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4000원 커피가 앱에선 5000원, 모든 걸 비싸게 만드는 예약앱

더 비비드 2024. 7. 9. 11:26
더 빠르고 편리? 물가 상승 유발하는 예약 플랫폼

배달앱 주문이 보편화되면서 햄버거, 디저트, 한식류 등 배달 안되는 음식이 없다. /픽사베이
/더비비드

6일 서울 한 카페. 매장 안에 있는 메뉴판에는 아메리카노가 4000원이라 적혀있다. 같은 시각 배달앱 메뉴판에는 그보다 20% 비싼 5000원이라 표시돼있다. 카페 사장은 “앱 주문은 중개수수료, 포장비, 배달비 등이 들기 때문에, 매장 내에서 시키는 것보다 앱을 이용해 시킬 때 가격이 비싸다”고 했다.

같은 메뉴이지만 가격이 다른 ‘이중가격’은 배달앱을 이용하는 외식매장에선 이미 흔한 일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올 1월 발표한 내용을 보면, 지난해 11월 17~19일 서울 강남지역 배달앱 등록업체 65곳을 방문해 모니터링한 결과 37곳(56.9%)의 배달앱상 가격이 매장보다 높았다.

수수료를 주요 사업모델로 하는 플랫폼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플랫폼 사업자가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플랫폼 시대의 역설을 알아봤다.

◇더 비싼 서비스로 유도하는 호출 택시

아이스 아메리카노. /픽사베이
배달앱 화면. /더비비드

택시 호출 시장 80%를 장악하고 있는 카카오T는 요즘 ‘카카오T블루’ TV광고를 방송에 내보내고 있다. 최근엔 카카오T 블루를 타고 소감을 남기는 이벤트로 진행했다. 카카오T 블루 홍보를 위해서다.

소비자가 택시를 부르면 택시 기사가 잡아야 하는 일반호출과 달리, 블루 호출은 소비자가 택시 호출만 하면 강제 배차가 된다. 세스코에서 택시 내부를 방역했다는 마크도 붙어있다. 블루 호출은 일반호출은 물론 피크타임에 배차 성공률이 높다는 스마트호출보다 1000~3000원 비싸다. 더 빠르게 쾌적한 택시를 부르려면 웃돈을 줘야 하는 것이다.

/카카오T블루 TV 광고 캡처.

택시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불공정 거래로 시장을 독점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사 택시 서비스 ‘카카오T블루’에 콜(호출)을 몰아줘 택시산업 이윤을 독점하려 한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연 ‘플랫폼 택시 발전 및 독점적 지배시장 개선을 위한 세미나’에서 택시업계는 “카카오의 호출 콜 몰아주기기가 의심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숙박앱에서도 배달앱과 마찬가지로 ‘이중가격’인 경우가 많다. 직장인 이모(31)씨는 지난달 한 숙박앱에서 서울 광진구에 있는 한 호텔을 예약했다가 취소했다.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는 호캉스를 보내려 호텔을 알아보고 결제를 했는데, 호텔 홈페이지에 안내된 가격은 2만원이 더 저렴했기 때문이다. 호텔 측에 문의하니 “아무래도 수수료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이씨는 “이리 저리 알아보지 않고 편리하게 예약하려 이용한 숙박앱인데, 과거에 그랬듯 어느 곳이 더 싼지 꼼꼼히 찾아보고 예약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

◇비싸다고 외면하기 불가능해져

한 시민이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 /더비비드

이중가격에 대해 업주들은 어쩔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홍보, 마케팅을 위해 플랫폼 입점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천에서 개인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모(43)씨는 배달앱 입점한 지 1년 만에 월매출이 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3배 뛰었다. 기존에는 프랜차이즈 치킨집에 밀렸지만, 배달앱에 입점해 이벤트를 하고 좋은 리뷰가 달려 입소문이 나면서 주문이 늘었기 때문이다. 박모씨는 “배달앱을 통한 매출이 늘었지만 수수료도 만만치 않아 실상 가져가는 돈은 많지 않다”고 했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플랫폼이 편리한 서비스와 높은 효용을 제공하는 것만큼 수수료가 붙는 것 당연하다”고 말한다. ‘서비스가 좋을수록 수요가 몰리고 높은 가격이 정당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생활과 밀접한 음식값, 택시비 등은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오프라인보다 플랫폼에서 가격이 높은 경우는 물가 지수에 반영되지 않는다. 모든 자영업자가 가격을 다르게 하는 건 아니어서, 정확히 반영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물가 통계가 나올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다.

/이연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