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 맞은 기능성 운동화 업체 탐방기
궁금한 점이 생기면 참지 못하고 해결해야 하는 영지 기자가 직접 물어봤습니다.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직업인 동영상 인터뷰 시리즈 ‘꼬집기’를 게재합니다. 꼬집기(記) 8화에선 '나인투식스'의 기희경 대표를 만났습니다. 영상을 통해 확인하시고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려요!
날씨가 풀리면서 등산이나 자전거 타기 등 야외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 주말 봄 길을 만끽하겠다며 꺼내든 예쁜 운동화에 말 그대로 발목이 잡혔습니다. 얇은 밑창 때문에 무릎과 다리에 무리가 간 것인데요. 결국 한의원을 들락날락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오래 걷거나 서 있어야 하는 서비스직 종사자들은 기능성 운동화를 신습니다. 기능성 운동화는 정말 효과가 있는 걸까요? 기능성 운동화의 세계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안양천을 따라 사뿐사뿐
제대로 된 운동화에 기대하는 점은 뭔지 시민들의 의견부터 들어봤습니다. 먼저 커피 한 잔을 들고 여유롭게 안양천을 산책하던 30대 남성을 만났습니다.
이 남성은 자동차, 아우터 등으로 더욱 유명한 한 브랜드의 운동화를 신고 있었는데요. 해당 운동화를 선택한 이유로는 ‘디자인’과 ‘유행’을 꼽았습니다. 평소 발에 땀이 많다며 ‘통풍’이 잘 되는 운동화를 찾고 있다고도 했죠.
산책로 한 쪽에 앉아 잠시 쉬고 있는 60대 시민에게도 의견을 구했습니다. 발이 편해야 한다는 생각에 좋은 신발만 찾아 신는다는 이 시민의 신발 선택 기준은 ‘브랜드’였습니다. 운동화의 적정 가격은 10만원 전후라고 생각한다며 잘 모르는 브랜드라도 좋은 운동화라면 신어볼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 외에도 ‘신발 무게가 가벼웠으면 좋겠다’, ‘다른 기능성 운동화와 차별화된 기능이 필요하다’ 등 다양한 의견을 수집했는데요. 시민들에게 얻은 질문거리까지 한 데 모아 한 기능성 운동화 업체를 찾아갔습니다.
◇기능성 운동화에 도전한 20대 여자
찾아간 곳은 스타트업 나인투식스. ‘워킹마스터클럽’이란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기능성 깔창·운동화를 제작해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사전 조사를 해 보니 나인투식스 기희경 대표(29)는 수제화 제조 회사에서 일하다 기능성 신발 회사를 창업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나인투식스 사무실에서 처음 만난 사람은 디자인을 맡고 있다는 직원 스티븐 씨였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발을 내밀어 이 회사가 만든 ‘물컹슈즈’를 보여줬지만 누가 봐도 급하게 꺼내 신은 듯한 티가 역력했습니다.
사무실을 안내하면서 다다른 곳엔 넓고 아늑한 공간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대표실’일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기희경 대표의 아버지가 쓰는 공간이었습니다. 기 대표의 아버지가 받았다는 국제발명대회 메달 등을 보고 나니 물컹슈즈를 만든 사람이 기 대표인지, 아버지인지 의심스러워졌습니다.
시간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풋스캐너(foot scanner)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기기는 수천만명의 발에 대한 빅데이터를 가진 미국 에이트렉스사가 개발한 발 측정 장비인데요. 국내에선 나인투식스가 유일하게 갖고 있죠.
풋스캐너에 발을 넣어 360도로 발을 촬영하면 땅을 디딜 때 어느 쪽으로 하중이 많이 실리는지 보여줍니다. 발가락 5개와 발뒤꿈치까지 하중이 골고루 퍼져있는 것이 가장 좋지만 제 발은 왼쪽 발가락 일부가 닿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릎이나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군요. 스티븐 씨는 기다렸다는 듯이 나인투식스 깔창·운동화를 영업했지만 무사히 풋스캐너에서 탈출했습니다.
