 들었습니다. 시민들에게서 꼬집을 거리를 수집해왔다고 떵떵거리며 꼬집기에 돌입했습니다.
Q.왜 하필 ‘선크림’으로 창업했나요?
“나이트 크림, 앰플 등 수십만원짜리 화장품을 많이들 사용하시는데요. 사실 다 소용 없습니다. 선크림을 제대로 바르지 않으면 어떤 화장품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피부 노화의 주범은 자외선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제대로 된 선크림 찾기가 어렵더군요. 백탁현상이 심하거나 유분기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제품들을 보면서 15년 전부터 선크림 전문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그건 15년 전 얘기고 요즘은 다들 ‘혼합자차’로 잘 만들던데요?
“혼합자차라고 해서 다 좋은 건 아니에요. 유기자차는 자외선을 열로 방출하는 원리고 무기자차는 자외선을 반사하는 원리입니다. 이 두가지를 혼합시킨 선크림을 혼합자차라고 하는데 몇 퍼센트 비율로 어떻게 섞여 있느냐에 따라서 자외선 차단효과·사용감 등이 달라집니다.”
Q.아내인 임춘영 약사에게는 어떤 도움을 받았나요?
"아내는 원료 검토를 주로 맡았습니다. 또 샘플 제품이 나올 때마다 아내에게 냉혹한 평가를 들었어요. 제가 만든 제품이다보니 단점이 잘 안 보이고 예쁘게만 보일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 아내는 냉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도움을 줬죠. 제품 용기 모양을 바꾸거나 가격대를 설정하는 단계에서도 아내의 조언이 큰 힘이 됐습니다."
Q.외국엔 자외선차단지수(SPF)가 100을 넘는 제품이 있던데요?
“저희 제품도 실험실 측정값은 100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규상 50이하로만 표기할 수 있기 때문에 50이라고 썼을 뿐이죠. SPF50만으로도 UV-B의 98%를 차단시켜줍니다. 200으로도 만들 순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부작용 때문입니다. 피부에 화학성분을 더 많이 도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피부가 부담을 느끼고 홍반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죠.”
Q.최적 사용량을 왜 1그램으로 설정했나요?
“통계청에서 발표한 한국인의 평균 얼굴 사이즈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성인 여성 얼굴 표면적이 평균 360~370cc, 성인 남성은 400~420cc인데요. 1㎠당 0.002g으로 계산했을 때 적정량은 0.7~0.8g이었어요. 여기에 자연 휘발되는 손실분까지 더해 1그램으로 정했습니다.”
Q.선크림을 왜 1그램씩 개별포장했나요?
“산화를 막기 위해섭니다. 선크림이 화장품 스킨케어 제품 중 가장 산화가 빠르거든요. 겉면에 적힌 사용기한이 넉넉하게 남았다고 하더라도 개봉 후 6개월이 지나면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내용물이 분리돼 노란 물이 뚝뚝 떨어진다면 더 이상 쓸 수 없는 상태죠. 개별 포장된 선크림은 개봉되지 않았으니 사용기한을 다 채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할 때 처음 개봉되는 것이라 산화될 염려가 없죠.”
저는 선크림을 단순히 화장품이 아니라 의약품 수준으로 여깁니다. 매년 자외선 차단용 장갑을 3~4켤레씩 장만할 정도로 햇빛 알레르기가 심하기 때문이죠. 피에이치하비 선크림 개발에 약사가 참여했다는 말을 들으니 괜히 한 번 더 눈이 갔습니다. 마음에 드는 선크림을 찾지 못해 선스틱, 선스프레이 등을 전전했는데 다시 한번 선크림을 믿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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