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대 방울토마토 주산단지,
세도 방울토마토 농가의 하루
충남 부여읍에서 동남쪽으로 24㎞가량 떨어진 세도면은 지하수가 풍부하고 평야 지역이면서 일조량이 많아 농업에 최적화된 땅입니다. 1960년대 중반부터 토마토 재배가 시작된 이 지역은 1990년대 중반 방울토마토 주산단지로 전환했습니다. 2019년 기준 세도 지역 방울토마토 재배면적은 약 260ha(78만6500평)로, 연 생산량이 1만7000톤(t)에 달하죠.
세도면에서 1만㎡(약 3000평), 하우스 12동 규모의 농장을 운영하는 청포농장의 김진태 대표는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충청도 토박이입니다. 농사 경력 40년의 베테랑 농부이기도 하죠. 김 대표를 만나 방울토마토 농가의 하루를 들여다봤습니다.
◇농사는 땅부자만 하는 것이라는 편견
김 대표는 대추방울토마토를 키웁니다. 대추방울토마토는 동그란 구형의 방울토마토보다 길쭉한 외형에, 당도가 높은 작물인데요. 세도 지역 농가 대부분이 이 대추방울토마토를 재배한다고 합니다.
청포농장과 유사한 규모의 농장을 스마트팜으로 구축하려면 약 20억원 이상이 든다고 합니다. 이런 경제적 장벽 때문에 ‘금수저, 땅부자들이나 농사한다’는 인식이 있는데요. 김 대표는 사실이 아니라고 손사래 칩니다.
“땅이 많이 있어야 부자라고 할 수 있어요. 저는 스스로를 소농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빌린 땅에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한 해 농사 지어서 집 짓고, 한 해 농사지어서 땅을 매입하며 규모를 키웠죠.”
◇출하기엔 새벽 5시 기상, 구슬땀으로 키운 소중한 한 알
김 대표가 키우는 품종은 ‘더하드’로 다른 품종보다 과실이 크고 경도가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과거엔 모든 하우스에서 방울토마토를 재배했지만, 얼마전부터 3분의 1은 대추밭으로 전환했다고 합니다. 방울토마토가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같은 수확기엔 새벽 5시에 기상해 아침부터 하우스를 둘러봅니다. 병충해가 발생한데는 없는지 두루 관찰하고, 땡볕이 내리쬐거나 무더운 날엔 차광막을 걸어주죠.”
그를 만난 날에는 순 작업을 하느라 열중인 모습이었습니다. 순 작업이란 이파리 옆 젖순을 제거하는 작업입니다. “순을 따줘야 양분이 방울토마토로 가서, 과실이 실하게 잘 큽니다.”
작년 4월 중순에 그를 만났습니다. 화창한 봄이지만 하우스의 온도는 40℃에 육박했습니다. 그럼에도 쉴 겨를 없이 움직여야 합니다. 점심 식사를 끝내자마자 다시 하우스로 돌아온 그는 고랑에 쌓인 순을 치우기 시작합니다. 김 대표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습니다.
◇농사 인생 40년 초유의 위기
누구보다 성실하게 밭을 일구었건만, 하늘이 항상 그의 편을 들어주는 건 아닙니다. 작년 봄에 방울토마토를 먹고 구토와 설사를 했다는 사례가 속출한 이른바 ‘쓴맛 방울토마토’ 사태로 세도 지역 농가들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문제의 ‘쓴맛 방울토마토’는 전량 폐기됐지만 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인식이 생기면서 소비가 쉽사리 회복되지 않았는데요. 김 대표 역시 농사 인생 40년 동안 처음 겪어본 유형의 위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방울토마토도 꾸준히 품종 개량이 이루어집니다. 세균에 강한 종자와 과실이 단단한 종자를 섞어 내병성과 내구성이 모두 좋은 종자를 만들어내죠. 사고가 발생한 품종도 좋은 의도로 개발된 된 신품종입니다. 비록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요.”
문제의 품종 재배농가는 극소수로, 대부분의 농가는 이 사태와 관련이 없었지만 방울토마토 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하면서 모든 농가가 안 좋은 상황에 놓였습니다. 방울토마토 시세는 60~80% 가까이 떨어졌죠. 반면 전기료 등 관리 비용은 배로 올랐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농사가 든든한 생계수단이 될 수 있을지 의문만 커집니다. “공산품은 40년 하면 눈 감고도 만든다는데 농사는 갈수록 더 어려운 것 같네요.”
속상하지만 농부로서의 본분에 집중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징징댄다고 누가 뭘 보태 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이겨내는 수밖에 없죠.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라면서요. 방울토마토 가격이 싸든 비싸든, 시기가 되면 수확해서 보내야 하기 때문에 농부들은 울면 울며 겨자 먹기로 작업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누군들 알았겠어요. 지금은 문제의 과실을 완전히 폐기 처분했기 때문에 믿고 드셔도 된다는 걸 소비자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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