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순간

"30대 발달 장애인이 평생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

더 비비드 2024. 7. 2. 10:59
사랑니 관리의 기술

궁금한 점이 생기면 참지 못하고 해결해야 하는 영지 기자가 직접 물어봤습니다.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직업인 동영상 인터뷰 시리즈 ‘꼬집기’를 게재합니다. 꼬집기(記) 16화에선 ‘코모랄’을 만든 ‘SMD솔루션’의 김현정 대표를 만났습니다. 영상을 통해 확인하시고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려요!

MZ세대의 일원으로서 요즘 사람들이 궁금해할 법한 주제를 골라봤다. /꼬집기 16화 ‘코모랄편’ 캡처

약 3주 만에 하는 야외 촬영에 들뜬 마음을 숨기기 어려웠습니다. 그간 사무실에서 머리를 맞대고 '꼬집기'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했는데요. 앞으로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궁금증에 좀 더 초점을 맞춰보기로 했죠.

<영상으로 내용 바로 확인>


MZ세대의 일원으로서 요즘 사람들이 궁금해할 법한 주제를 골라봤는데요. '사랑니'는 사랑할 때 난다는 속설이 있는데, 정말 사랑니는 사랑할 때 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궁금증 해결을 위해 23년 차 서울대 치과마취과 교수이자 구강세정기 코모랄을 개발한 스타트업 SMD솔루션의 김현정 대표를 만나보기로 했죠. 그 전에 시민들을 만나 사랑니와 치아 건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사랑니에서 파생된 치아 건강 궁금증

IT회사에 재직 중이라는 20대 여성 시민은 사랑니 없이 태어난 사람이 진화가 더 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꼬집기 16화 ‘코모랄편’ 캡처

IT회사에 재직 중이라는 20대 여성 시민을 만났습니다. 사랑니가 있는지 물었더니 동생이 20대 중반 무렵에 갑자기 사랑니 때문에 아프다고 했었다며 그맘때쯤 사랑을 했으리라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정작 본인은 태어날 때부터 사랑니가 없었다고 했는데요. 사랑니 없이 태어난 사람이 진화가 더 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내놓았죠.

오늘 갓 한국에 입국한 폴란드 유학생에게도 사랑니에 관해 물었습니다. 걸그룹 소녀시대를 향한 팬심으로 3년간 한국어 공부를 해 한국어가 유창했는데요. 그럼에도 사랑니를 주제로 대화를 이어가기엔 무리가 있었죠. K-POP 댄스를 배울 계획이라기에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며 춤을 춰보였지만 좀 더 어려운 춤을 배우고 싶다고 하더군요.

오늘 갓 한국에 입국한 폴란드 유학생에게도 사랑니에 관해 물었다. /꼬집기 16화 ‘코모랄편’ 캡처
필라테스를 하러 가는 한 시민은 치아 건강의 유전적 요인에 대한 궁금증을 제기했다. /꼬집기 16화 ‘코모랄편’ 캡처

필라테스를 하러 가는 한 시민을 불러세웠습니다. 사랑니가 왜 ‘사랑니’라 불린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역시나 ‘사랑할 때 나서’라는 답을 들었죠. 더불어 양치질을 소홀히 하더라도 충치가 잘 생기지 않거나, 양치질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치과에 수백만원씩 쓰는 경우도 있다며 치아 건강의 유전적 요인에 대한 궁금증을 제기했습니다.

◇23년차 치대 교수가 말하는 사랑니

사랑니와 사랑의 연결고리에 대해 알고 있을 법한 사람을 찾아가봤다. /꼬집기 16화 ‘코모랄편’ 캡처

사랑니와 사랑의 연결고리에 대해 알고 있을 법한 사람을 찾아가봤습니다. 관악에 있는 서울대학교 치과병원에서 SMD솔루션 김현정 대표를 만났습니다. 김 대표는 1992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9년 서울대학교치과병원 치과마취과 교수로 발령받아 지금까지 환자를 보고 있는데요. 장애인 치과 진료를 위한 진정법과 전신마취를 연구하다 거동이 불편한 이들이 양치질 대신 쓸 수 있는 구강세정기 코모랄을 개발했습니다.

Q.사랑니는 정말 사랑할 때 날까요?

