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워치 코리아 조강연 부대표의 스타트업 인재 영업기
창업 기업은 한 번쯤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등 큰 시행착오를 겪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지납니다. 이 시기를 견디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력, 서비스를 갖고 있다고 해도 생존하기 어려운데요. 잘 알려지기만 하면 시장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중소기업이 죽음의 계곡에 빠지게 둘 순 없습니다. 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인사만사(人事萬事)라는 말이 있다. 알맞은 인재를 적합한 자리에 써야 회사 운영도 잘 된다는 뜻이다.
핀테크 스타트업 ‘페이워치 코리아’의 조강연 COO(최고운영책임자)는 이 원칙을 일찍이 깨달았다. 인사업무에 힘을 쏟은 덕분에 내로라하는 기업에서 핵심 인력으로 인정받던 실력자들이 모두 페이워치에 입사하게 됐다. 조강연(50) COO를 만나 핀테크 스타트업의 인재 영입 비결을 들었다.
◇동료 따라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이직
페이워치 코리아는 급여 선지급 모바일 앱 서비스 ‘페이워치’를 개발한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쉽게 말해 일한 만큼 급여를 미리 받는 ‘가불(假拂)’ 서비스다. 월 50만원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월급을 선지급 받을 수 있다. 일한 시간만큼의 급여가 근로자의 페이워치 앱 내 전자 지갑에 쌓이고, 이를 인출하는 방식이다. 신용등급 조회가 필요 없어 기존 금융권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금융 취약계층도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2021년 7월 정식 앱을 출시해 많은 사회초년생 가입자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누적 13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탄탄한 인력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진출도 하고 있다. 이달 초 말레이시아에서 서비스를 론칭했다. 8월에는 홍콩, 내년 초에는 필리핀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금융 계좌를 보유한 인구는 전체 인구의 30% 수준입니다. 평균 5%대의 빠른 경제 성장률 대비 금융 소외 문제가 심각하죠. 페이워치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연세대 경영학과 91학번이다. 1998년 졸업 직후 삼성생명에 입사해 18년 동안 금융업에 몸담았다. “회사에서 재경업무를 담당했는데요.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2000년 외국계 은행으로 이직했어요. 씨티은행에서 한국 지배인과 싱가포르 아태본부 이사로 근무했습니다. 다양한 국적의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게 재밌더라고요. 이후 도이치증권사에서 2015년까지 한국 CFO(최고재무관리자), 홍콩 아태본부 상무로 있었습니다.”
의외의 경력을 갖게 된 건 2016년부터다. 스포츠 마케팅 회사로 이직한 것이다. “사실 학창 시절 잠시 축구선수를 했을 정도로 축구를 좋아해요. 제가 쌓은 커리어로 스포츠 산업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죠. 벨기에 프로축구구단의 CFO와 신사업개발 임원으로 근무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전형적인 금융기업의 업무수행 방식을 배웠다면 여기서는 ‘팀워크’를 배웠다. “직접 경기장에서 뛰진 않지만, 여러 사람이 모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경험을 했죠. 축구팀 특성상 리그 진출, 우승 같이 목표와 성과가 가시적이잖아요. 하나씩 이뤄가면서 뿌듯함을 느꼈죠.”
페이워치 코리아에 합류한 건 2020년 2월이다. 김휘준 대표의 사업 구상을 듣고 반했다. “김 대표님과는 20년 전 씨티은행 동료였어요. 당시 팀은 달랐지만, 대표님이 신사업을 기획하면 제가 타당성 분석과 재무 관리를 맡았죠. 오랜만에 본 대표님에게 사업 계획을 들었는데요. 서비스 자체가 정말 가능한지 궁금하더라고요. 신용조회도 안 하고, 이자도 없는 가불이라니 전통 금융회사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도전 욕구가 샘솟더군요. 창업 초기였는데, 바로 합류해 사업의 모양새를 함께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적 가치에 반한 능력자들 다 모였네
조 COO가 합류하게 된 다른 이유가 있다. 페이워치 코리아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것이다.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돕는 서비스를 만든다고 생각하니 꼭 합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통 금융기관에서 사회초년생이 대출을 받기 쉽지 않아요. 신용등급도 낮고, 개인 자산도 없으니까요. 아르바이트생과 같은 시급제 근로자의 경우 안정성이 낮다는 이유로 더 돈을 마련하기 어렵고요. 예상치 못하게 다쳐서 목돈이 나가거나, 월세나 공과금을 못 내는 경우처럼, 월급 받기 전 급전이 필요한 경우는 때때로 생기는데 말입니다”
사회적 기업이라는 점은 매력적이었지만, 수익을 만드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기를 발휘했다. 서비스를 알려 투자금을 확보한 것이다. “투자 유치가 중요했어요. 입사하자마자 UN과 APEC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2020 핀테크 경진대회에 도전해 우승했습니다. 수상 기록을 바탕으로 국내외로 투자 유치를 받으러 다녔고요. 지금까지 130억원 이상의 투자금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한국 사업 운영을 안정화한 뒤 인력 정비에 집중했다. “사업 확장을 위한 핵심 인력을 직접 꾸렸어요. 다양한 배경을 가진 각 분야 전문가들을 한 데 모셨죠. 에어비앤비 고객 경험 담당자, AI 머신러닝 개발자, 20년차 은행 기업금융 담당자, 산업공학 박사 등 전직이 다양해요. 다각도의 시각으로 사업을 기획해야 섬세한 서비스가 탄생하기 때문입니다.”