◇사장 나오라길래 '내가 사장이다' 했더니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두 번째 사무실로 이동했습니다. 이곳은 물류 창고 겸 사무실로 이용하는 공간이었는데요. 알록달록한 깔창·운동화 포장박스들 사이에서 나인투식스 기희경 대표를 만났습니다.
Q.아버지께서 수제화 장인이시라고요? 가업을 물려받은 건가요?
“그렇게 많이들 오해하시는데 자금적인 지원을 받지 않고 별개의 회사를 창업한 겁니다. 다만 기술·경영 등 여러 부분에서 아버지의 조언을 듣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경영 철학과 경영 방식이 큰 힘이 됐죠.”
Q.젊은 대표로서 어떤 고충이 있었나요?
“공장을 구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습니다. 공장 대표님이 미팅 자리에서 저를 보곤 ‘사장님 어디 있냐?’고 묻더군요. 제가 사장이라고 했더니 신뢰가 가지 않는다며 퇴짜를 놓았습니다. 공장 문 앞에서 8시간을 꼬박 서 있는 모습을 보시더니 샘플만 제작해보자고 하셨는데 그게 인연이 돼 지금까지 거래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Q.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사실 도와달라고 했었어요. 하지만 아버지께선 ‘도움에 의지하게 될까 걱정된다’며 성장을 위해선 혼자 일어서 보라 하셨습니다. 지나고 보니 손을 내밀어주신 것보다 가만히 지켜봐 주신 것이 더 큰 가르침이었어요. 알고 보니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창업가들도 부모님의 영향을 간접적으로 많이 받았더라고요.”
Q.그렇게 만든 물컹슈즈는 다른 기능성 운동화와 어떻게 다른가요?
"유명 브랜드 운동화는 일반 패션화 시장에 속합니다. 유행에 민감해 아웃솔(신발 겉면, 밑창 등)에 치중하죠. 하지만 발이 직접 닿는 부분은 아웃솔이 아닌 인솔입니다. 저흰 인솔에 집중해서 발 통증을 완화하는 데 주력했어요. 신발의 안과 밖 모두에 메시 소재를 적용해 땀 흡수·배출도 잘 되도록 했죠."
Q.어떤 점에서 물컹슈즈가 좋은 신발이라고 할 수 있나요?
"오래 신어도 편안하도록 착화감을 핵심 기능으로 잡았습니다. 오래 걷거나 서 있어야 하는 서비스업 종사자를 타깃층으로 뒀죠. 깔창 제작 경험을 살려 인솔(내부)을 차별화했습니다. 깔창을 발포 실리콘으로 만들어 쿠션감을 살렸어요. 특허도 등록했습니다."
Q.가격은 어떤 방식으로 책정했나요?
“희망 소비자가격은 19만원대인데요. 말 그대로 ‘희망’ 가격이고 지금은 최대 할인가를 적용해 7만원대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손해를 보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신어보고 경험하게 하려는 전략이죠. 물론 계속 이렇게 팔 순 없습니다. 할인 가격은 3~6개월 정도 유지할 계획입니다.”
평소 245~250㎜ 사이즈 신발을 신는데 물컹슈즈는 240㎜를 신었을 때 딱 맞았습니다. 의아하단 표정으로 기 대표를 바라보니 서양인보다 발볼이 넓은 동양인의 발에 맞춰 제작했다며 웃었습니다. 발볼에 맞춰 신발을 신다 보니 본래 발 길이보다 큰 신발을 신어왔던 것이죠. 족저근막염을 고생하시는 저희 어머니께선 유독 발이 작아서 215~220㎜ 신발을 신으시는데요. '작은 사이즈 물컹슈즈도 만들어내라'는 윽박지르기로 이번 꼬집기를 마쳤습니다.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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