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건강관리 스타트업 브레싱스 이인표 대표의 하루
“6년 전 회사 다닐 때 마지막 연봉이 지금 연봉보다 높습니다.”
창업은 관성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일정하지 않은 소득과 업무의 불확실성을 온전히 감내해야 한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브레싱스의 이인표 대표(39) 역시 창업 후 걸어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그거 주목한 것은 ‘호흡’이다. 위급한 상황에 놓였을 때 숨부터 확인할 정도로 호흡은 중요하다. 그러나 폐는 ‘침묵의 장기라 불릴 정도로 질병이 있어도 증상이 잘 발현되지 않는다. 평소 폐 관리를 잘하고 질병을 조기에 발견해야 하는 이유다. 그는 여기에 착안에 폐 건강관리 기기 불로(BULO)를 만들었다. 창업 전에 누렸던 것을 내려놓고 불로에 사활을 거는 중이다. 강원도 원주의 의료기기종합센터에서 열린 강원 의료기기 전시회에서 그를 만나, 하루를 따라가봤다.
◇25살부터 떨어지는 폐활량, 쉽게 관리하는 법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브레싱스는 호흡과 관련된 의료기기들을 제조하고 있는 회사다. 불로는 비의료기기이고 의료기기 인증을 받은 버전이 따로 있다. “간편하게 폐 건강을 측정할 수 있고, 병원에서는 진단을 할 수 있는 그런 제품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요소들을 녹여서 폐 건강 관리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그런 일들을 하고 있죠.”
브레싱스의 폐 관리 기기는 스틱 형태로 크기가 손바닥 만하다. “저희 제품은 작고, 정확하고 간편하게 폐 기능 검사를 할 수 있습니다. 굉장히 큰 차별점이죠. 주머니에 쏙 넣었다가 쏙 뺄 수 있습니다.”
불로를 사용하면 폐 나이를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폐활량이 뛰어난 20~30대 프로 운동선수들의 폐활량을 확인하면 19살로 나온다. “처음 1초에 얼마나 많은 숨을 불어내느냐가 폐 나이를 결정합니다. 보통 스물다섯살에 폐 기능이 정점을 찍고 그 다음부터 폐활량이 매년 20~30ml씩 줄어듭니다. 만약 빠르게 줄어들면 문제가 있는 겁니다.”
불로의 경우 해외에서 먼저 출시했다. “2020년도에 미국에서 먼저 출시한 후 국내에서는2022년 출시했습니다. 이런 제품이 기존의 헬스케어 시장에 없었기 때문에 수요가 있을까 확인하는 게 먼저였어요. 그래서 국내보다는 건강에 관심이 많고 재미있는 제품에 대한 허용 폭이 넓은 그런 국가를 선택했습니다. 이왕이면 한 번 할 때 전 세계 국가를 아울러서 시장 상황을 확인하고 싶었어요.”
선 해외 후 국내 전략은 통했다. 이날 전시회에서도 베트남 바이어가 브레싱스의 제품에 관심을 보였다. “지난 4월 베트남 전시회에서 바이어들을 만났어요. 이런 게 베트남 병원에는 현재 없으니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조사해보니 베트남에 폐가 안좋은 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하노이 쪽은 중국 옆에 있다 보니 공기가 좋지 않고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이 많아서 대기오염이 심각한 상황이거든요. 이런 시장에서 쉽고 간편한데 비용도 저렴하게 폐 기능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가 있다면 분명히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인표 대표는 폐를 관리할 수 있는 꿀팁으로 ‘불로를 하는 것’을 꼽았다. “폐활량이 사실 가장 중요합니다. 업무처럼 집중력을 요구하는 상황이나 신체적인 액티비티를 할 때 퍼포먼스의 중심은 결국 호흡이거든요. 그런데 호흡을 쉽게 측정할 수 있는 수단이 지금까지는 없었잖아요. 그런데 불로를 통해서는 쉽게 호흡 상태를 측정할 수 있어요.”
이전까지는 불로가 유일한 호흡 측정 기기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2021년도에 CES에서 혁신상을 받을 때 첫 문장이 이거였어요. 세계 최초의 호흡운동과 호흡 건강 측정이 가능한 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마트 디바이스요. 저는 오히려 이런 제품들이 조금씩 조금씩 나오는게 이쪽 시장과 생태계를 키우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그런 시장이 빨리왔으면 좋겠어요.”
◇연봉이 반토막 나도 나를 믿어야 합니다
이 대표는 창업 전에 삼성전자에 재직했다. “삼성전자에서 휴대폰 카메라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했습니다. 재직 중 삼성서울병원 의사 한 분이 현재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어요. 그 아이템이 사내벤처로 선정됐고, 그 후 분사해서 창업한 케이스입니다.”
브레싱스는 이 대표의 개인적인 아픔에서 출발했다. “사실 어머니께서 폐암을 오랫동안 앓으셨습니다. 그 당시에는 폐를 관리할 수 있는 제품이 없었어요. 그런데 삼성서울병원 의사의 폐 관리 기기 아이디어를 접하고 이건 폐질환 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느껴서 팀에 합류했습니다.”
청운의 꿈을 안고 창업했지만 당면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현재 연봉이 제 나이 때 대기업에 다니시는 분들의 연봉의 절반보다 안됩니다. 6년 전 회사를 다닐 때의 마지막 연봉보다 지금 연봉이 더 낮아요. 창업하는 사람들은 돈을 월급으로 버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회사를 잘 키우면 돈은 따라오기 마련이죠. 처음에는 모든 것들이 기회비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약 7~8억원의 매출을 냈다. 매일 하루 13~14시간을 일하는 데 쏟는다. “지금 제 나이로 봤을 땐 한창 일할 때입니다. 지금부터 10년을 일해야 하지만 50살이 됐을 때 그 다음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과 노하우를 갖추게 되기 때문에 지금은 쉴 수 없어요.”
예비 창업자에게 강인한 정신력을 주문했다. “사업을 하다보면 당혹스럽고 어려운 순간들이 많아요. 믿고 의지할 수 있는건 자기 자신의 정신력 밖에 없습니다. 어떠한 어려움이 오더라도 항상 나는 반드시 해낼 거고, 내가 생각했던 미래를 내 손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과 확고한 신념을 지니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창업을 결심한 분이라면 진짜 각오해야 합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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