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으로서 운동 선수 (6) 전직 복싱 국가대표 함상명 선수
화려한 발 놀림과 빠르고 강력한 펀치로 링 위에서 누구보다 빛났던 금메달리스트 복서 함상명. 복싱 팬들의 아쉬움 속에서 은퇴한 후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복싱 전 국가대표 함상명 선수의 링 아래의 일상을 따라가봤다.
◇진짜 복싱이 취미가 됐다
운동을 하기 위해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한 복싱 클럽을 찾았다. 복서라는 타이틀은 내려놓았지만 여전히 복싱을 즐긴다. 정말로 복싱이 ‘취미’가 된 것이다.
함 선수의 오랜 친구이자 해당 복싱 클럽의 관장인 이계현 씨는 함 선수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10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하는 선수입니다. 처음 복싱 시작할 때 막 운동장을 울면서 뛰더라고요. 중학교 1학년짜리가. 그때부터 ‘아 난 놈이다’ 생각했어요.”
간단히 몸을 푸는 운동을 한 후 섀도 복싱을 한다. 주먹을 쥐고 자세를 제대로 잡는 순간부터 얼굴에 가득했던 장난기가 싹 사라진다. 방패처럼 단단한 전완근을 앞세워 가드 자세를 취하다 공기를 날카롭게 가르는 펀치를 연신 날린다.
이날 함 선수의 전매특허인 ‘가젤펀치’도 선보였다. “제 특기는 가젤펀치입니다. 더 파이팅이라는 만화에서 처음 소개된 기술인데요. 만화에 저만의 방식을 도입해서 미리 연습을 했다가, 한 경기에서 선보이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섀도 복싱이 끝나면 샌드백을 치거나 스파링을 연습한다. 그의 훈련 과정은 청춘 영화 속 한 장면을 방불케 한다. 그만큼 멋과 에너지가 넘친다. “항상 연구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재미있게 복싱을 볼까, 어떻게 하면 복싱이 더 멋있어 질 수 있을까 생각하죠.”
모든 운동의 근간인 웨이트 트레이닝은 필수다. “복싱을 하다보면 손이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주먹을 계속 들고 있으니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죠. 이런 부담을 버티는 뒷심을 키우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이 필요합니다.”
마무리 운동은 복싱의 상징 줄넘기다. 매 훈련마다 3분씩 3라운드 정도를 뛴다. 줄넘기 선수라고 말해도 믿을 만큼 화려한 줄넘기 실력을 자랑한다. “필라테스, 요가 등 다양한 다이어트 운동이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복싱이 정말 최강입니다. 칼로리 소모가 엄청나요.”
◇연봉 1억 복서의 실업급여
가슴에 한자어로 ‘분골쇄신’ 타투를 새겼다. 뼈가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한마디가 선수 생활을 버티게 하는 힘이었다. 그 마음가짐을 매 경기 보여주기도 했다. 복싱 팬들은 경기의 경중에 상관없이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에 열광했다. 이날 함 선수에게 사진 촬영을 요청한 한 팬은 “워낙 멋있어서 은퇴 소식이 안타까웠다. 한 2년은 더 활동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톱 클래스였기에 선수 시절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았다. “약 1억원 정도의 연봉을 받았습니다. 복싱 실업 선수들의 연봉은 제각각입니다. 2000만원대 정도로 낮게 받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1억5000만~1억7000만원대의 연봉을 누리는 선수도 있습니다.”
해외 격투기 선수들의 삶은 ‘그사세’다. 맥그리거나 메이웨더 같은 스타급 선수들의 몸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 격투기판에서는 세계 진출이 좀 어려운 것 같아요. 저도 한번 나가보려고 했었는데 쉽지 않더군요. 은퇴해서 말씀드리는 거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힘이 약한 것 같습니다. 나라에서 힘을 좀 써줘야 합니다. 지금도 당장 떠오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어요.”
은퇴 이후로는 실업급여로 생활한다. “실업팀 감독님께서 (실업급여 신청방법) 알려주셔서 매 달 180만원을 받습니다. 처음엔 월급의 반도 안되는 금액이라고 생각했어요.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구직활동을 해야 해서 현재 파트타임으로 계속 일하고 있습니다.”
물론 무모하게 은퇴를 택한 건 아니다. 함 선수 대신 ‘함 코치’가 되고 싶어서 한 결정이다. “훗날 제 이름을 단 체육관을 열고 싶어요. 그 전에 관장님 아래로 들어가서 경영 같은 걸 배우고 있습니다. 저만의 방식과 개성이 담긴 체육관을 열고 싶어요.”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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