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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얘깃거리 드림

요즘 인기 대학 교수들이 꼭 한다는 가욋일

대학 홍보를 위해
권위를 내려놓은 교수들

숙명여자대학교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교수님의 ASMR(소리로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 양자점 이야기’가 화제다.

‘교수님의 ASMR 양자점 이야기’./숙명여대 유튜브

숙명여대 화공생명공학부 권우성 교수가 ASMR로 2023년 노벨 화학상에 대해 들려주는 영상이다. 지난 16일 업로드된 이 영상은 조회수 10만회를 기록했다. 누리꾼들은 “숙명여대 학생은 아닌데 숙면여대 학생으로는 인정해 주시나요”, “교수님 이거 수업 아니고 ASMR인데 졸지 말라니 너무하시네요”, “학생들한테 섭외돼서 찍고 있는 교수님이 귀엽다” 등 재치 있는 댓글을 남겼다.

‘성균관대 교수님이 말아주는 탭핑&토킹 ASMR’./성균관대 유튜브

지난 18일 성균관대학교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성균관대 교수님이 말아주는 탭핑&토킹 ASMR’ 영상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강의 평가 읽기’, ‘만약 가르치고 싶은 다른 분야가 있다면’, ‘24학번에게 남기는 영상 편지’ 등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친근한 교수들의 모습을 선보였다.

교수가 대학 홍보를 위해 ‘엄근진’(엄격·근엄·진지) 틀을 깬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마산대학교 입학처 홍보 콘텐츠./마산대학교 입학처 공식 인스타그램

마산대학교 입학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입학처장이 직접 “24학번, 너 내 제자가 돼라”라고 하며 찍은 숏폼 콘텐츠가 올라와 있다. 조회수가 무려 963만회에 달한다. 댓글에는 “미래의 26학번입니다. 교수님 저도 받아주세요” “타 대학 학생도 제자로 받아주나요?” 등의 긍정적 반응이 이어졌다.

자신을 ‘안 박사’라고 칭하는 작업치료과 교수가 ‘홍박사님을 아세요?’ 노래를 패러디해 “그쪽도 작업치료과를 아세요”라며 춤을 추는 콘텐츠에도 1만2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유퀴즈에 출연한 이화여자대학교의 남성 교수 중창단./tvn

‘이화여대 아이돌’로 불렸던 이화여자대학교의 남성 교수 중창단도 매년 입학식에서 축하 공연을 펼치고 있다. 올해 입학식에서는 (여자)아이들의 ‘퀸카’를 패러디한 무대를 선보였다. 1997년 교수들의 모임에서 시작된 중창단은 매년 파격적인 선곡으로 입학식 무대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2022년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에 출연하기도 했다. 중창단은 “입시를 치른 신입생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이 공연뿐”이라며 학생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대학 교수가 기존의 권위적인 이미지를 내려놓게 된 배경 중 하나로 대학의 위기의식을 꼽을 수 있다.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신입생 충원이 점점 어려워지자 다양한 방식으로 브랜딩하는 학교가 많아지고 있다. 학교 운영난과 존폐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교수도 발 벗고 나선 것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3∼2029년 초중고 학생 수 추계’에 따르면 2023년 고3 학생은 39만8271명으로 2022년 43만1118명보다 7.6% 감소했다. 이는 1994년 대학수학능력시험 도입 이후 역대 최저치다.

지난해 대학알리미는 2022년 국내 4년제 일반 대학 187개교 중 신입생 충원율을 100% 달성한 대학이 39곳에 불과했다고 발표했다. 전국 대학 5곳 중 4곳에서 입학생 미달이 발생한 것이다. 이제 대학 홍보는 학령인구 감소의 여파로 구조조정 위기에 놓인 대학이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이 됐다.

/이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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