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순간

“23년 다닌 삼성 사표 내고 칫솔 만드는 이유"

더 비비드 2024. 6. 21. 13:35
하이브리드 칫솔 잇티 개발한 SM LNS 임승모 대표의 하루

삼성전자에서 23년간 일하다 창업을 위해 독립을 결심했다는 임 대표. /이들의 순간 캡처

‘머슴살이를 해도 대감집에서 하라’는 말이 있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감집은 단연 대감집에 23년간 몸담았다가 제 발로 걸어 나온 인물이 있습니다. SM LNS 임승모 대표는 의료비 지원, 자녀 대학 등록금 지원 등 현금성 복지까지 외면한 채 독립을 택했습니다.

그가 택한 사업은 ‘칫솔’이었는데요. 사직서를 낸 이후 칫솔만 들여다봤을 정도로 ‘진심’이었죠. 홀로서기를 한 후의 삶이 얼마나 바뀌었을지 그의 하루를 따라가 봤습니다.

◇전동칫솔과 다른 전류칫솔

미세 전류 칫솔 잇티. /이들의 순간 캡처

SM LNS는 미세 전류로 염증을 제거하는 칫솔 ‘잇티’를 개발·출시한 회사입니다. 전기에 약한 세균의 특성을 이용해 입속 세균의 번식을 억제하는 원리죠. 칫솔에 전류가 흐른다고 하면 언뜻 위험해 보이는데요. 임 대표는 “사람 몸에도 전기가 흐른다”며 “딱 그 정도 수준의 에너지를 가진 전기를 이용했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무실에 사람은 단 한 명. 임 대표뿐입니다. 제품 기획, 연구 개발까지 혼자 하고 있죠. 임 대표는 스스로를 창업 2년차 새내기라고 소개했습니다. 1인 기업이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할 때도 있었는데요. 임 대표는 “독학으로 포토샵을 배워 브로슈어를 만들기도 했다”면서 직접 만든 브로슈어를 꺼내보였습니다.

임 대표가 독학해서 직접 제작한 브로슈어. /이들의 순간 캡처

2022년 7월 창업한 후 만 1년도 되지 않아 첫 제품인 잇티를 출시했습니다. 조심스럽게 매출 규모를 물었는데요. 임 대표는 “출시 2개월 만에 3000만~4000만원 정도 매출이 났다”며 웃었습니다. 수천만원이란 숫자를 듣자 칫솔의 정체가 궁금해졌습니다. 찾아간 김에 직접 사용해 보기로 했죠.

잇티는 겉으로 보기엔 기존 전동칫솔과 다를 바 없었는데요. 임 대표는 “시중에 있는 전동칫솔을 써 보니 솔 끝까지 진동 전달이 잘되지 않거나 손잡이 부분이 과하게 떨리는 제품이 많았다”며 “솔과 손잡이 사이를 살짝 띄우고 중간에 모터를 위치시켜 기존 전동 칫솔의 단점을 보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내가 딱 10년만 젊었으면

임 대표의 죽마고우라는 메디블루넷 서한교 대표. /이들의 순간 캡처

임 대표는 23년간 삼성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습니다. 삼성종합기술원·삼성전자·삼성전기를 차례로 거치며 전기나 회로, 센서 등을 연구했죠. 만 50세의 나이에 창업을 결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요. 임 대표는 “10년만 일찍 사업을 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이어 “지금의 연륜이나 인적 네트워크 등이 창업 초기 회사를 이끌어 가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며 스스로를 달랬죠.

든든한 인적 네트워크 중 하나는 메디블루넷 서한교 대표입니다. 어릴 적부터 친분이 있는 사이인데요. 임 대표는 “서 대표가 마케팅·영업 분야에서 일하고 있어서 조언을 많이 구했다”면서 서 대표를 치켜세웠습니다.

임 대표는 잇티를 홍보하기 위해 직접 양치 전후 사진을 찍었다. /이들의 순간 캡처

가장 확실한 마케팅 방법 중 하나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요. 잇티를 홍보하기 위해 별의 별 방법을 다 시도해 봤다고 합니다. 임 대표는 “치아를 일부러 지저분하게 보이게 하려고 3일 동안 양치를 안 하고 잇티로 양치를 한 다음 비포애프터 사진을 찍기도 했다”며 웃었습니다.

◇열정, 열정, 열정!

1인 기업이라 늘 바쁘다는 임 대표. /이들의 순간 캡처

창업을 후회한 적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임 대표는 “대표도 월급을 받는다”며 “자본금이 모자랄 땐 내 월급도 마련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아내에게 생활비를 주지 못해 집에 들어가는 길이 고통스러웠다는군요. 마침 촬영일로부터 일주일 뒤가 임 대표 부부의 결혼기념일이었는데요. 임 대표는 “하필 그날 출장이 잡혀 있다”면서 “대신 오늘 아내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한 저녁을 준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임 대표는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기꺼이 도전하기를 권했습니다. “나만의 아이템이나 기술이 있다면 그것이 곧 ‘열정’이 될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창업에 대한 생각을 말하는 임 대표의 눈이 열정으로 이글이글 타올랐습니다.

/이들의 순간 캡처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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