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왔다고? 지금 당장 강릉 바다 보며 일하라"는 회사

B2B 워케이션 스타트업 '디어먼데이' 권유진 대표의 하루

워케이션은 일을 뜻하는 영어 ‘work’와 휴가를 의미하는 ‘vacation’의 합성어입니다. 사무실이 아닌 휴가지에서 근무하는 것을 의미하죠. 코로나19 이후 원격 근무제도가 활성화되면서, 직원 복지 개념으로 워케이션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데요.

스타트업 디어먼데이는 기업에게 워케이션용 공간 예약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기업의 인사팀이 일일이 숙박 시설과 업무 공간을 따로 예약할 필요 없이, 워케이션 제도를 쉽게 도입할 수 있게 돕죠. 디어먼데이 강릉점이 있는 강릉 세인트존스 호텔에서 권유진 대표를 만나 창업 계기와 디어먼데이 워케이션 서비스의 특징을 들었습니다.

◇대기업 인사팀 출신 창업가

디어먼데이의 권유진 대표. /더비비드

권유진 대표는 대기업 인사팀 출신입니다. 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현대백화점 인사팀에서 7년간 근무했죠. 그는 코로나19를 겪는 동안 근무 방식의 변화를 실감하고 사내 워케이션 제도를 도입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임직원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이 제도를 활성화하고 싶었지만 인사 담당자 입장에서 워케이션 제도를 운영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 권 대표가 기업용 워케이션 공간 기획·예약 관리 서비스를 사업 아이템으로 구상한 계기죠.

디어먼데이는 인사 담당자의 몫을 대신합니다. 국내 유명 휴가지에서 숙박과 근무가 가능한 공간을 물색한 후, 해당 공간을 임대해 업무 공간을 꾸립니다. 현재 강릉·경주·제주 3곳에 숙박·사무 공간을 확보해 총 88석 규모의 워케이션 공간을 관리하고 있죠.

◇CEO가 써보고 좋아서 직원 데려오는 곳

디어먼데이 사무공간에서 근무하고 있는 뉴룩의 김인지 대표. /더비비드

오늘 방문한 곳은 디어먼데이 강릉점으로, 4성급 호텔인 강릉 세인트존스 호텔 옥상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용자는 바다 풍경을 만끽하며 근무하다가, 저녁에 호텔 객실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강릉 세인트존스 호텔 옥상의 근무 공간에서 디어먼데이를 통해 워케이션을 즐기고 있는 이용자를 만나봤습니다. 전통주 스타트업 ‘뉴룩’ 김인지 대표는 “양조장 완성 전, 사무실이 따로 없어 직원들과 디어먼데이 강릉점을 애용했다”며 “직접 이용해 보니 오히려 재택 근무할 때보다 업무 환경이 좋았다”고 했습니다. 또 “지금은 경기도 화성시에 사옥이 있지만, 큰 프로젝트가 끝났거나, 업무량이 많아 지친 기색이 보이면 직원들에게 워케이션 이용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워케이션 진입 장벽 낮추기 위한 노력

디어먼데이는 양질의 사무공간, 펫 오피스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워케이션 제도를 알리고 있다. /더비비드

디어먼데이는 ‘사무실보다 일 잘되는 공간’을 지향합니다. 전 좌석에 사무용 책상과 의자, 모니터, 연결 케이블이 있습니다. 고성능 와이파이와 별도의 회의 공간도 마련했죠.

보안을 중요하게 여기는 대기업을 위해, 강릉점과 경주점은  5~6인의 인원이 한 공간에서 근무할 수 있는 독립 사무실을 갖추고 있습니다. 별도의 보안 네트워크망을 구성할 수 있고, 도어락을 설치할 수 있죠.

바다가 한눈에 담기는 테라스로 나가니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바로 반려동물용 놀이터였죠. 사무 공간 옆에 ‘펫 오피스’를 기획한 이유를 묻자 권 대표는 “워케이션을 오고 싶은데 못 오는 분들의 유형을 파악하다, 반려동물 때문에 집을 오래 비우지 못하는 직장인의 고충을 알게 됐다”고 답했습니다. 이용자의 니즈에 귀 기울이는 권 대표의 세심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사업에 대한 포부를 밝히는 권 대표의 모습. /더비비드

권 대표는 ‘거스를 수 없는 업무 형태의 변화’에 따라 워케이션 시장은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유능한 인재들은 무조건적인 출근보다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유연한 근무제도를 선호한다”며 “기업이 임직원에게 일하는 장소에 대한 다양성을 쉽게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김영리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