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어스트림' 박성민 대표 인터뷰
창업 기업은 한 번쯤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등 큰 시행착오를 겪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지납니다. 이 시기를 견디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력, 서비스를 갖고 있다고 해도 생존하기 어려운데요. 잘 알려지기만 하면 시장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중소기업이 죽음의 계곡에 빠지게 둘 순 없습니다. 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당뇨환자는 하루 4번에서 많게는 10번까지 손가락을 바늘로 찔러 혈당 수치를 측정한다. 식사에 포함된 당 함량을 따져서 인슐린양을 얼마나 주입할지 스스로 계산해야 한다. ‘점심으로 먹을 고구마에 들어간 탄수화물의 양이 50g이니까, 인슐린을 50ml 주입해야지’와 같은 계산을 끼니마다 한 후 직접 주입까지 한다.
큐어스트림의 박성민(48) 대표는 당뇨환자의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인공췌장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당뇨는 췌장의 인슐린 분비 능력이 망가지는 병인데, 인공췌장을 통해 자동으로 혈당 수치를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혈당 측정은 물론 인슐린 투여도 필요없게 된다. 당뇨 환자의 삶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박 대표는 포항공과대학교 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 교수다. 그를 만나 당뇨인의 삶에 주목하게 된 계기를 들었다.
◇당뇨 환자 불편 줄이는 인공췌장 시스템
당뇨환자의 고충을 해결하는 제품이 없는 건 아니다. 가는 바늘이 박힌 패치 형태의 연속혈당측정기를 몸에 부착하면, 5분 단위로 혈당을 측정해 스마트폰에 데이터를 보여준다. 매번 인슐린을 주사하는 과정을 생략하는 인슐린 펌프라는 기기도 있다. 인슐린이 담긴 통과 연결된 바늘 패치를 몸에 부착하고, 주사가 필요할 때 버튼을 눌러 인슐린을 주입하는 형태다.
하지만 각 기기는 장기간 부착 시 세균 감염의 우려가 있어, 혈당기는 10일에 한 번, 펌프는 3일에 한 번씩 바꿔줘야 한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혈당기는 개당 10만원, 펌프는 4만5000원 수준이다. 게다가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 간 연동 기능이 아직 없어, 혈당을 수시로 확인하고 인슐린 주입을 결정하는 과정은 오롯이 환자의 몫이다.
큐어스트림의 인공췌장 시스템은 혈당 관리의 완전 자동화를 목표로 한다.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 펌프를 애플리케이션과 연동시켜, 별다른 식사 기록 없이도 알아서 신체에 인슐린을 주입하는 구조다. 가상 환자 모델로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2023년 하반기 안정성 검증을 위한 임상시험, 2024년 정식 판매를 위한 인허가 과정을 거쳐 2024년 하반기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2019년 12월 창업 후 투자금 16억원을 유치했다. 2022년에는 아산나눔재단의 창업보육센터 입주기업으로 선정돼 마루180의 사무공간을 지원받고 있다.
◇유학파 의료기기 전문가, 연구 도중 창업 결심
박 대표는 1998년 미국 인디애나주로 건너가 퍼듀대학교 전자공학과에 입학했다. 학사 졸업 후 지도교수의 권유로 석·박사 통합과정을 거쳐 2006년에 졸업했다. “학부생 3학년 때, ‘의용 공학’이라는 세계를 알게 됐습니다. 전자공학 기술로 이식형 의료기기를 만드는 일이었죠. 당시 화두는 MRI 검사 기계를 통과해도 고장 나지 않는 인공 심장 박동기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공학도 의술처럼 인간 수명 연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껴 석사 때부터 의용 공학을 집중 공부했죠.”
2006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의 의료기기 개발 기업 ‘메드트로닉’의 R&D 센터에서 근무했다. 당뇨병에 관심을 두게 건 2014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로 이직한 이후다. “삼성헬스 앱 개발 기획팀에서 스카우트 제안이 왔습니다. 전 직장에선 병원에서 쓰이는 전문 의료기기를 다뤘다면, 새롭게 헬스케어에 도전하는 일이라 관심이 생겨 바로 응했습니다. 유병 환자가 많고, 완치법이 없어 지속적인 관리를 해줘야 하는 질병을 주로 다루는 자리였죠. 비만·고혈압·당뇨와 같은 성인병에 대해 집중 연구했습니다.”
