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장동 축산물시장 한복판에서 채식주의를 외친 결과

2024. 7. 3. 13:58이들의순간

대체육이 고기를 대체할 수 있을까

궁금한 점이 생기면 참지 못하고 해결해야 하는 영지 기자가 직접 물어봤습니다.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직업인 동영상 인터뷰 시리즈 ‘꼬집기’를 게재합니다. 꼬집기(記) 9화에선 '브라잇벨리'의 김지현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영상을 통해 확인하시고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려요!

매일 고기를 보고 만지는 사람들에게 대체육으로 대체할 수 없는 고기의 장점을 듣기 위해 마장축산물시장을 찾았다. /꼬집기 9화 '브라잇벨리편' 캡처

고등학생 시절 환경 운동가 제인 구달이 쓴 ‘희망의 밥상’을 읽고 채식주의자가 되겠노라 선언한 적이 있습니다. 그 비장한 결심은 3일을 채 넘기지 못했습니다. 고기 굽는 냄새 한 번에 금방 무너졌죠. 단백질 섭취를 위해선 고기만 한 게 없다며 스스로 위로해야 했습니다.

지금은 채식주의 선언이 조금씩 쉬워지고 있습니다. 몇 년 사이 다양한 모습의 '대체육'이 등장했기 때문인데요. 대체육은 콩·해조류 등 비동물성 재료를 가공해 고기처럼 만든 식재료를 뜻합니다. 햄버거 속 패티나 샌드위치 부재료에 불과했던 대체육을 메인 요리를 내세운 비건(엄격한 채식주의) 레스토랑이 문을 열고, 편의점에선 콩고기 육포도 볼 수 있습니다.

대체육은 간편식 시장까지 진출했습니다. 대표적인 회사 브라잇벨리를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작년 8월에 출시한 함박스테이크가 7개월 만에 78만개 넘게 팔렸다고 하네요. 대체육이 고기를 얼마나 따라잡았는지 김지현 브라잇벨리 대표를 만나 낱낱이 확인해 봤습니다.

◇고기 전문가가 바라본 대체육

김지현 대표를 만나 꼬집어보기 전에 마장축산물시장을 먼저 찾았습니다. 매일 고기를 보고 만지는 사람들에게 대체육으로 대체할 수 없는 고기의 장점을 들으면서 질문지를 채우기 위해서죠. 오토바이와 트럭이 쉴 새 없이 지나다니는 시장 골목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아래위로 흰색 유니폼을 갖춰 입은 한 상인을 만났습니다. 그는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대체육을 먹어본 적이 있지만 일반고기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는데요. 일반 고기와 달리 콩으로 만드는 고기는 푸석푸석하고 고소한 맛이 덜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반 고기와 달리 콩으로 만드는 고기는 푸석푸석하고 고소한 맛이 덜하다는 정보를 수집했다. /꼬집기 9화 '브라잇벨리편' 캡처
고기의 가장 큰 특징은 '감칠맛'이다. /꼬집기 9화 '브라잇벨리편' 캡처

고기 손질부터 유통, 판매 등 전 과정을 담당하고 있다는 20대 남성에게 다른 식재료가 따라올 수 없는 고기만의 장점을 물었습니다. 가장 먼저 돌아온 답은 '감칠맛'이었는데요.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콩고기로 만든 메뉴를 먹어봤지만 기존 고기 맛을 따라오려면 한참 멀었다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대체육보다 '콩고기'를 더 쉽게 받아들이는 시민이 많았다. /꼬집기 9화 '브라잇벨리편' 캡처

내친김에 시장 주변을 지나는 시민에게도 고기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습니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에 가는 중이라는 20대 여성에게 '대체육'이란 단어를 던지자 처음 듣는단 표정이 답이 돼 돌아왔는데요. '콩고기'라고 하자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는데요. 인상적인 경험은 없다고 했죠.

고기의 감칠맛, 찰진 식감 외에도 단백질, 나트륨 등 영양성분에 의문을 제기한 시민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시민들에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꼬집을 거리를 정리해 브라잇벨리 사무실로 찾아갔습니다.

◇대체육 밀키트로 꾸린 진수성찬

브라잇벨리 사무실에는 하얀색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다니고 있었다. /꼬집기 9화 '브라잇벨리편' 캡처
어떤 대체육을 만드는지 보여달라고 했더니 뜻하지 않게 진수성찬을 받았다. /꼬집기 9화 '브라잇벨리편' 캡처

브라잇벨리 사무실에는 하얀색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다니고 있었습니다. 사무 공간보다 2배는 더 커 보이는 공간은 다름 아닌 연구실이었죠. 어떤 대체육을 만드는지 보여달라고 했더니 뜻하지 않게 진수성찬을 받았습니다.

‘대체육’ 하면 떠오르는 함박스테이크 뿐 아니라 유니짜장면, 마파두부밥, 만두, 카레라이스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는데요. 다소 뜬금없게 느껴지는 메뉴들에 잠시 당황했지만 이것도 꼬집을 거리가 되겠다 싶어 수첩에 메모를 해뒀습니다. 그리고는 포크를 들고 본격적인 시식에 들어갔습니다.

