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점이 생기면 참지 못하고 해결해야 하는 영지 기자가 직접 물어봤습니다.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직업인 동영상 인터뷰 시리즈 ‘꼬집기’를 게재합니다. 꼬집기(記) 16화에선 ‘코모랄’을 만든 ‘SMD솔루션’의 김현정 대표를 만났습니다.
‘사랑니’는 사랑할 때 난다는 속설이 있는데, 정말 사랑니는 사랑할 때 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궁금증 해결을 위해 23년 차 서울대 치과마취과 교수이자 구강세정기 코모랄을 개발한 스타트업 SMD솔루션의 김현정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23년차 치대 교수가 보는 사랑니
사랑니와 사랑의 연결고리에 대해 알고 있을 법한 사람을 찾아가봤습니다. 서울대학교 치과병원에서 SMD솔루션 김현정 대표를 만났습니다. 김 대표는 1992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9년 서울대학교치과병원 치과마취과 교수로 발령받아 지금까지 환자를 보고 있는데요.
장애인 치과 진료를 위한 진정법과 전신마취를 연구하다 거동이 불편한 이들이 양치질 대신 쓸 수 있는 구강세정기 코모랄을 개발했습니다. 치아를 세정한 물을 기기가 자동 흡입하기 때문에, 물고 있는 것으로 치아 세정이 끝나는 제품입니다.
마우스피스처럼 생긴 워터렛을 본체에 연결하고 입에 넣어 작동하면 60개 물줄기가 360도에서 분사돼 잇몸과 치아 사이를 구석구석 세정하고, 그 물은 뱉을 필요없이 기기가 자동 흡입하는 제품이죠. 효율적인 잇몸 마사지와 플라크 제거 효과 때문에 구강 건강관리에 관심이 높은 사람에게도 높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2020년 1월 대기업과 쟁쟁한 스타트업이 모인다는 CES(세계가전전시회)에서 혁신상을 받았습니다. 2021년 11월엔 산업기술진흥유공 포상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았죠.
Q.사랑니는 정말 사랑할 때 날까요?
“아닙니다. 사랑니를 영어로는 ‘Wisdom tooth(지혜의 치아)’라고 부르죠.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사랑니는 진화와 퇴화의 흔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옛날엔 거친 것들을 씹어야 해서 하악(아래턱)이 컸는데요. 부드러운 음식을 먹다 보니 턱은 작아지는 데 비해 치아는 그대로 남았고 사랑니의 쓸모가 없어진 것이죠.”
Q.출산하기 전에 사랑니를 뽑지 말라는 속설이 있던데요?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사랑니는 양치질할 때 칫솔이 잘 닿지 않아 치주질환에 취약한 치아죠. 임신 중에는 면역기능이 저하되는데 그때 구강에 충치, 치주염 등 문제가 생기면 약을 쓰기 힘듭니다.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치과에 가서 충치가 있는지, 사랑니가 매복돼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선제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좋습니다.”
Q.사랑니가 매복돼있지 않고 똑바로 잘 나더라도 꼭 뽑아야 하나요?
“사랑니 발치는 치과계 내에서도 설왕설래하는 문제입니다. 언젠가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뽑으라는 주장이 대세였는데 ‘치아 이식’ 기술이 등장하면서 의견이 갈렸죠. 어금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사랑니를 옮겨 쓸 수 있는 기술이 처음엔 성공률이 50% 정도였는데 최근엔 80%까지 올라갔습니다. 제대로 난 사랑니는 생체 재료로 사용할 수 있으니 치아 이식을 생각한다면 양치질을 꼼꼼히 잘하면서 관리하도록 권하고 싶습니다.”
Q.치아 건강이 유전이라는 말도 있던데요?
“치아 건강의 유전적 요인 역시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우리 남편과 아들이 같은 교정과 교수님에게 치아 교정을 받았는데요. 치아 배열과 형태가 똑같다고 하더군요. 이처럼 유전적 요인을 무시할 순 없지만 ‘양치질’은 누구에게나 중요합니다. 연구기관에 따라서 양치질을 제대로 한다고 할 수 있는 성인이 15%도 안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
Q.양치질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요?
“2001년 서울대학교치과병원 부설 장애인 치과에서 진료를 보면서 모든 사람이 양치질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가령 발달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가만히 앉아있는 것조차 힘든데요. 입 속에 드릴, 석션 같은 장비가 들어갔을 때 갑자기 움직이기만 해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죠. 뇌성마비 환자, 치매 환자 등이 모두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에서 영감을 받아 마우스피스를 입에 물기만 하면 구강 내 이물질과 플라그를 제거해주는 구강세정기 ‘코모랄’을 개발했습니다. 세정한 물을 기기가 자동으로 빨아 들여서, 물을 뱉을 필요 없는 구강세정기입니다.”
Q.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요?
“30대 발달 장애인 환자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평생 한 번도 양치질을 한 적 없는 상태였기에 전신마취 하에 스케일링을 하기로 했죠. 3~4시간이 걸려 치석을 제거했더니 모든 치아가 다 흔들리더군요. 치석에 의해 치아가 유지됐던 것이죠. 이런 분들을 위해 코모랄을 개발했습니다. 세정한 물을 뱉을 필요없이 기기가 다시 빨아들이기에, 불편한 분들도 간편하게 구강 세정을 할 수 있습니다. 치아 교정 환자나 잇몸이 약한 분들에게도 좋습니다.”
/이영지 에디터
'이들의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를 이어 '세상 가장 편한 신발' 만드는 31살 사장 (1) | 2024.06.24 |
---|---|
"삼성전자 사표 내고 연봉 반토막 났지만 신나서 일하는 이유" (0) | 2024.06.21 |
"3평에서 시작, 전세 보증금으로 버텨 가며 20억원 매출 달성" (0) | 2024.06.21 |
“23년 다닌 삼성 사표 내고 칫솔 만드는 이유" (0) | 2024.06.21 |
"집에서 드시는 그 김치, 배추는 어디 걸로 하셨어요? 이게 맛나는데" (0) | 2024.0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