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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직장인의 복지 혜택 "이 정도면 어떤 수준인가요?"

더 비비드 2024. 7. 9. 09:13

다음 중 자동차 판매 대리점 지점장이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까.

지난 한 해 동안 자동차 100대를 판매하는데 성공한 카 딜러 A. 지점장은 A의 성과를 인정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차원에서 그의 처우를 개선할 계획이다. 지점장은 기본급 인상과 파격적인 인센티브 지급 중 뭘 선택할지 저울질 중이다.

정답은 ‘파격적인 인센티브’ 지급이다. ‘둘 다 돈 많이 주니까 좋은 거 아니야?’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기본급과 인센티브는 ‘현금성 보상’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추산 근거와 작동 방식이 아예 다르다.

지난 9월 9일 디캠프 다목적홀에서 보상에 대한 인사 세미나가 열렸다. /디캠프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은 스타트업 일수록 안 살림을 잘 해서 최대 효과를 내야 한다. 보상은 경영자가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무기이자, 가장 큰 동기부여 수단인 까닭이다.

9월 9일 오후 7시, 디캠프 6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가 개최한 'HR 살롱 시즌2' 특강에 참석했다. 노동의 대가를 금전적으로 지불하는 ‘보상’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지 방법이 소개됐다.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기본급은 미래 역량, 인센티브는 과거 성과 기반

황성현 퀀텀인사이트 대표. /디캠프

황성현 퀀텀인사이트 대표가 멘토로 나섰다. 구글코리아, 구글 본사, 카카오 등 유명 빅테크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인사 분야의 전문가다.

황 대표는 딜러와 지점장의 사례를 들며 “만약 연봉을 2억원으로 올릴 경우, 내년에 그가 차를 한 대도 못 팔아도 딜러는 2억원을 다 받아 간다”며 “올해는 잘 했지만 내년에는 잘 할지 예측할 수 없는 영역에 돈을 많이 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본급은 미래 역량을 기반으로 추산하는 것이고 인센티브는 지난 1년 동안 보여준 성과를 기반으로 지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상의 종류와 구조. /황성현 퀀텀인사이트 대표.

보상 요소별 의미와 목적

  • 기본급: 현재와 미래 가치를 고려한 몸값. 인재의 역량과 시장 가격에 지불하는 것.
  • 보너스(인센티브): 과거 성과에 대한 보상. 6개월이나 1년 주기로 무조건 털어내야 하는 보상.
  •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회사에 오래 남아달라는 의미로 지급.
  • 기타: 동료 보너스, 스팟 보너스 등 보다 짧은 주기에 지급해 근로의욕을 일깨우는 보상 체계.

황 대표는“요소별로 지급 의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잘못 디자인하면 안 된다”며 “자원이 유한한 스타트업은 계획과 원칙을 세워서 보상 체계를 설계해야 예산이 낭비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황 대표는 '보상 철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디캠프

보상 계획과 원칙을 세울 때 근간이 되는 것이 그 회사의 ‘보상 철학’이다. 보상 철학이란 채용 시장에서 우리 회사가 경쟁사들 사이에서 차지하는 위치나 수준을 뜻한다. 예컨대, ‘총 100곳의 경쟁사 중 연봉 기준으로 50번쯤 자리하겠다’는 기준이 그 회사의 보상 철학이 되는 것이다.

보상 철학을 정립한 기업은 수용 가능한 선과 불가능한 선이 명확하기 때문에 채용 시 뜬구름 잡을 일이 없다. 황 대표는 “미국의 경우 경쟁사의 보상 수준에 대한 시장조사가 철저하다”며 “반면 한국 기업은 내가 몇 번째인지, 경쟁사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가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급여 테이블 설계는 이렇게

금여 테이블 설계하는 법을 설명하고 있는 황 대표. /디캠프

황 대표는 급여 테이블을 설계하는 방법도 설명했다. 그 첫 단계는 ‘직급별 기본급 범위’ 설정이다. 통상 기본급의 중간값(median)을 기준(100%)으로 80%와 120%까지 그 직급에 적절한 기본급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B회사 사원급 직원의 기본급 중간값이 3500만원이면, 2800만원(80%)부터 4200만원(120%)까지 사원급의 연봉 수준이라고 간주하는 것이다. 연차가 쌓일 때 범위 내에서 기본급을 올리다가, 승진할 경우 새 직급 기본급 중간값의 80%에서 출발하면 된다.

/디캠프

직급은 같아도 기본급은 다르기 때문에, 인센티브를 부여할 때 기본급을 고려해야 한다. 만약 직급은 같지만 기본급의 차이가 큰 두 직원이 고과에서 같은 성적을 받았을 경우 급여 수준이 낮은 직원에게 높은 직원보다 더 높은 인센티브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단기 인센티브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1년에 한 번만 인센티브를 주는 건 가장 나쁜 방법”이라며 “보상은 잘게 쪼갤수록 에너지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분기, 반기 보너스뿐만 아니라 호텔 숙박권, 동료 보너스도 사내에 활기찬 에너지를 일깨우는 좋은 수단이다. 이처럼 적은 금액으로도 회사 구성원에게 고마움을 전달할 수 있다.

복리후생 역시 큰 범위에서 보면 '보상'의 일환이다. 스타트업이 제공하는 복리후생의 예시들. /황성현 퀀텀인사이트 대표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인재를 영입할 때 비장의 무기처럼 활용되는 스톡옵션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황 대표는 입사 제안 시 파격적인 스톡옵션 비율을 제시하는 문화를 두고 “스톡옵션 비율을 정할 때는 정말 신중해야 한다”며 “입사하자마자 높은 비율로 스톡옵션을 지급하는 것 보다는, 연차가 쌓일수록 스톡옵션 비율이 누적되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황 대표는 “기본급, 보너스, 스톡옵션 모두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보상 시스템을 운영할 때는 예측 가능성을 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가한 이들은 멘토에게 감사를 전했다. /디캠프

디캠프의 HR 살롱 시즌2는 조직관리 경험과 인사 지식이 부족한 스타트업 창업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HR 교육 과정이다. 이날 세미나는 마지막 세션이었던 만큼 참가자들은 연사에게 감사를 표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그동안 제품 만드는 데만 치중하다가 HR 살롱을 통해 경영하는 법을 배웠다”며 소회를 밝혔다.

/진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