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순간

LG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다는 '돈 안되는 일'

더 비비드 2024. 7. 4. 09:56
봉사하는 거 아니고 돈 버는 중입니다

궁금한 점이 생기면 참지 못하고 해결해야 하는 영지 기자가 직접 물어봤습니다.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직업인 동영상 인터뷰 시리즈 ‘꼬집기’를 게재합니다. 꼬집기(記) 7화에선 ‘LG소셜캠퍼스’ 입주 기업을 만났습니다. 영상을 통해 확인하시고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려요!

정부 기관에서나 다룰 법한 환경·교육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등장한 스타트업들이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과 일반 기업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소셜벤처’인데요. 소셜벤처는 사회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면서 동시에 혁신적인 기술·서비스를 통한 수익 극대화도 추구합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현황을 보면 전국의 소셜벤처의 수는 2019년 998개에서 2021년 2031개로 2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소셜벤처들은 어떻게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윤을 창출하는 것인지 궁금해졌습니다. 녹색성장·친환경 분야 소셜벤처가 모여있다는 LG소셜캠퍼스를 찾아갔습니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

LG소셜캠퍼스는 LG전자·화학이 소셜벤처 기업의 성장을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LG소셜캠퍼스 제공
소셜벤처 기업들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 어떻게 이윤을 창출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꼬집기 7화 'LG소셜캠퍼스'편 캡처

LG소셜캠퍼스는 LG전자·화학이 소셜벤처 기업의 성장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서울 고려대학교 산학관 5층에 자리해있죠. 이곳에 입주한 기업은 사무실 공간뿐만 아니라 대출 지원, 멘토링·컨설팅 등 금융·인재육성 부분에서도 지원을 받습니다.
LG소셜캠퍼스 각 사무실 문에 쓰여있는 소셜벤처 이름부터 살펴봤습니다. 영어 일색인 문패들 속 한글로 된 곳을 찾았는데요. ‘만유인력’ 사무실 앞에는 학창 시절 종종 받았던 학습지처럼 보이는 자료 더미가 쌓여있었습니다. 만유인력 김민지 대표를 만났습니다.

만유인력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란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꼬집기 7화 'LG소셜캠퍼스'편 캡처

Q.만유인력은 어떤 기업인가요?

“만유인력이란 질량을 가진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말합니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란 뜻으로 지었어요. 청소년, 어르신 등을 대상으로 헌법·의회·경제와 관련한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법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죠.”

Q.법 교육 분야로 창업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경찰차를 보면 ‘피하고 싶다’는 생각부터 든다고 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런 생각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법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고 진입장벽을 낮출 방법을 고민했죠. 법을 어렵거나 무섭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알려주기 위해 창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법 교육 사업으로 어떻게 돈을 버는지 궁금했던 영지 기자. /꼬집기 7화 'LG소셜캠퍼스'편 캡처
사회적 기업 만유인력은 LG소셜캠퍼스에 입주한 후 매출이 크게 성장했다. /꼬집기 7화 'LG소셜캠퍼스'편 캡처

Q.돈은 어떻게 버나요?

“주로 지방자치단체나 정부 부처에서 주관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첫해 매출은 35만원에 불과했지만 LG소셜캠퍼스에 입주한 이후 급성장했습니다.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1000% 증가했어요.”

Q.사회적 기업이 정부지원금을 갉아먹는다는 인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일정 부분 동의합니다. 그런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뜻이에요. 사회적 기업은 단순히 좋은 일을 하는 기업이 아니라 좋은 일’도’하는 기업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유인력도 마찬가지죠.”

◇지구를 정의롭게 사용하는 법

딥비전스에서 일한 지 6개월 됐다는 기술팀 조원희 씨를 만났다. /꼬집기 7화 'LG소셜캠퍼스'편 캡처

LG소셜캠퍼스 라운지에는 여러 소셜벤처의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앉아 쉬거나 업무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중 한 사람에게 말을 걸어봤습니다. 딥비전스에서 일한 지 6개월 됐다는 기술팀 조원희 씨였는데요. 특별한 방법으로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는 말에 흥미가 생겨 딥비전스 사무실을 찾아가 강봉수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딥비전스 강봉수 대표에게 미세먼지 측정 신기술에 대해 물었다. /꼬집기 7화 'LG소셜캠퍼스'편 캡처

Q.딥비전스는 어떤 기업인가요?

“AI 솔루션을 통해 정확한 미세먼지 데이터를 제공하는 친환경 기업입니다. 간단한 촬영으로 현재 자신이 있는 곳의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할 수 있는 ‘미세찰칵’이라는 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Q.이미 미세먼지 관련 앱이 많은데요?

