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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순간

"대구가 아녜요. 요즘 한국에서 사과가 제일 맛있는 곳은"

노현태 농부의 임계면 사과 과수원

 

사과의 품종 중 하나인 홍로는 9월 초에 수확해 ‘추석 사과’라고 불립니다. 사과 중에서도 알이 크고 과육이 단단한 편이며, 껍질 색이 선명해 ‘먹기 좋고 보기도 좋은 사과’로 알려져 있죠.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에서 나는 홍로는 향이 진하고 맛있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이 지역에서 4500평 규모의 사과 과수원을 운영하는 노현태(65) 농부를 만나 사과 농가의 하루를 들여다봤습니다.

https://www.youtube.com/embed/MeZ2qlXlicQ

◇사과가 왜 강원도에서 날까

탐스러운 색깔이 특징인 강원도 홍로 사과. /이들의순간 캡처

2000년대까지만 해도 홍로의 주산지는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경남 거창군, 경북 영주시, 청송군 같은 영남지역이었습니다. 사과는 밤 기온이 서늘할수록 당도가 높아져 일교차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남부지방에 열대야 현상이 나날이 심해지면서 사과 재배가 어려워졌죠.

결국 10여년 전부터 한반도의 사과 재배지가 북상했습니다. 그렇게 사과의 새로운 주산지로 떠오른 곳이 바로 강원도 정선군이죠. 군청에 따르면 이 지역의 사과 재배지는 2010년 50ha(약 15만평)에서 2020년 250ha(약 75만평)로 10년새 5배나 늘었는데요. 그중에서도 임계면은 정선군 내에서 홍로 재배를 먼저 시작한 지역 중 하나입니다.

◇강원도 청년의 50년 농사 인생

강원도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노현태 농부. /이들의순간 캡처

과수원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노현태 농부가 수확에 열중입니다. 1958년생인 노 농부은 임계면 토박이입니다. 1974년, 16살의 나이로 농사에 입문했죠. 감자 농사를 하시던 부모님의 업을 이어받은 건데요.

그땐 강원도 땅이 척박해 구황작물만 기를 수 있었습니다. 노 농부가 갖고 있던 땅은 고도가 높아 물도 대기 어려웠죠. 옥수수, 감자, 무, 배추를 길러 돈을 조금 모으면, 물길이 나 있는 인근의 논을 조금 빌려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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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도 햇빛 차단제가 필요하다

노현태 농부는 옥수수를 기르던 밭에 사과 묘목을 심었다. /이들의순간 캡처

노 농부는 2017년 옥수수를 기르던 밭에 사과 묘목 1900그루를 심었습니다. 사과나무 식재 후 3년의 기다림 끝에, 나무 한 그루에 130알의 사과가 열리는 알짜 밭이 됐죠.

올해의 경우 지난 9월 1일부터 홍로 수확을 시작했습니다. 9월이 연중 가장 바쁜 시기라, 새벽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밭에서 사과를 따죠. 유통하는 시간을 고려해 추석 연휴를 맞이하기 열흘 전까지는 홍로 수확을 모두 마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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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농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을 묻자 노 농부는 “껍질 색을 빨갛게 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이를 위해 햇빛을 가리는 잎은 따고, 바닥에 반사필름을 깔아서 열매가 햇볕을 최대한 많이 쬘 수 있게 한다는데요. 그렇다고 직사광선을 너무 오래 쬐면 열매가 변질된다고 합니다. 변질 현상을 막기 위해선 탄산칼슘을 물에 녹여 살포해야 합니다.

노 농부는 이 작업을 “피부에 선크림을 바르듯, 사과 표면에 햇빛 보호제를 발라주는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50년 경력 농부의 현실 조언

새빨간 홍로 사과는 예쁜 모습만큼이나, 당도 역시 높았다. /이들의순간 캡처

오전에 수확한 홍로는 매일 오후 임계농협으로 입고합니다. 현재 노 농부는 사과 농사로 연 1억원 이상의 매출을 냅니다. 지난해에는 구매할 장비가 많아 제반 비용으로 매출의 40% 정도 사용했다는데요. 올해는 매출의 30% 정도가 제반 비용으로 사용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노현태 농부는 사과 농사 외에도 옥수수 5000평, 소 20마리를 키우는 대농입니다. 50년 농사 경력이 이룬 결실이죠. 노 농부는 뒤늦게 만난 사과가 ‘고된 젊은 시절을 보상하는 포상 같다’고 답했습니다. 후배 농부를 위한 조언으로는 “농작물은 농부의 발소리 듣고 자란다”며, 어떤 작물을 기르던 부지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김영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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