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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순간

35년 전 남편따라 낙향한 서울 아가씨의 달달한 포도 농사

샤인머스캣 농부의 하루

신맛은 없고 망고를 연상케 하는 달콤한 향이 특징인 샤인머스캣. 포도알이 크고, 씨가 없어서 남녀노소 먹기 편한데요. 우리나라에서 2015년 재배를 시작해 10년도 채 안 됐는데 인기 품목이 됐습니다.

경북 상주 모서면에서 35년 넘게 농사를 짓고 있는 김명자 농부. /이들의순간 캡처

‘고소득 작물’이라 소문나면서 샤인머스캣 재배에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요즘 품질 관리가 안 된다는 오명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어떻게 하면 알이 튼실하고 달콤한 포도알을 만들 수 있을까요? 경북 상주시 모서면에서 7000평 규모의 포도밭을 운영하는 김명자(60) 씨에게 들었습니다.

 

속이 꽉찬 샤인머스캣 포도알. /이들의순간

명자 씨는 경기 이천에서 나고 자라 서울 이천에서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1989년 과수원집 아들을 만나 결혼해서 상주로 내려왔고, 농부가 됐습니다. 사과, 배, 복숭아를 거쳐 지금은 샤인머스캣과 포도알이 까만 켐밸 포도를 기릅니다. 현재 과수원 7000평 중 5000평에서 샤인머스캣이, 나머지 2000평에선 캠벨 포도가 자랍니다.

김명자 농부는 1989년 결혼 후 상주로 내려와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이들의순간 캡처

8월에 촬영한 영상에서 명자 씨는 한창 샤인머스캣을 수확 중이었는데요. 샤인머스캣은 포도 중에서 수확시기가 가장 늦은 품종입니다. 8월 중순부터 10월까지 수확하죠.

김명자 농부가 샤인머스캣 수확을 위해 비파괴당도 검사기로 당도를 재고 있다. /이들의순간

샤인머스캣은 재배비용도 일반 포도 대비 높은 편입니다. 명자 씨는 “5년 전 13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를 조성하는 데 땅값 제외하고 2억원이 들었다”고 했는데요. 인건비도 많이 듭니다. 그는 “송이당 40~45알 정도 과실을 다듬는 알 솎기 작업을 하려면 1300평 기준 하루 20명 정도의 인력이 2~3일간 동원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체력적으로 힘에 부친다는 김명자 농부. /이들의순간 캡처

2022년 샤인머스캣 흉작으로 출하량이 적었는데요. 일부 지역에선 상품 기준에 못 미치는 샤인머스캣이 유통되는 바람에 ‘샤인머스캣의 맛은 복불복이다’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죠. 명자 씨는 수확한 과실을 농협에 보내고 있습니다.

명자 씨는 “‘포도송이 아랫부분 당도가 16브릭스 이상, 중량 450g 이상’이라는 기준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한다”며 “그렇지 않은 열매는 유통되지 못하고 다시 농가로 돌아온다”고 했습니다.아랫부분 당도를 재는 이유는 송이 전체에서 하부 당도가 제일 낮기 때문입니다. 명자 씨는 "포도는 꼭지 부분이 제일 달다"며 "아랫부분 당도를 확인해서 최소 당도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직접 기른 샤인머스캣을 자랑하는 김명자 농부. /이들의순간 캡처

어떤 샤인머스캣이 달고 맛있을까요. 명자 씨는 “너무 푸르지 않고 살짝 노란빛이 감도는 포도송이를 찾으라”며 “무게가 700g 이상 나가는 너무 큰 송이도 당도가 떨어진다”고 했습니다.

30년 넘게 농사를 했지만 아직도 농사에 대해 다 안다고 말하진 못합니다. 명자 씨는 “같은 모서면에서 농사해도 시간이 흐르면서 기후나 토질 변화로 잘 자라는 작물이 달라진다”며 “계속 배우고 공부하지 않으면 농사 지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샤인머스캣 경우에도, 혼합형 밭과 노지에서 기른 묘목에서 열리는 열매가 어떻게 다른지 관찰하고, 다음해 농사를 어떻게 지을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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