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평창 대관령 배추 농부의 하루
6년 전 강원도 평창군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로 떠들썩했습니다. 요즘은 2024 강원 동계청소년 올림픽 준비가 한창인데요. 연이어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을 만큼 겨울철 혹독한 추위가 불어닥치는 곳이죠.
그에 반해 여름은 살기 좋습니다. 평균 고도 600m가 넘어 여름철 평균 기온이 20도 내외로 서늘하죠. 다만 일교차는 큰 편인데, 그 환경이 여름철 배추를 재배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일교차가 클수록 배추에 이슬이 많이 맺히는데 여름철 고랭지 배추는 이슬을 먹고 자라면서 잎이 단단해지기 때문입니다.
해발 고도 760m인 강원 평창 대관령에서 45년 넘게 배추·무 농사를 짓고 있는 이가 있습니다. 대관령원예농협 임병철 이사(66)인데요. 고랭지 배추가 영글어 가는 무더운 여름날 임 이사의 하루를 따라가 봤습니다.
◇자식처럼 키우는 배추
임 이사는 대관령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방과 후 아버지의 농사일을 돕다가 중학교를 졸업한 이후 아버지를 따라 농부가 됐죠. 4000~5000평(약 1만5000㎡)의 땅에서 소로 밭을 갈고 호미로 김을 매던 시절이었습니다. 이젠 1만5000평(약 50만㎡)의 밭에서 연간 50~60톤의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드넓은 배추밭 한가운데에 서 보니 바람이 불 때마다 초록 물결이 일렁이는 듯했습니다. 산 너머로 풍력발전기가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는데요. 그만큼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임 이사는 “가을, 겨울철엔 모래가 날릴 정도로 바람이 세차게 분다”고 설명했습니다.
임 이사는 연신 허리를 숙여 가며 배춧잎을 매만졌습니다. 언뜻 어린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처럼 보였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임 이사는 “배추는 활짝 벌어진 상태로 크다가 수확할 무렵이 되면서 서서히 오므라들어야 한다”며 “예정보다 이르게 오므라드는 배추의 잎을 벌려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농부는 틈만 나면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자식처럼 애지중지 기르는 작물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이 ‘날씨’이기 때문이죠. 해발 고도가 높은 대관령은 물이 귀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비가 내려야 배추가 잘 큽니다. 임 이사는 “가뭄이 들 땐 20톤 들이 통에 물을 가득 담아 800m짜리 호스를 연결해 물을 뿌린 적도 있다”며 배추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1만5000평 배추 농부의 순수익
이날(8월3일)은 배추를 심은 지 약 40일 정도 된 시점이었는데요. 수확까지는 약 한 달이 남았죠. 임 이사는 “7~8명의 인부들과 함께 배추를 수확하면 5톤 트럭 2~3대를 꽉 채운다”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임 이사는 농협과 계약재배를 하고 있습니다. 작황에 따라 평당 단가를 달리 책정하죠. 임 이사는 “작년엔 평당 1만원에 계약했는데 올해는 작황이 좋은 편이라 1만500원 정도로 예상한다”고 했죠. 총매출에서 유지비용을 제하면 약 40%가 순수익으로 남는다는군요.
밭에서 갓 딴 배추를 반으로 갈라봤습니다. 마치 수박을 쪼개는 것처럼 경쾌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초록색 겉잎으로 감싸져 있던 안쪽에는 노란 속잎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습니다. 속잎을 떼어 바로 먹었는데 아무 양념장 없이도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임 이사도 덩달아 배추를 한 잎 베어 물었는데요. ‘아삭’하는 소리 뒤에 만족스러운 듯한 웃음이 이어졌습니다. 임 이사는 “고랭지 배추는 일교차 때문에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김치를 담가도 물러지지 않고 고소한 풍미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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