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비시 전자기기 구독 서비스 '폰고' 박민진 대표
“원래부터 구두쇠 정신이 강해서 새 것을 사본 적이 거의 없어요. 자동차를 포함해서 대부분 중고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구두쇠’라고 소개하는 청년이 있다. 그는 특유의 구두쇠 기질을 살려 리퍼비시(반환된 상품 중 성능에 이상이 없는 부품을 골라 재정비하거나 개선한 제품을) 전자기기 구독 서비스 ‘폰고’(phoneGO)를 개발했다. 폰고의 운영사 피에로컴퍼니의 박민진 대표 얘기다. 그가 버려질 뻔만 전자기기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박 대표의 하루를 따라가봤다.
◇구두쇠 정신에서 출발한 아이디어
피에로컴퍼니는 리퍼비시 전자기기 구독 서비스 ‘폰고’의 운영사다. 폰고를 통해 리퍼한 아이패드, 아이폰, 애플워치 등의 기기를 렌털하거나 분할 결제로 구매할 수 있다. 새 제품은 아니지만 단순 개봉 정도의 S급 제품을 원하는 만큼 구독해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폰고 아이디어는 박 대표의 철저한 구두쇠 정신에서 출발했다. 손목에 찬 애플워치와 평소 타고 다니는 테슬라 차량도 모두 중고로 마련한 것이다. “저희 회사의 미션 중에 환경과 관련한 미션의 비중이 큽니다. 자원의 선순환을 목표로 중고 기기를 활용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어요. 새 기기들이 만들어 질 때마다 환경에 과부하가 걸리거든요. 중고 기기를 활용한 사업을 통해 얼마나 탄소를 저감할 수 있는지 모니터링하는 특허도 냈죠.”
폰고에서 휴대폰을 구독하면 한 달에 얼마를 지불해야 할까. “아이폰 14프로 기준으로 요금제와 기기값을 포함해서 한 달에 6만원대가 나옵니다. 일반 대리점을 통해서 휴대폰을 마련하는 것 보다 훨씬 저렴하죠. 휴대폰 대리점은 고객들이 내는 금액의 일부를 가져가는 구조다 보니까 비싼 요금제를 추천할 수밖에 없어요.”
6만원의 구조를 파헤쳐 보면 다음과 같다. “저희가 월 3만7000원 정도의 구독비를 받아요. 여기에 알뜰폴 요금제를 더한 가격이라고 보면 됩니다. 무제한 요금제 기준으로 보통 3만원 정도의 요금비가 부과됩니다. 통신3사의 통신망을 공유하기 때문에 품질엔 차이가 없습니다.”
그렇게 매월 8000만원 가량의 매출을 내고 있다. 지금까지 2000여명이 조금 안되는 구독자를 유치했다. “서비스 시작 약 1년만의 성과입니다. 구독자를 빠르게 모은 비결은 단연 가격 경쟁력입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맥북 같은 인기 전자 기기를 하루에 얼마 내고 사용할 수 있다는 문구로 눈길을 끈 다음에 진짜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니까 광고 성과가 좋았던 것 같아요.”
이 외에 휴대폰 판매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내 기기 판매하기라는 서비스도 있어요. 판매 희망자가 매물을 올리면 저희를 포함한 다른 입점 대행업체들이 입찰을 합니다. 그 중 최고가를 제시한 업체에게 매각할 수 있는 온라인 경매장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직장 생활 4개월만에 관둔 이유
젊은 청년이지만 사업에 잔뼈가 굵다. “캐나다에서 유학을 했을 때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여러가지 일들을 했습니다. 당시 캐나다 구스라는 브랜드의 아우터가 유행했는데요. 세탁소 사장님과 ‘물건을 많이 가져다 올 테니 좀 싸게 세탁 해달라’고 흥정하고, 중고장터에 있는 캐나다 구스를 싹슬이해서 세탁소에 드라이를 맡겼어요. 세탁이 완료된 옷을 한국에 팔았죠. 이 사업으로 굉장히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당시 아르바이트 하던 친구들이 많았는데 그 친구들이 일하는 시간 대비 4분의 1 정도만 일하고 훨씬 많은 돈을 벌었어요. 그때부터 사업이 적성에 맞다 생각했어요.”
직장 경험도 있다. 다만 4개월 만에 짧게 끝났다. “그 당시 상무님이 자꾸 절 더러 김밥을 사오라고 시키셨어요. 다섯 번 시키면 관둬야겠다 생각했는데, 딱 다섯 번째 시키는 날 사표를 냈습니다. 물론 이 일이 아니더라도 사업은 했을 것 같아요. 회사생활을 하면서 크게 성취감을 느끼진 못했거든요.”
이 사업을 하기 위해 초기에 투입한 자금은 약 2억원이다. “캐나다 구스 사업을 비롯해 조금씩 종잣돈을 모아둔 것과 아르바이트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번 돈을 사업에 투자했습니다. 진짜 힘들었어요.”
아직 큰 경제적 보상을 누리고 있는 건 아니다. “저도 월급 받고 살고 있습니다. 한 달에 250만원을 받아요. 절약하며 살다 보니까 250만원이 부족하지는 않아요. 다행히 누적 투자 금액은 약 13억원 정도 됩니다. 다행히 투자자들을 납득시킬만한 성과는 내고 있습니다. 서비스 지표가 잘 나오고 있거든요. 매달 40% 이상 성장하고 있습니다.”
젊은 대표라 서러울 일도 많았다. “협업 파트너를 만나는 과정에서 나이가 있으신 분들로부터 무시 당하곤 했어요. 제 겉모습만 보고 ‘너희가 하는 서비스가 되겠냐’, ‘사업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 소리를 한 분도 계셨죠. 상처가 될 말도 많이 들었어요. 사기꾼이라는 말 되게 많이 들었고요, 너네 같은 놈들 때문에 우리가 다 죽는다는 소리까지 들은 적도 있어요.”
사업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통의 스트레스 강도 수준을 벗어나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낙천적이기만 해서도 안 되고요. 굉장히 영리하게 긍정적이어야 하죠. 창업을 왜 하려고 하는 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가 없다면 창업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스트레스의 강도나 이런 것들이 굉장히 세거든요. 성과를 내지 못하고 포기하면 안 하는 것만 못한 거라고 생각해요.”
한국을 넘어 해외 무대를 꿈꾼다. “저희가 하고 있는 서비스가 해외에서도 충분히 먹히는 비즈니스란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해외로 진출해서 내년 하반기까지 기업가치 1000억원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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