“기존 앱은 측정소에서 가져온 데이터를 보여줍니다. 문제는 측정소와 현재 내 위치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것이죠. 우리나라 미세먼지 측정소는 수도권에 몰려 있습니다. 경상도에서는 50km 떨어진 곳에서 측정한 미세먼지 정보를 받아봐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미 많은 앱이 미세먼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꼬집는 영지 기자. /꼬집기 7화 'LG소셜캠퍼스'편 캡처
미세먼지 측정소가 수도권에 몰려있어 위치마다 정확한 미세먼지 농도를 알기 어렵다. /꼬집기 7화 'LG소셜캠퍼스'편 캡처

Q.그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나요?

“일반 스마트폰 카메라로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연속 촬영된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에서 발생하는 차이점을 바탕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분석하는 방식이죠. 이렇게 측정한 측정값으로 어디서든 정확한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할 수 있는 지도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Q.돈 되는 사업보단 돈 '드는' 사업처럼 보이는데요?

“신기술로 돈을 버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도 매출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10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메인 아이템인 미세찰칵 외에도 개발 노하우를 활용해 기업들의 데이터를 가공하거나 인공지능 솔루션을 만들어주고 있죠.”

◇종이로 하는 모든 홍보

드문드문 불이 꺼진 사무실 사이로 환하게 밝혀져 있는 곳을 발견한 영지 기자. /꼬집기 7화 'LG소셜캠퍼스'편 캡처

드문드문 불이 꺼진 사무실 사이로 환하게 밝혀져 있는 곳을 발견했습니다. 사무실 제일 안쪽 구석엔 대표로 보이는 한 사람이 앉아있었는데요. 불쑥 문을 열고 들어가 마이크를 들이밀었습니다. 와이낫엠앤씨 박승훈 대표를 만났습니다.

와이낫링크는 전단지, 포장지, 입간판 등 모든 오프라인 제작물을 다룬다. /꼬집기 7화 'LG소셜캠퍼스'편 캡처

Q.와이낫엠앤씨는 어떤 기업인가요?

“인쇄물 제작을 위한 모든 공정을 한 번에 할 수 있도록 만든 중개 플랫폼 '와이낫링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인쇄물'은 전단지, 포장지, 입간판 등 모든 오프라인 제작물을 통칭합니다."

Q.인쇄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나요?

"대기업 브랜드 마케팅 부서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가령 홍보 전단지를 만든다고 할 때 인쇄·재단·코팅 등 각 공정별 업체들을 일일이 알아보기 어렵고 전문지식도 부족해서 결국 대행사를 찾게 되더군요. 전국에 2만개가 넘는 인쇄 관련 업체를 한눈에 연결해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박 대표는 대기업에서 브랜드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며 인쇄 플랫폼의 필요성을 느꼈다. /꼬집기 7화 'LG소셜캠퍼스'편 캡처

Q.영세 인쇄업자들은 플랫폼 이용료나 수수료 때문에 난색이었을 것 같은데요?

"오히려 불필요한 구조가 사라졌다며 반깁니다.소정의 수수료를 취하는 것은 맞지만 하청의 하청이 이어지던 구조보다는 훨씬 경쟁력이 있죠. 저희가 하는 일은 중개가 아닙니다. 공정별 업체를 구성해 직접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이라 더 전문성을 갖췄다고 생각해요."

Q.사업을 꾸려나가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항상 어렵죠. 플랫폼이 자리 잡으려면 족히 5년은 걸린다고 생각하며 기반을 탄탄히 다져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 월급 한번 밀린 적 없어요. 창업을 후회한 적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전 창업을 택했을 겁니다."

플랫폼이 자리 잡으려면 족히 5년은 걸린다고 생각한다는 와이낫엠앤씨 박승훈 대표. /꼬집기 7화 'LG소셜캠퍼스'편 캡처
LG소셜캠퍼스 입주사의 협업을 주선하는 영지 기자. /꼬집기 7화 'LG소셜캠퍼스'편 캡처

이곳을 방문하기 전까진 소셜벤처가 만년 적자에 시달리리라 생각했는데요. 착한 기업이란 별명을 갖고 있더라도 '기업은 기업'이었습니다. 기업 운영 제1의 목표는 이윤 창출이고 사회적기업·예비사회적기업도 예외는 아니었죠. 단순히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상생하는 모델을 꿈꾸는 소셜벤처 기업인을 만나 '공익'과 '이윤'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단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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