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질 막걸리 개발한 너드브루어리 이승철 대표의 하루
괴짜같은 범생이를 부르는 말, ‘너드(nerd)’가 최근 들어 긍정적인 의미로 더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특정 분야에 몰두하는 사람’이라는 뉘앙스를 풍기죠. 대놓고 ‘너드’라고 말하는 사람도 나타났습니다. 2021년 경상북도 상주시에 ‘너드브루어리’라는 이름의 양조장이 생겼습니다.
“술이 좋아 술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하는 상주주조 이승철 대표(32)는 과연 너드가 맞았습니다. 바질 막걸리를 개발해 지난 4월 국내 최고 권위의 주류 품평회에서 ‘2023 대한민국 주류대상’을 받았죠. 이 대표의 하루를 따라다니며 술에 흠뻑 빠진 그의 삶을 들여다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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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년이 경북 상주로 향한 이유
경북 상주시 남성동에 위치한 너드브루어리 양조장을 찾았습니다. 10~20미터 앞에서부터 구수한 막걸리 냄새가 풍겼는데요. 양조장에서 걸어나오는 이 대표는 검정색 점프수트를 입은 모습이었습니다. 정비공 콘셉트에 충실하기 위해 항상 갖춰 입는 복장이라고 하는군요.
사실 이 대표의 고향은 상주가 아닙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나고 자라 도시의 환경에 더 익숙하죠. 이 대표는 “막걸리의 재료로 쓸 수 있는 농산물이 상주에 많이 있다고 생각해 귀촌을 결심했다”면서 “너드브루어리에서 만드는 모든 막걸리는 상주 지역 농산물로만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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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를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이 대표는 “일단 밥을 지어야 한다”며 양조장 안쪽으로 안내했습니다. 이어 “상주산 찹쌀을 2~3시간 정도 물에 불린 다음 솥에 찌고, 밥을 식혀 누룩·효모와 함께 발효통에 넣는다”면서 스테인리스로 된 통을 가리켰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발효통 뚜껑을 열어보니 밥솥을 연 것처럼 밥알이 보였는데요. 이 대표는 삽을 가져와 뭉친 밥을 섞었습니다. 하루에 한번씩 뒤집어줘야 골고루 발효된다는군요.
효자 품목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막걸리 한 통을 꺼내왔습니다. 바질 막걸리 ‘너디호프’였죠. 여기까지 온 이상 맛은 봐야겠다는 생각에 잔을 들이밀었습니다. 마시기 전 잔을 얼굴 가까이 가져올 때부터 풋풋한 바질 향이 느껴졌는데요. 한 모금 들이켰을 때 그 향이 입 안 전체에 퍼졌습니다. 막걸리 특유의 꿉꿉한 냄새를 잡아줘 깔끔한 마무리감이 인상적이었죠. 현재 온라인몰에서 한정 공동구매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막걸리와 바질의 조합, 처음엔 의아했지만 맛을 보자마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습니다. 이 대표는 “바질을 찾기까지 수많은 실험이 있었다”면서 계피, 카카오 등 여러 식재료를 읊었습니다. 바질의 경우 요리 프로그램에 나오는 셰프들이 바질을 쓰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는군요. 이 대표는 “파스타, 뇨끼 등 서양 음식에 곁들일 막걸리로도 제격이라고 생각했다”며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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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와 함께하는 미래
쉴새없이 울리는 전화기에 대고 이 대표는 연신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바질 막걸리가 입소문을 타면서 생산량에 비해 주문량이 많아진 탓이었죠. 마케팅 비결을 묻자 이 대표는 싱긋 웃어보였습니다. “가장 확실한 마케팅 방법은 맛을 보게 하는 것”이라며 “지난 2년간 전국의 술 박람회는 죄다 찾아다녔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현재 온라인몰에서 한정 공동구매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의 목표를 물었더니 뜻밖의 이름이 나왔습니다. ‘제 2의 박재범’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죠. 가수 박재범은 강원도 원주에서 재배하는 쌀을 원료로 ‘원소주’를 출시한 바 있습니다. 이 영향으로 원주의 쌀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군요. 이 대표는 “상주의 쌀을 비롯한 여러 농산물을 활용한 막걸리를 만들어 상주 농산물의 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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