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순간

대를 이어 '세상 가장 편한 신발' 만드는 31살 사장

더 비비드 2024. 6. 24. 13:21
기능성 깔창 및 신발 제조 스타트업
나인투식스 기희경 대표의 하루

나인투식스를 이끌고 있는 기희경 대표. /이들의 순간 캡처

스타트업 나인투식스는 기능성 깔창 및 신발 제조 스타트업이다. 나인투식스를 이끌고 있는 기희경 대표는 올해 만으로 30살인 청년 여성이다. ‘제조업 창업’이라는 험지에 도전장을 내민 그의 창업 성적표는 어떨까. 기 대표의 하루를 따라가봤다.

◇발 편한 보행을 위해 도입한 최첨단 소재의 정체

나인투식스는 자사 브랜드 ‘워킹마스터’를 통해 발 통증 완화에 특화된 깔창과 신발 등을 만든다. /이들의 순간 캡처

나인투식스는 자사 브랜드 ‘워킹마스터’를 통해 발 통증 완화에 특화된 깔창과 신발 등을 만든다. “2017년 대학교 졸업을 하기도 전에 창업했어요. 아프리카 여행 중 오래 걸었던 경험이 계기가 됐어요. 당시 아버지께서 기능성 신발 사업을 하고 계셨는데요. 그때 신었던 신발과 깔창을 몸소 체험하면서 저도 발을 편하게 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워킹마스터 브랜드의 주력 제품은 ‘물컹슈즈’다. “소비자 분들이 신발 착용 후 말랑하다, 물컹하다고 말씀해주신 걸 바탕으로 네이밍을 했습니다.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었습니다. 인솔, 미드솔, 아웃솔이 모두 다른 공장에서 제조된 것이고 봉제도 다른 공장에서 진행하거든요. 제작하는 데 시간이 엄청 오래 걸려요. 가격은 9만원대인데요. 제작 시간과 기능성 신발인 점을 고려하면 저렴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인투식스에서 제조한 신발의 핵심은 실리콘 깔창이다. /이들의 순간 캡처

핵심은 ‘실리콘 깔창’이다. “실리콘을 기능성 깔창에 활용한 사례는 최초입니다. 실리콘은 사실 우주선 같은 데 활용하는 최첨단 소재입니다. 이런 소재를 사람들의 보행 생활에 접목한 건 굉장히 혁신적인 발상인 셈이죠. 지금도 연구 개발을 많이 하고 있어요. 해외의 신발 브랜드와 협력해서 신발에 기능을 더하는 작업을 앞으로 많이 할 것 같아요.”

얼마전 신상품인 물컹슈즈 2.0과 3.0을 출시했다. 사진은 3.0의 모습. /이들의 순간 캡처

얼마전에는 신상품인 물컹슈즈 2.0과 3.0을 출시했다. “물컹슈즈 1.0에서 2.0, 3.0으로 갈수록 물컹함의 정도가 덜합니다. 쿠션감이 너무 좋은 것도 오히려 발에 안좋거든요. 서비스업 종사자나 서서 오래 일하시는 분들에게는 2.0을 추천드립니다. 3.0은 트레킹이나 등산에 적합한 신발이에요.”

◇청년 대표가 질시와 무시에 대처하는 법

젊은 여성 대표로서의 고충을 토로하는 기 대표. /이들의 순간 캡처

회사 직원들과 나이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그래서 발생하는 고충이 있다.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가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할 때가 많아요. ‘아 이 사람이랑 그냥 사적으로 만나면 되게 좋았겠다. 그러면 나도 내 감정을 풍부하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적으로 만나는 게 아니니까 절제해야 되는 것들이 많고, 거기서 서로 상처를 받기도 해요. 본심은 그렇지 않단 걸 알아줬으면 해요.”

바깥세상에서는 결이 다른 고민거리가 그를 괴롭혔다. “공장 사장님들이나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싶어서 찾아간 업체에서 처음엔 저를 그렇게 신뢰하지 않으셨어요. 무시당하는 느낌도 많이 들었죠. 남성 종사자가 많은 제조업의 특성상 ‘여자가 뭘 알아’ 이렇게 단정 짓는 분들도 많이 계셨어요.”

같은 길을 걸었던 아버지도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이들의 순간 캡처

질시와 무시에 대한 돌파구는 ‘인정하기’다. “젊다는 것도 무기인 것 같아요. 저는 모르면 그냥 모른다고 말하는 편입니다. 처음엔 사람들이 나를 무시할까 봐 아는 척을 해봤는데 어차피 들통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모른다고 하고 알려달라, 도와달라 하니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신 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직원들한테도 모르면 모른다고 하라고 강조해요. 모르는 건 잘못이 아니잖아요. 젊은 사업가만의 특권인 것 같아요.”

같은 길을 걸었던 아버지도 큰 힘이 됐다. “물질적인 도움을 주신 건 아니지만 심리적인 지지대가 돼 주셨어요. 아버지가 계시지 않았으면 저는 창업을 못했을 것 같아요. 주변에 창업하시는 분들을 보면 부모님을 따라서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창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타고난 것도 복받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도전 후 매일매일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깔창 제작으로 출발한 사업은 신발 제작으로 영역을 넓혔고, 다양한 경로의 판매처도 확보하는 중이다. 정직원은 9명으로 늘었다. “백화점에 입점했습니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 단독 매장이 있어요. 작년 기준으로 15억원의 매출이 나왔습니다.”

주 소비자인 2030대층에 맞춰서 라이브 커머스나 SNS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순간 캡처
기희경 대표 /더비비드

기존의 기능성 신발 브랜드와 다른 길을 걷는 중이다. “저희 브랜드의 주 소비자인 2030대층에 맞춰서 라이브 커머스나 SNS홍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기능성 신발 브랜드가 고수해왔던 전통적인 오프라인 판매 방식을 벗어나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취의 비결은 ‘실패해도 괜찮은 자유로운 상태’다. “사업을 처음 하시는 분들은 실패하는 것도 경험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하는 것 같아요. 한 대표님은 ‘거 신용불량자 되면 어때’라는 마음가짐으로 사업하신다고 하셨어요. 부양할 가정이 있는 분도 그런 각오로 하시는데 저는 아직 자유롭잖아요. 그래서 아직은 더 도전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는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일다 한번 해보자’ 이런 생각이었거든요. 30대인 지금은 두려운게 많아져서 못할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창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두려움이 덜 생길 때, 약간 가벼울 때 시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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