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순간

몽골에서 1등하는 한국 정수기가 65개국을 공략한 방법

더 비비드 2024. 7. 3. 15:09
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더 유명한 국산 정수기

궁금한 점이 생기면 참지 못하고 해결해야 하는 영지 기자가 직접 물어봤습니다.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직업인 동영상 인터뷰 시리즈 ‘꼬집기’를 게재합니다. 꼬집기(記) 11화에선 ‘와코코퍼레이션’의 신용성 대표를 만났습니다. 영상을 통해 확인하시고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려요!


국내 생수 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0% 이상 성장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 회사인 유로모니터는 2023년 생수 시장이 2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생수 브랜드와 종류도 다양해지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생수가 주름잡고 있는 물 시장에 가성비 정수기로 도전장을 내민 국내업체가 있습니다. 와코코퍼레이션은 정수기·비데·공기청정기 등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제조업 기반 수출 무역회사입니다. 가성비를 무기로 전 세계 65개국에 대리점을 두고 있을 만큼 외국에서는 꽤 이름을 알렸지만, 국내 시장에선 인지도가 낮은데요. 와코코퍼레이션 신용성 대표를 만나 레드오션인 정수시장에 뛰어든 이유를 꼬집어 봤습니다.

◇약수 없는 약수터에서 만난 사람들

비석골 약수터는 정말 ‘터’만 남아 있었다. 그나마 찾아낸 것이 아리수였다. /꼬집기 11화 '와코코퍼레이션편' 캡처

서울 노원구 비석골 약수터를 찾아갔습니다. 정말 ‘터’만 남아 있었습니다. 수질이 오염돼 현재는 공원과 산책로가 꾸며져 있었는데요. 산책 중인 시민들에게 평소 어떤 방법으로 물을 마시는지 물어보며 중소기업에서 만든 정수기에 대한 인식을 조사해봤습니다.

중간고사를 치르고 하교하는 한 학생을 만났다. /꼬집기 11화 '와코코퍼레이션편' 캡처
옆에 있던 다른 학생은 중소기업에서 만드는 정수기는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며 꼬집기에 동참했다. /꼬집기 11화 '와코코퍼레이션편' 캡처

먼저 중간고사를 치르고 하교하는 한 학생을 만났는데요. 어떤 물을 마시는지 물었더니 ‘생수’라고 답했습니다. 정수기 필터가 미덥지 않다며 페트병 속에 담긴 물은 눈에 보이니 훨씬 믿을만하다고 했죠. 옆에 있던 다른 학생은 중소기업에서 만드는 정수기는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며 꼬집기에 동참했습니다.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는 중년의 시민에게 어떤 물을 마시는지 물어봤다. /꼬집기 11화 '와코코퍼레이션편' 캡처
정수기를 왜 사용하지 않는지를 묻는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꼬집기 11화 '와코코퍼레이션편' 캡처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는 중년의 시민에게도 물어봤습니다. 생수도 정수기도 아닌 ‘끓인 물’을 마신다는 답을 들으니 추억의 오렌지 병과 보리차가 생각났습니다. 정수기를 왜 사용하지 않는지 질문을 이어갔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정수기가 몸에 이로운 미생물까지 다 죽이는 것 같다는 이유였죠.

그 외에도 정수기 필터 교체의 번거로움 등 다양한 시민들의 의견을 종합해 꼬집기 질문 리스트를 완성했습니다. 중소기업이라는 말엔 난색을 보였다가 해외에 수출한다고 했더니 반색하는 시민도 있었죠. 사전 취재가 탄탄하니 더욱 자신 있게 와코 코퍼레이션으로 찾아갔습니다.

◇고인 물도 다시 보자

와코코퍼레이션 사무실엔 온갖 정수기와 비데, 심지어는 변기까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꼬집기 11화 '와코코퍼레이션편' 캡처

바탕체로 커다랗게 ‘와코’라고 적힌 입구를 지나 와코코퍼레이션 사무실 문을 두드렸습니다. 온갖 정수기와 비데, 심지어는 변기까지 사무실을 한편을 차지하고 있었는데요. 이제 막 도미니카공화국 바이어와의 미팅이 끝났다는 신용성 대표를 붙들고 꼬집기에 돌입했습니다.

바탕체로 커다랗게 ‘와코’라고 적힌 입구를 지나 와코코퍼레이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꼬집기 11화 '와코코퍼레이션편' 캡처
생수 소비량이 꾸준히 늘고 있는데 왜 정수기 사업에 뛰어들었는지 물었다. /꼬집기 11화 '와코코퍼레이션편' 캡처

Q.생수 소비량이 꾸준히 늘고 있는데 왜 정수기 사업에 뛰어들었나요?

