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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순간

79년생 '스트리트 파이터' 금메달리스트의 근황

e스포츠 국가대표 금메달리스트의 하루

 

작년 ‘최고령 금메달리스트’로 세상에 얼굴을 알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스트리트 파이터 5 국가대표 김관우 선수. /이들의 순간 캡처

 

작년 ‘최고령 금메달리스트’로 세상에 얼굴을 알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스트리트 파이터 5 국가대표 김관우 선수. 79년생인 그의 도전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됐다. 비주류 장르인 대전격투게임 게이머의 삶은 어떨까. 김관우 선수의 하루를 따라가봤다.

◇일반인들과의 대결 결과

서울 노원역에서 그를 만났다. /이들의 순간 캡처

작년 겨울 서울 노원역에서 그를 만났다. 친구들과 오락실에서 두터운 정을 쌓은 추억의 동네다. “요즘은 온라인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어서 오락실에 자주 안 갑니다. 하지만 옛날엔 거의 매일 갔어요. 오락실에 가야지만 할 수 있는 게임이 많았거든요.”

김PD와의 대결. /이들의 순간 캡처

영상 촬영과 연출을 담당한 정PD와 김PD의 도전장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김PD와의 대결부터 펼쳐졌다. 김PD는 ‘달심’을 김관우 선수는 장기에프를 골랐다. 김PD는 달심 캐릭터의 주특기인 꿀밤 공격으로 기선제압을 하나 싶더니 장기에프의 공중공격에 전세를 역전당하고 말았다.

정PD와의 대결. 두번째 라운드는 접전이었다. /이들의 순간 캡처

 

두번째 경기는 정PD와의 승부였다. 김관우 선수는 유명 여자 캐릭터 ‘춘리’를 정PD는 ‘블랑카’를 골랐다. 첫번째 라운드에서 김 선수는 다리공격 전법으로 정PD를 손쉽게 이겼다. 망연자실한 정PD에게 김 선수가 꿀팁을 전수했다. 그러자 두번째 라운드는 접전이 됐다. 김 선수는 간신히 정PD를 눌러 체면을 차릴 수 있었다.

◇항저우에서 받은 한 통의 문자

그가 프로게이머가 된다고 선언했을 때 그의 부모님은 응원의 말을 건넸다고 한다. /이들의 순간 캡처

버젓이 직장 생활을 하던 아들이 프로게이머가 된다고 선언했을 때 그의 부모님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남들의 걱정처럼 반대하는 말씀이야 있었지만 열심히 하고 잘하는 것에 도전했다는 사실에 응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실제로 그에게 게임은 단순 오락 수단 그 이상이다. “게임이 질리지 않더라고요. 항상 새로워서 심적으로 힘들 때 게임으로 위로를 많이 받아요. 음악을 좋아하는 분이 있고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 있잖아요. 그런 것에서 느끼는 것을 저는 게임에서 느끼고 있습니다. 그냥 오락 플레이 이런 게 아니라 인생 같은 느낌이에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획득 후 어머니에게 받은 문자. /이들의 순간 캡처

항저우에서 금메달을 땄을 땐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셨다고 한다. “주변에서 먼저 이야기해줘서 알았다며 연락을 해오셨어요. ‘내 아들 너무 축하해, 엄마 너무 좋아. 조심히 와’라는 문자를 보내오셨죠.”

◇인생의 고난은 V 게이지 같은 것이죠

프로게이머가 되기 전에는 게임과 직장 생활을 병행했다. /이들의 순간 캡처

프로게이머가 되기 전에는 게임과 직장생활을 병행했다. 게임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하면서 틈틈이 대회에 출전하며 실력을 쌓았다. “회사 사람들이 제가 게임 잘하는 걸 알고 있었어요. 회사에 다닐 때도 큰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길게 연차를 내고 그랬거든요. 게임 회사다 보니 게임 대회에 참가하러 가는 것을 긍정적으로 봤던 것 같아요.”

현재는 ‘게임하는 백수’로 지낸다. 소속된 팀(2023년까지 계약)에서 지급되는 돈과 게임 방송으로 발생한 수익으로 생계 유지를 하는 중이다.

전업 프로게이머가 되자 직장 생활할 때보다 여유가 부족하다고 했다. /이들의 순간 캡처

 

금메달 획득 후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긴 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직장 생활할 때보다는 여유가 부족하다. “직장 다녔을 때와 비교하면 수입 측면에서는 그때가 낫습니다.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지 않으니까 그런 부분에 대한 불안감이 항상 있긴 합니다. 하지만 게임을 하지 않았으면 사람들과 교류를 하고, 촬영을 하고 이런 여러가지 기회들이 없었겠죠.”

‘인생 경험’의 측면에서 이 길을 선택한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상도 받고 이런 걸 통틀어 봤을 때 그래도 게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아직까지 들어요. 돈은 일시적이지만 경험이나 제 이름이 남는 명예들은 앞으로도 계속 남을 것이기 때문이죠.”

그는 인생의 고난을 스트리트 파이터 5의 ‘V 게이지’에 비유했다. /이들의 순간 캡처

인생의 고난을 스트리트 파이터 5의 ‘V 게이지’에 비유했다. “스트리트 파이터5에 V 시스템이라고 있습니다. 상대에게 데미지를 받을수록 상승하고, 그게 다 차면 활용해서 좀 더 강력할 기술을 쓸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발판이 돼서 크게 역전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하는데요. 힘든 시기가 와도 버티면서 V 게이지 같은 힘을 모으면 나중에 크게 역전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생기지 않을까요.”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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