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으로서 운동선수
올해 3회 연속 통합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운 남자 배구단 대한항공 점보스. 이곳의 주장 한선수 선수는 이번 시즌 ‘남자부 역대 최초의 세터 출신 정규리그 MVP’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팀의 승리를 견인한 덕이다.
운동선수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지만, 조금은 톡특한 그 이름 한선수. 대한항공 점보스의 세터 한선수 선수의 하루를 따라가봤다.
◇훈련보다 육아가 더 어려워요
한 선수는 2007년 대한항공 점보스로 입단해 서른 아홉 살인 현재까지 활동 중이다. 팬들 사이에서 미남 배구 선수로 유명하다.
특이한 이름은 의도된 바는 아니다. 형제와 사촌들이 수자 돌림으로. 자연스럽게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름이 좋게 작용했어요. 독특한 이름으로 부각된 것 같아요. 한 번 들으면 잊지 않으니까.”
그의 포지션은 공격수에게 공을 올려주는 연결자 ‘세터다’. 한 선수는 V리그 최고의 세터로 평가받고 있다. V리그 세터 중 유일하게 정규 시즌과 챔피언 결정전 통합 MVP를 기록했다. “저는 세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포지션이라서가 아니고요. 세터가 흔들리면 그 팀 전체가 흔들려버리는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이에요.”
한 선수는 뚝심 있는 세터다. 일각에서는 그의 경기 방식을 두고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선수에게도 계속 토스를 한다’고 지적한다. “세터는 고집이 있어야 합니다. 공격수가 실수해도 믿고 줘야 해요. 세터는 공격수의 기를 살려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공격수에게 힘을 불어넣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제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는 이게 맞다고 봅니다.”
그는 프로배구 사상 최초의 연봉 10억원대 선수이기도 하다. 다른 배구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4~5억원대다.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계약 당시) 세터가 거의 없었는데, 팀에서 세터를 가장 필요로 했거든요. 무엇보다 팀이 잘 된게 가장 컸어요. 팀의 성적이 계속 잘 나와서 연봉을 높게 올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10억이라는 연봉은 여러 상황이 맞물린 결과가 아닐까요.”
잘나가는 만큼 후배들을 살뜰히 챙겨주고 싶은데 여력이 부족하다. 돌봐야 할 자녀가 많기 때문이다. 한 선수는 세 딸의 아버지다. “후배들이 밥 사달라고 조르면 사주고 싶지만 사실 시간이 없어요. 아이가 셋이다 보니 시간 여유가 그리 많지는 않아요. 둘만 낳을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셋까지 갔네요. 막내가 생기니까 너무 예뻐요. 물론 쉽지 않아요. 훈련보다 육아가 더 힘든 것 같습니다.”
세 딸 중에서 첫째 효주는 팬들 사이에서 인기다. “효주가 경기장 가면 응원을 엄청 많이 하거든요. 완전 치어리더에요. 팬들이 정말 예뻐해 줘요.”
◇서른아홉 한선수의 끝나지 않은 도전
사회적으로는 젊지만 운동선수 생태계에선 ‘노장’으로 꼽히는 서른아홉이라는 나이. 나이가 선수생활을 가로막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요즘 체중을 줄이고 있습니다. 체중이 많이 나가면 관절에 무리가 많이 가거든요. 나이가 들어서요.”
특히 무릎 재활에 주력하고 있다. “공 훈련보다는 재활과 웨이트 훈련 위주로 운동하고 있습니다. 무릎 수술을 했는데도 계속 상태가 안 좋아서, 각별히 신경 쓰고 있어요. 이번 시즌에 수술했던 곳 옆 연골이 또 찢어져서 의사는 수술을 권했어요. 하지만 가급적 재활로 버텨보려 합니다. 나이가 있다 보니 수술은 최대한 피하려 해요.”
옆에서 한 선수의 재활운동을 돕던 대한항공의 이석재 트레이너는 그를 ‘말없이 자기 할 거 알아서 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그는 과묵한 편이다. 쉴 때도 과묵하게 쉰다. 그의 휴식 방법은 꽤나 인간적이다.
“제 MBTI는 ISFP입니다. 한 번 누우면 안 일어나기로 유명한 유형이죠. 실제로 시합을 뛰고 나면 그 다음 날 누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아요.”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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