약 3년 전 이태원 비건 레스토랑에서 먹어본 콩고기와는 확실히 달랐다. /꼬집기 9화 '브라잇벨리편' 캡처

약 3년 전 이태원 비건 레스토랑에서 먹어본 콩고기와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미리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콩으로 만들었단 사실을 모르고 먹었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죠. 실제로 한 연구원은 자신의 자녀들에게 몇 년째 고기라고 하며 대체육 음식을 먹이고 있지만 아직 들키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고기에 비교해 규칙적으로 씹히는 느낌 때문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꼬집기 9화 '브라잇벨리편' 캡처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은 있었습니다. 고기에 비교해 규칙적으로 씹히는 느낌 때문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죠. 고기의 감칠맛이 나는 듯 했지만 소스로 맛을 흉내 낸 것은 아닐지, 대체육만 먹어도 정말 고기의 감칠맛을 느낄 수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고기 따라잡기가 목표가 아니라는 대체육

김지현 브라잇벨리 대표를 만나 이러한 의문점을 모두 확인봤습니다. 사전 조사를 해보니 본인은 고기를 즐겨 먹는다고 하는데 왜 대체육을 만드는 것인지, 온갖 대기업들이 덤벼든 대체육 시장에 어떤 전략을 갖고 뛰어들었는지, 대체육이 정말 고기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양껏 꼬집어봤습니다.

마장축산물시장에 다녀온 이야기를 영웅담처럼 늘어놨다. /꼬집기 9화 '브라잇벨리편' 캡처

Q.대체육을 먹어보니 고기와 식감이 좀 다르네요.

“맞습니다. 고기의 참맛은 불규칙한 질감이죠. 대체육은 아무래도 인공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씹을 때마다 규칙적이란 느낌이 들 겁니다. 여러 대체육 회사들이 세포를 배양해 고기를 만드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대체육이 고기의 감칠맛을 따라잡을 수 있겠냐며 꼬집었다. /꼬집기 9화 '브라잇벨리편' 캡처
대체육이 한계로 지적되는 것 중 하나가 나트륨 함럄이다. /꼬집기 9화 '브라잇벨리편' 캡처

Q.대기업들도 대체육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데 브라잇벨리만의 차별점이 있나요?

“기존 대체육의 한계로 지적되는 것 중 하나가 나트륨 함량입니다. 고기의 육즙을 구현하기 위해 나트륨을 많이 넣은 것이죠. 저희는 상대적으로 나트륨 함량이 낮고, 단백질은 기존 육고기와 비슷한 정도로 만들었습니다.”

대화 도중 브라잇벨리가 최근 개발 중인 피자를 시식했다. /꼬집기 9화 '브라잇벨리편' 캡처
'이게 그냥 피자지, 대체육인지 잘 모르겠다'는 평에 김 대표가 반색했다. /꼬집기 9화 '브라잇벨리편' 캡처

Q.개발 중이란 피자를 먹어봤는데 고기 맛이 안 나는데요?

“‘이게 그냥 피자지, 대체육인지 잘 모르겠다’라고 하신다면 사실 그것이 저희가 지향하는 바예요. 모든 메뉴를 영양소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맛있고 간편하게 전자레인지에 데워먹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Q.왜 간편식(밀키트)을 만들었나요?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섭니다. 채식을 장려하겠다는 식의 거창한 목표가 아니에요. 취향에 맞는 음식을 그때그때 사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세대가 더 내려갈수록 자신의 가치관과 취향이 더욱 확고해집니다. 어느 날 환경을 위해 하루 정도는 고기를 내려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손 뻗으면 닿을 곳에 브라잇벨리가 있길 바랍니다.”

일주일에 한번은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김 대표. /꼬집기 9화 '브라잇벨리편' 캡처

Q.아버지가 채식주의자라고요?

“아버지께서 어릴 적 소가 도축되는 장면을 목격한 이후로 고기를 입에 대지 않으세요. 어릴 적엔 그런 아버지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저도 싫어하는 음식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학교에 가면 먹기 싫어도 우유를 꼭 한 팩씩 먹어야 했죠. 살면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 투성이인데 먹는 것만큼은 내가 원하는 것을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브라잇벨리는 대체육 2세대를 자처한다. /꼬집기 9화 '브라잇벨리편' 캡처
이 세상 어떤 것도 무언가를 대체할 수는 없다. /꼬집기 9화 '브라잇벨리편' 캡처

Q.대체육이 정말 고기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이 세상 어떤 것도 무언가를 대체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그것대로 가치가 있기 때문이죠. 직관적인 의미를 따라가다보니 ‘대체육’이란 이름이 붙어 상용화됐지만, 저희는 대체육 회사라고 하지 않습니다. 생활 속에 스며드는 음식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카레, 마파두부밥처럼 평소 즐겨 먹는 음식에 스며들어가고 싶은 거죠.”

/이영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