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오컬트 신드롬
한국이 오컬트에 빠졌다.
올해 초 개봉한 영화 ‘파묘’를 시작으로, 비주류 문화로 불렸던 오컬트 요소가 한국 문화 콘텐츠 곳곳에 스며들고 있는 모양새다.
오컬트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오컬트 영화 열풍의 시작은 ‘검은사제들’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11월 개봉한 ‘검은사제들’은 위험에 직면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미스터리한 사건에 맞서는 두 사제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악령이 깃든 박소담의 소녀 연기가 화제되며 관객 500만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보인 오컬트 영화는 나오지는 않았다.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오컬트 장르를 내세운 영화가 연달아 개봉하고 있기 때문이다.
2월 22일에 개봉한 파묘는 관객 1100만을 돌파했다. 영화 ‘파묘’는 미국 부동산 거부 집안에 묫바람이 크게 들어 풍수사 장의사 무속인 등에게 파묘를 의뢰해 무덤을 판 뒤 벌어진 사건들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다. 오컬트 장르 속 항일 운동의 역사와 문화를 다뤄 관객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6월 26일 개봉한 영화 ‘핸섬가이즈’는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재필’과 ‘상구’가 전원생활을 꿈꾸며 새집으로 이사 온 날, 지하실에 봉인됐던 악령이 깨어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병맛 B급 코미디와 오컬트 요소로 개봉 1주 차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관객들의 자발적 입소문으로 11일 손익분기점 관객 110만을 돌파하며 150만 돌파를 앞두고 있다.
오컬트에 빠져든 건 영화만이 아니다.
대탈출, 여고추리반을 연출한 정종연 PD의 ‘미스터리 수사단’도 화제다. 이용진, 존박, 이은지, 혜리, 김도훈, 카리나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사건들의 현장에서 직접 해결한다. 정종현 PD는 제작발표회에서 “‘X파일’처럼 초자연적인 미스터리만 다루는 집단을 만들어 미션을 수행하게 한 것이 가장 큰 프로그램의 특징”이라고 기존 추리 예능과 가장 큰 차별점을 언급했다.
SBS ‘신들린 연애’는 각 분야 점술가 남녀들이 직접 자신의 운을 점치며 운명의 상대를 찾아가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신들린 연애’는 키워드 트렌드 랭킹 서비스 랭킹파이가 발표한 7월 1주 차 연애 예능 프로그램 순위에서 SBS플러스, ENA ‘나는 솔로’를 제치고 1위에 등극했다. ‘신들린 연애’의 한 무속인 여자 출연자는 가장 자신 있는 음식이 제사 음식이라고 답하며 다른 연애 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는 출연자의 오컬트적 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영화, 추리, 연애까지 점령한 오컬트는 심리적 장벽을 낮췄다. 인공지능(AI) 기술 발달에도 여전히 오컬트 열풍은 현대인에게 현실에 대한 불만 해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돌파구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컬트 신드롬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재호 감독의 오컬트 공포물 ‘도깨비: 신체강탈자’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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