특정 분야에 성공 경험이 있는 사람을 위주로 고용했다. “모든 걸 잘할 필요는 없어요. 전문 분야만 있다면, 부족한 점은 서로 보완하면 됩니다. 다양한 시각을 공유할 수 있는 열린 마음만 갖추면 되죠. 세상에 없는 서비스를 만들려면 모든 변수를 고려할 수 있어야 해요. 서비스 개발자, 홍보 담당자, 대외 협력 담당자 모두 한 팀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말레이시아와 홍콩 현지 법인 핵심 인력도 직접 뽑았다. “구성원을 모두 채용하기까지 저를 포함한 3명의 경영진이 2020년 3월부터 1년간 거의 매일 면접자 2~3분을 봤어요. 고된 일이지만, 경영진 모두가 찬성하는 분만 채용했죠.”
팀원에게 주인 의식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했다. “페이워치의 스톡옵션을 주고 주인 의식을 고양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스톡옵션은 우리 회사의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잖아요. 근로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서는 이만한 방법이 없죠. 기업 성장이 개인 성과로 이어지니까요.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출신, 터치앤고(TouchNGo) 등 핀테크 기업 출신의 금융 전문가를 위주로 팀을 꾸렸습니다.”
핵심 인력을 구축하니 현지화가 저절로 됐다. “한국은 금융 규제에 맞춰 월 50만원으로 가불 한도를 고정해야했지만 해외는 급여 가불에 대한 인식이 개방적인 편입니다. 직접 가불 한도를 정할 수 있었죠. 국가별 물가 수준이나 최저시급, 중위소득 등을 고려했습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우리나라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2019년 기준 월급의 중간값은 5800링깃(160만원)이죠. 페이워치는 사회초년생의 건강한 소비 습관을 지향해요. 무리한 가불로 인한 과소비는 지향점과 달라 월급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2000링깃(한화 약 60만원)을 월 최대한도로 설정했습니다.”
◇스타트업도 축구팀처럼, 언더독 정신으로
페이워치는 기업이 서비스를 도입해야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다. 도입 비용이 따로 없어 많은 기업이 직원 복지 차원에서 페이워치를 도입한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잖아요. 페이워치에도 협업 제안이 많이 오고 있습니다. 국내 유명 편의점 유통사, 레스토랑 운영 F&B 기업에 도입을 준비하고 있죠.”
말레이시아 정식 서비스를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됐지만 반응이 좋다. 말레이시아의 큰 슈퍼마켓 체인과 백화점, 호텔을 운영하는 대기업도 페이워치 도입을 결정했다. “연내 페이워치 앱 10만 가입자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제3금융권의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사회취약계층에게 안전망이 되는 금융서비스로 발전하고 싶습니다.”
스타트업도 ‘축구팀’처럼 운영하라고 조언했다. “같은 팀에 있는 축구 선수가 수비, 공격 모두 담당하진 않잖아요. 특정 분야만 중요하다고 할 수 없죠. 한 사람이라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팀은 무너집니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경영진은 축구 코치나 감독처럼 넓은 시야로 회사 전반을 볼 수 있어야 하고요. 팀원이 각자 맡은 바를 잘 해낼 수 있도록 계속 동기를 유발해 주는 게 중요해요.”
/김영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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