“수년 전부터 플라스틱 물통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미국의 일부 주라던가 호주 등에서는 플라스틱 생수 사용 금지법까지 만들 정도죠. 언더싱크 정수기 하나가 4000L의 물을 식수로 만들 수 있습니다. 1L짜리 페트병 4000개를 절약할 수 있는 것이죠.”

언더싱크 정수기란 주방 싱크대 밑에 설치해 흐르는 수돗물을 바로 식수로 만드는 정수기다. /꼬집기 11화 '와코코퍼레이션편' 캡처
필터 관리가 까다로울 것 같아 정수가 사용을 꺼리는 사람이 많다. /꼬집기 11화 '와코코퍼레이션편' 캡처

Q.정수기는 필터 관리가 까다롭지 않나요?

“언더싱크 정수기는 제품은 다른 정수기와 콘셉트가 달라요. 주방 싱크대 밑에 설치하고 흐르는 수돗물을 바로 정수해 식수로 만드는 방식이죠. 필터는 6개월~1년에 한 번만 교체해주면 됩니다. DIY 방식이라 필터 교체는 물론 정수기 설치도 소비자가 직접 할 수 있습니다.”

Q.정수기를 못 믿어서 보리차를 끓여 마신다는 시민이 많던데요?

“물을 끓인다고 그 안에 있는 녹이나 불순물이 없어지지 않습니다. 상수도관이 노후됐거나 탱크에 물을 보관했다가 내려보내는 방식으로 수돗물을 공급하는 곳이라면 더욱더 정수기 물을 받아 끓여 드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신 대표는 물을 끓인다고 그 안에 있는 녹이나 불순물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꼬집기 11화 '와코코퍼레이션편' 캡처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정수기 필터를 만들 때 사용하는 여제는 동일하다. /꼬집기 11화 '와코코퍼레이션편' 캡처

Q.과연 대기업 정수기만큼 불순물이 잘 걸러질까요?

“필터를 만들 때 쓰는 여제(濾劑, 여과 물질)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똑같습니다. 와코 정수기는 NSF(세계보건기구가 음용수·정수기에 관한 시험기관으로 공식 지정한 미국의 물 관련 인증기관), CE(유럽의 안전·건강·환경·소비자보호 등을 만족했다는 인증마크) 등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인증받은 필터를 납품받아 제작했습니다.”

Q.정수기를 수출하는 전 세계 65개국 중 기억에 남는 나라가 있나요?

“중금속 때문에 깨끗한 식수를 구하기 어려운 나라가 꽤 많습니다. 몽골이 가장 대표적이죠. 몽골은 천혜의 자연이란 이미지가 강하지만 물만큼은 조심해야 합니다. 석탄·구리 등을 채굴했던 광산이 방치되면서 수질을 오염시킨 것이죠. 깨끗한 물의 필요성을 확인해 와코 정수기를 수출했고 현재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와코 정수기가 수출하지 않는 나라가 없다며 지구본을 만지작거리는 신 대표. /꼬집기 11화 '와코코퍼레이션편' 캡처
즉흥적으로 눈에 보이는 나라 이름을 외쳐봤다. /꼬집기 11화 '와코코퍼레이션편' 캡처

Q.와코 정수기는 개발도상국을 위한 제품인가요?

“정수기 개발 초기 가장 큰 고객은 오히려 미국과 일본이었습니다. 한번은 정수기 샘플을 미국 바이어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정수기 탱크를 비우지 않은 채로 보내는 실수를 한 적이 있는데요. 바이어는 열흘간 고여있던 물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물맛이 좋다며 여러 절차를 생략하고 바로 계약하자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언더싱크형 정수기가 선진국에선 더 대중화된 형태이기도 하죠.”

정수기 개발 초기 가장 큰 고객은 의외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이었다. /꼬집기 11화 '와코코퍼레이션편' 캡처

그동안 환경을 위해 이 정도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다며 텀블러를 챙겨 다녔습니다. 밖에서 그런 수고를 하면서 막상 집엔 2L짜리 생수를 수십 병씩 쟁여놓았죠. 왜 여태 이런 모순을 발견하지 못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전 세계를 누비며 각국을 물 사정을 보고 온 신 대표에게 우리나라 수도 시스템의 우수함을 전해 들으니 괜히 어깨가 으쓱하기도 했습니다.

/이영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