“아닙니다. 사랑니를 영어로는 ‘Wisdom tooth(지혜의 치아)’라고 부르죠.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사랑니는 진화와 퇴화의 흔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옛날엔 거친 것들을 씹어야 해서 하악(아래턱)이 컸는데요. 부드러운 음식을 먹다 보니 턱은 작아지는 데 비해 치아는 그대로 남았고 사랑니의 쓸모가 없어진 것이죠.”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사랑니는 진화와 퇴화의 흔적이라고 볼 수 있다. /꼬집기 16화 ‘코모랄편’ 캡처
부드러운 음식을 먹다 보니 턱은 작아지는 데 비해 치아는 그대로 남았고 사랑니의 쓸모가 없어졌다. /꼬집기 16화 ‘코모랄편’ 캡처

Q.출산하기 전에 사랑니를 뽑지 말라는 속설이 있던데요?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사랑니는 양치질할 때 칫솔이 잘 닿지 않아 치주질환에 취약한 치아죠. 임신 중에는 면역기능이 저하되는데 그때 구강에 충치, 치주염 등 문제가 생기면 약을 쓰기 힘듭니다.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치과에 가서 충치가 있는지, 사랑니가 매복돼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선제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좋습니다.”

<좀 더 자세한 답변 영상으로 확인>

치아 이식 기술이 개발 초기엔 성공률이 50% 정도였는데 최근 80%까지 올라갔다. /꼬집기 16화 ‘코모랄편’ 캡처

Q.사랑니가 매복돼있지 않고 똑바로 잘 나더라도 꼭 뽑아야 하나요?

“사랑니 발치는 치과계 내에서도 설왕설래하는 문제입니다. 언젠가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뽑으라는 주장이 대세였는데 '치아 이식' 기술이 등장하면서 의견이 갈렸죠. 어금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사랑니를 옮겨 쓸 수 있는 기술이 처음엔 성공률이 50% 정도였는데 최근엔 80%까지 올라갔습니다. 제대로 난 사랑니는 생체 재료로 사용할 수 있으니 치아 이식을 생각한다면 양치질을 꼼꼼히 잘하면서 관리하도록 권하고 싶습니다."

<김현정 대표의 육성 영상으로 확인>

어떤 사람은 양치질을 잘 해도 충치가 생기고, 어떤 사람은 양치질을 소홀히 해도 치과에 수백만원씩 쓰는 경우가 있다. /꼬집기 16화 ‘코모랄편’ 캡처

Q.치아 건강이 유전이라는 말도 있던데요?

“치아 건강의 유전적 요인 역시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우리 남편과 아들이 같은 교정과 교수님에게 치아 교정을 받았는데요. 치아 배열과 형태가 똑같다고 하더군요. 이처럼 유전적 요인을 무시할 순 없지만 ‘양치질’은 누구에게나 중요합니다. 연구기관에 따라서 양치질을 제대로 한다고 할 수 있는 성인이 15%도 안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

양치질을 제대로 한다고 할 수 있는 성인이 15%도 안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꼬집기 16화 ‘코모랄편’ 캡처
서울대학교치과병원 부설 장애인 치과에서 진료를 보면서 모든 사람이 양치질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꼬집기 16화 ‘코모랄편’ 캡처

Q.양치질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요?

“2001년 서울대학교치과병원 부설 장애인 치과에서 진료를 보면서 모든 사람이 양치질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가령 발달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가만히 앉아있는 것조차 힘든데요. 입 속에 드릴, 석션 같은 장비가 들어갔을 때 갑자기 움직이기만 해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죠. 뇌성마비 환자, 치매 환자 등이 모두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에서 영감을 받아 마우스피스를 입에 물기만 하면 구강 내 이물질과 플라그를 제거해주는 구강세정기 ‘코모랄’을 개발했습니다.”

<기사로 다 담지 못한 내용 영상으로 확인>

장애인 환자, 뇌성마비 환자, 치매 환자 등이 양치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에서 영감을 받아 구강세정기 ‘코모랄’을 개발했다. /꼬집기 16화 ‘코모랄편’ 캡처
평생 한 번도 양치질을 한 적 없는 30대 발달 장애인 환자의 치아를 스케일링 했더니 모든 치아가 다 흔들렸다. /꼬집기 16화 ‘코모랄편’ 캡처

Q.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요?

“30대 발달 장애인 환자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평생 한 번도 양치질을 한 적 없는 상태였기에 전신마취 하에 스케일링을 하기로 했죠. 3~4시간이 걸려 치석을 제거했더니 모든 치아가 다 흔들리더군요. 치석에 의해 치아가 유지됐던 것이죠.”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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