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순간

"내 일에 재능 없다 스스로 생각한다면 이렇게 해보세요"

더 비비드 2024. 6. 24. 14:48
한선수 재활 훈련장 직접 가봤습니다


2007년 대한항공 점보스에 입단해 우리나라 간판급 배구 선수로 자리매김한 한선수 선수. 이름부터 운동선수의 운명을 타고났다.

올해 서른아홉 살로 베테랑을 넘어 노장으로 꼽히지만 도전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가 오랜 기간 전성기를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한선수 선수의 하루를 따라가봤다.

재활 운동 중인 한선수 선수. /이들의 순간 캡처

◇배구 선수가 희열 느끼는 순간은

한 선수는 배구 선수가 꿈이었던 건 아니라고 말했다. /이들의 순간 캡처

배구 선수가 꿈이었던 건 아니다. 그보다는 어릴 때 뭣 모르고 시작한 것에 가깝다. “국민학교(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배구를 시작했어요. 어린 마음에 뭣도 모르고 하다 보니 프로 선수까지 왔네요.

꿈은 아니었지만 배구가 좋았다. 수십 년간 배구 한 길만 판 비결이다. “배구만 하다 보니 좋고 재미있었어요. 물론 4학년 때 학교에 배구부가 창단하지 않았으면 다른 길을 걷지 않았을까 싶어요.”

스스로를 재능 없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순간 캡처

‘연봉킹’, ‘우리나라 최고의 세터’. 한선수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그럼에도 스스로를 ‘재능 없는 선수’라고 소개한다. “저는 재능은 없어요 점프력도 그렇게 좋지 않아요. 신체적 비율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뛰어난 편이 아니죠. 저는 되게 평범했어요. 그저 열심히 한 것 같아요.”

반나절을 함께 한 그는 시종일관 과묵했다. 오랜 세월을 함께 한 동료가 보는 한선수는 어떨까. (대한항공 리베로 정성민 선수) “(한선수 선수와) 같은 팀에서 뛴 지 이제 7년째 됐습니다. 한 선수는 약간 츤데레 스타일이에요. 선수들에게 쓴소리를 하는 걸 보고 처음엔 ‘성격이 좀 까칠하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생일 때 후배들을 잘 챙겨요. 커피 같은 것도 사서 놓고 가고.”

같은 팀 정성민 선수는 한선수 선수를 '츤데레'라고 묘사했다. /이들의 순간 캡처

조용한 성격이지만 감정까지 무딘 건 아니다. 경기장에서 팬들과 교류하는 순간이 가장 큰 행복이다. “코로나 때문에 관중이 없었잖아요. 당시엔 경기하는 즐거움이나 희열 이런 게 많이 떨어졌던 것 같아요. 그냥 연습 게임하는 것 같았죠. 경기할 때 관중이 있고 없고 차이가 많이 커요. 관중이 있어야 응원하는 힘을 받잖아요. 득점했을 때의 함성, 선수는 이런 것에 희열을 느낍니다.”

특별한 기억을 공유한 팬에 대해 설명 중인 한선수 선수. /이들의 순간 캡처

특별한 기억을 공유하는 팬도 있다. “이제 어느 경기장이건 와서 항상 따라다니며 응원하는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가 저와 승석이를 주제로 한 사진전을 열어서 아이들을 데리고 갔습니다. 이런 인기의 비결에 제 딸들이 있습니다. 귀여운 아이들 덕분에 저희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배구가 꿈이 아니었다는 한선수의 새로운 꿈

그는 마흔 두 살까지는 선수 생활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의 순간 캡처

꽤 오랜 기간 대한항공 점보스의 주장을 맡고 있다. “같은 구단의 가장 어린 선수와 거의 스무 살이 차이 납니다. 주장으로서의 무게를 꽤 많이 느끼죠. 팀을 끌고 가야 하니까요. 상황이 안 좋으면 주장에게 모든 질문이 쏟아지죠. 주장은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중간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보다 열심이지만 나름의 은퇴 계획이 있다. “원래는 마흔 두 살까지는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무릎도 안 좋아지고, 점점 안 좋아지는 부위가 생기네요. 나이가 들수록 몸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그런데 팬 들은 오십 살까지 하라고 합니다.”

 

은퇴 후 다른 나라에서 배구 시스템에 대해서 공부하는 게 꿈이다. /이들의 순간 캡처

배구가 꿈은 아니었다고 했지만, 배구가 새로운 꿈을 만들어 주긴 했다. 코트를 완전히 떠나면 공부를 할 생각이다. “기회가 되면 다른 나라의 배구 시스템과 언어를 배울 겸 공부하러 떠나고 싶어요. 세 딸과 함께요. 아이들은 영어를 배울 수 있겠죠.”

물론 아직은 아니다. “지금은 감사의 마음으로 배구에 매진하려 합니다. 지금은 내가 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요.”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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