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요즘 대치동에서 유행하는 신종 학원 성적 관리법”

더 비비드 2024. 6. 28. 09:24
학원 통합 관리 서비스 '랠리즈'

창업 기업은 한 번쯤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등 큰 시행착오를 겪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지납니다. 이 시기를 견디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력, 서비스를 갖고 있다고 해도 생존하기 어려운데요. 잘 알려지기만 하면 시장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중소기업이 죽음의 계곡에 빠지게 둘 순 없습니다. 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동네 보습학원에는 대개 대학생 신분의 보조교사가 있다. 출석을 확인하거나 학원비를 결제하고, 학생의 과제물이나 진도를 확인하는 등 업무를 주로 한다.

대학생 알바 선생님을 대체할 수 있는 학원용 애플리케이션 서비스가 등장했다. 학원 관리 앱 ‘랠리즈’다. 랠리즈는 네이버 클라우드와 웅진씽크빅의 합작법인 ‘배컴’이 2022년 3월 출시한 학원 관리 앱·웹 서비스다.

출시한 지 10개월이 채 안 됐는데 5500곳 이상의 학원에서 쓰이고 있다. 배컴의 박기홍(44) 대표를 만났다.

랠리즈의 개발·운영사 배컴의 박기홍 대표다. 랠리즈 출시 10개월 만에 국내 5500곳 이상의 학원에서 랠리즈를 업무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더비비드

◇앱 하나로 학원 관리

랠리즈는 학생, 학부모, 학원 관리자, 강사의 니즈를 한 데 모은 것이다.

학원에선 학원생 출결 관리부터 학원비 수납 등 학원에서 발생하는 모든 업무를 랠리즈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 화상강의, 화면·문서 공유, 퀴즈 출제 등 학습 기능도 있어 비대면 교육 도구로도 활용할 수 있다.

(왼쪽부터) 학원장이 청구서를 발행하는 화면, 학부모가 청구서를 받고 결제하는 화면. /랠리즈

학부모 입장에선 자녀가 다니고 있는 여러 학원을 랠리즈 앱 안에서 함께 관리할 수 있다. 수강료 간편 결제부터 자녀의 학업 성취도와 출결 상태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일반 메신저처럼 학생, 학부모, 강사 간 일대일 소통과 공지사항 확인도 가능하다.

랠리즈는 모든 이용자가 무료로 쓸 수 있다. 비용이 부담스러워 학원 운영 인력이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못했던 중소형 학원들에서 인기가 많다.

◇이 사업 되겠다 생각한 이유

경영 전략 컨설턴트로 일하며 10년 넘게 신사업을 기획하거나 경영 전략을 손보는 일을 했던 박기홍 대표. /박기홍 대표 제공

박기홍 대표는 한양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카이스트 경영학 석사과정을 밟은 경영 전략 컨설턴트 출신이다. “10년 넘게 신사업을 기획하거나 경영 전략을 손보는 일을 했습니다. 주로 유통업, 교육업계 기업의 컨설팅을 하다가 웅진씽크빅의 제안으로 배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죠.”

컨설턴트로서 10주 기한의 프로젝트형 과제를 맡아왔던 그에게 배컴의 대표 자리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한 확신 없이는 뛰어들 수 없었다. “2021년 통계청 자료를 보니 각종 교습소가 12만개를 넘었어요. 2021년 사교육비 총액은 23조4000억원이었고요. 학령 인구는 감소하는데,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대 규모였습니다.”

큰 시장 규모에 비해 이렇다 할 디지털 서비스가 없다는 점이 그를 움직였다. “출석, 화상수업, 결제 등 기능별로 분산된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비용이 부담돼 원장이 직접 번거로운 일을 도맡는 경우가 많았죠. 프랜차이즈 형태의 대형 학원은 자사 온라인 서비스가 구축돼있다고 해도,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학원 간 호환이 안 되는 문제가 있었죠. 학원마다 앱을 내려받아야 하는 식이죠. 학원, 학생, 학부모 중 어떤 사용자도 디지털 서비스의 이점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시장이었어요.”

