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신축 아파트 하자 논란
신축 아파트에서 후진적인 하자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전남 무안에서다. 입주까지 3주밖에 남지 않은 830가구 아파트 단지에서 6만건가량 하자가 나온 것이다. 수직이어야 할 아파트 외벽이 비스듬하게 서고, 창틀과 바닥 사이가 벌어져 위아래층이 뚫리는 등 ‘부실 공사’에 가까운 수준이다. 논란이 커지자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은 10일 입장문을 내고 공식 사과했다.
8일 현대엔지니어링과 무안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3일간 진행한 힐스테이트 오룡 사전 점검에서는 약 5만8000건의 하자가 접수됐다. 가구당 70건에 이르는 셈이다. 지난 2017년 8만건 넘는 하자가 접수된 동탄 A아파트가 1316가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대 최다급 하자 건수다.
힐스테이트 오룡을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역대급 하자 나온 신축 아파트’라는 제목의 게시글과 함께 현장 사진이 퍼지고 있다. 건물 외벽은 일직선이 아닌 휘어져있다. 천장이 뚫려 있고, 엘리베이터 버튼은 제대로 붙어있지도 않다. 내부 역시 곳곳에서 수평이 맞지 않아서 구석에 공을 놓자마자 저절로 굴러간다. 욕실 문 아래는 계속 물이 고이는 등 누수가 발생했다. 입주 예정자들은 입주를 거부하며 인허가권을 가진 무안군청 홈페이지에 공개 민원 글만 100건 넘게 올렸다.
군청 역시 8일 안전 진단을 시작했다. 안전에 문제가 있으면 인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안전진단 결과는 2주 뒤에 나오는데, 입주를 코앞에 둔 시점이다. 전남도 분야별 전문가 12명이 참여한 ‘전남도 아파트 품질점검단’을 투입했다. 무안군은 ‘전남도 아파트 품질점검단’ 활동 결과를 토대로 시공사 측에 하자 보수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4위(시공 능력 평가) 건설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공사를 총괄한 단지에서 6만건 가까운 하자가 쏟아진 건 ‘충격적’이란 반응이다. 하자 건수도 문제지만, 질 역시 대형 건설사 현장이라고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10일 전남 무안군 아파트 단지의 대규모 하자 발생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홍현성 대표 명의의 입장문에서 "당사가 시공한 아파트 단지 품질과 관련해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책임을 통감하고 입주예정자분들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도록 품질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신축 아파트에서 심각한 하자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9월 입주 예정인 충남 당진의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당진 푸르지오 3차’(667가구)는 최근 일부 가구 천장 마감재로 사용한 목재에서 곰팡이가 발견됐다. 경남 진주의 고급 타운하우스 ‘파밀리에 피아체’(104가구)는 누수가 문제가 돼 예정보다 준공이 2개월 연기됐다. 이 단지는 지난 2월 사전 점검을 했는데 1200건 넘는 하자가 접수됐다. 이 밖에도 대구 북구 ‘힐스테이트 대구역 오페라’, 경북 경산의 ‘경산아이파크 1차’ 등 올해 사전 점검을 진행한 단지들도 입주 예정자들에게 무더기 하자 지적을 받았다.
부실 시공 논란이 지속되자 건설사의 책임 규명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택 공급을 위해 ‘질’보단 ‘양’에 집중하는 문화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선 불법 하도급 관행을 문제 원인으로 지적한다. 아파트 건설사업은 시공사가 시행사의 발주를 받아 진행한다. 시공사는 대개 설계만 맡고, 실제 현장에서 이뤄지는 공사는 외주업체에 하청을 맡긴다. 또 외주업체는 작업 종류별로 별도 하도급계약을 맺는다. 이런 탓에 결함이 생겨도 그 피해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기가 어렵다.
부실 공사 논란이 끊임 없이 이어지자,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 사전 점검을 대행해주는 전문 업체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전용 84㎡ 기준으로 30만원대 비용이 들지만, 전문 장비를 동원해 눈으로 찾기 어려운 하자까지 확인해줘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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