2016년 6월 포항공대로 자리를 옮겼다. “헬스케어 앱을 개발하면서 가장 어렵게 느낀 분야가 당뇨였습니다. 다양한 의료기기를 한 번에 제어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당뇨 환자 데이터가 꼭 필요했죠. 각종 연구 개발 데이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학교로 옮겨 연구를 이어갔습니다.”
◇환자 가격 부담 줄이는 기술 없을까
2019년 12월 연구실에서 큐어스트림을 창업했다. 인간의 개입 없이 혈당을 자동 조절할 수 있는 의료기기 개발을 목표로 삼았다.
초심으로 돌아가 당뇨병의 발병 원리부터 알아봤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은 모두 포도당으로 분해돼 혈액을 통해서 체내에 흡수됩니다. 이때 췌장이 분비한 인슐린이 포도당과 결합해 세포 속으로 들어가죠.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거나 분비된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세포로 들어가지 못한 포도당이 혈액에 남아 혈당수치가 오르고, 당뇨병이 되는 겁니다.”
혈당수치가 장기간 올라가 있으면 끈적한 혈액이 혈관을 좁히고, 심하면 막히게 한다. 합병증이 오기 전에 치솟은 혈당 수치를 잠재워야만 한다. 당뇨 환자가 수시로 혈당을 확인하고, 체내에 인슐린을 주입하는 이유다.
인슐린을 미리 한꺼번에 주입해놔도 안 된다. 저혈당 쇼크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혈당수치가 낮아지면 뇌에 포도당이 공급되지 못해 의식을 잃을 수 있어요. 인슐린 주입량을 알고리즘으로 프로그램화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죠.”
인공췌장 알고리즘을 만드는 데만 3년이 걸렸다. “연속혈당기에서 측정된 혈당 수치에 따라 컴퓨터 프로그램이 알아서 인슐린 투여량을 계산하고, 이 값을 인슐린 펌프에 지시하는 원리입니다. FDA가 공인한 연구개발용 가상 환자 시스템을 이용해 제품을 개발했죠. 컴퓨터 프로그램에 몸무게·키·혈당 등 변수를 입력하면 무수히 많은 환자 데이터가 산출됩니다. 각각의 환자 데이터에 인공췌장 알고리즘과 기존의 수동 인슐린 주입 방식을 적용해보고 효과를 비교해보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큐어스트림이 개발하는 인공췌장 시스템은 앱 형태다. 당뇨 환자가 사용하는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 펌프를 앱에 등록해 이용하는 방식이다. 서비스 특성상 시중의 주요 연속혈당기 및 펌프 제품과 호환돼야 한다. 그 테스트를 해가면서, 기존 기기의 한계였던 바늘 패치 교체 문제도 해결하고 있다.
제품 호환에 앞서 직접 인슐린 펌프 제품을 만들어 인공췌장 프로그램의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모듈형 펌프를 고안했습니다. 기존에는 인슐린 펌프 기기 전체를 3일마다 교체해야 했는데, 신체와 직접 닿는 바늘 패치 부분만 따로 떼어낼 수 있게 설계해 그 부분만 교체하는 거죠. 환자의 비용 부담을 덜 수 있고, 쓰레기도 덜 발생하죠. 처음엔 펌프 기기 기업과 협력해 호환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이 오래 걸려 직접 시제품 펌프를 만들자는 목적이었는데요. 개발하다 보니 기존 제품들에 비해 상품성이 뛰어나다고 생각돼 모듈형 인슐린 펌프도 출시할 계획입니다.”
◇2024년 제품 출시 목표
큐어스트림은 2019년 창업 이후 6건의 당뇨 치료 관련 특허 기술을 확보했다. 6인의 연구진이 인공췌장 앱 서비스 출시를 위해 달리고 있다. 인공췌장 시스템을 개발하는 기업은 국내에서 큐어스트림이 유일하다. “당뇨 관리기기를 시작으로 난치병 관리형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입니다.”
당뇨 의료기기 기술 발전을 위해선 혈당 관리를 위한 제품들에 폭넓은 건강보험 적용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속혈당기, 인슐린펌프 등 상용화돼있는 제품들이 있어도 아직 많은 당뇨환자가 바늘로 손가락을 찌르는 원시적인 방법을 씁니다. 비용 때문이죠. 연속혈당기의 경우 1형 당뇨환자만 2022년 8월부터 보험 적용을 받게 됐어요. 국내에선 성인 10명 중 1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는데, 신제품 출시 속도에 비해 보험 적용이 느리게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뇨병이 일상생활을 방해하지 않게끔 사회와 연구 기업 모두의 노력이 필요해요.”
/김영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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