◇사용자 모두에게 이점이 있는 서비스

랠리즈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박기홍 대표. /더비비드

합류 직후 서비스 구체화에 나섰다. 수도권의 중소형 학원 원장을 만나 학원의 주요 업무를 물어보며 기능을 추가했다. “대부분의 학원에선 역할이 3가지로 나뉘더군요. 원장, 실장, 강사요. 원장은 교육자인 동시에 자영업자이기에 매출에 민감해요. 원장을 위해 학원생 증감 추이, 수강료 수납 현황 등의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했죠. 실장은 주로 학부모와 상담, 수납 관리, 신입생 등록 절차를 담당합니다. 앱에서는 이 역할을 문자 상담 창구, 수강료 청구서 전송, 학원 검색 서비스를 통한 홍보 기능으로 구현했어요.”

가장 집중한 부분은 ‘강사의 역할’을 랠리즈로 구현하는 과정이었다. 강사에게는 랠리즈가 업무량을 줄이는 편의 도구여야 했다. “랠리즈 도입이 강사 입장에서 ‘귀찮은 일’이 되지 않도록 사용법을 간편화했습니다. 랠리즈 앱 내의 주요 기능을 자동화했죠. 별도의 문자나 메신저앱을 따로 이용해 학부모에게 일일이 안내할 필요 없이, 강사가 랠리즈에 학생 정보만 입력하면 알아서 학부모에게 알림이 전송되게 했습니다.”

학부모와 학생이 랠리즈를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단순 알림 이상의 기능을 추가했다. “학부모가 여러 자녀를 여러 학원에 보내도 랠리즈 앱 안에서 자동으로 보기 쉽게 구분됩니다. 달력에 자녀 별 학원 스케줄, 결제 시기가 한눈에 보이죠. 수강료 청구서와 함께 월간 학습보고서도 받을 수 있습니다. 학생에게는 학원의 시험 일정과 숙제 등의 공지 사항을 앱 하나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편리하죠. 또 화상 강의 기능과 같은 학습 도구를 구비해 오프라인과 온라인 교육 환경을 넘나들 수 있게 했습니다.”

학원에 설치된 랠리즈의 원생 출석 서비스. 랠리즈 서비스의 일부이다. /랠리즈

학원이 랠리즈를 도입해야만 배컴도 성장하는 상황. 앱 서비스의 개발과 동시에 영업 전략을 세웠다. “’어카운트 매니저’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전담 영업사원이에요. 학원에 랠리즈 직원이 직접 방문해 랠리즈 앱 설치와 기능 설명을 하죠. 40~50대 원장이 있는 학원들에 빠르게 도입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서비스가 무료인 데다 기능을 선택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접근 장벽을 더 낮췄다. “이미 온라인 서비스를 활용해 사업을 운영하는 학원들을 감안해 랠리즈의 기능을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어떤 학원은 문자 상담 기능만 원할 수도 있고, 또 다른 곳은 출석 확인이나 공지 기능만 사용할 수 있죠. 학원의 여건에 따라 기능을 택할 수 있으니 학원 입장에선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요.”

대기업 합작법인이라는 강점도 십분 활용했다. “네이버 클라우드의 기술력을 활용했기 때문에 보안 성능은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합니다. 결제 이력과 강의 영상 자료, 수업 자료 모두 안전하게 보관됩니다.”

◇학원업계 ‘배민’이 목표

학원 통합 관리 서비스 ‘랠리즈’의 박기홍 대표. /더비비드

서비스 출시 직후부터 지금까지 월간 가입자 수와 활성 이용자 수가 50% 이상 성장하고 있다. 랠리즈를 통한 학원비 결제액은 매월 90%씩 증가하고 있다. “학원 관계자는 출석 확인 기능과 공지 기능을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워킹맘 학부모 사이에서 반응이 좋은 기능은 자녀 별 학원 스케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스케줄링 기능과 수강료 간편 결제 기능이에요.”

추후 학원 광고 기능, 비대면 화상 강의 등 일부 서비스를 유료화해 수익을 낼 계획이다. “초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도 있지만, 전국 학원의 95%는 소규모로 운영됩니다. 서비스 이용료를 과금하는 방식으로는 사업을 지속하기 힘들죠. 더 많은 학원이 입점하면 학원 검색 서비스가 활성화될 거고, 광고 기능을 도입할 수 있을 겁니다. 랠리즈의 광고가 학원 매출에 기여하면 수수료를 받을 수도 있겠죠. 우선은 수익 창출보다 앱의 안정적인 사용 구조를 구축하는 데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김영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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