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길, 머니로드
전문가들의 얘기를 통해 재테크의 방향을 잡아 보는 돈의 길, 머니로드. 오늘은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에게 ‘미래 반도체 시장 읽기’를 주제로 반도체 주식 투자 전망을 의뢰했습니다.
생성형 AI(인공지능)인 챗GPT의 등장으로 AI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진 가운데, 최근 AI반도체를 만드는 엔비디아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트렌드가 미래에 어떻게 이어질지 점검했습니다.
노근창 센터장은 AI반도체에 대해 데이터를 대량으로 처리하는 데 최적화된 반도체라고 했습니다. 노 센터장은 “AI반도체는 빅데이터를 학습해서 결론을 도출하는 AI의 핵심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사용되는 반도체”라며 “맞춤형 데이터 처리 반도체라고 요약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노 센터장은 “쉽게 얘기하자면 ‘소 잡는 데 닭 잡는 칼’을 써서는 안 되고 ‘소 잡는 데는 소 잡는 칼’을 서야 하듯이,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데는 그에 맞는 맞춤형 반도체가 필요한데 그것이 AI반도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AI반도체의 출발은 GPU(그래픽 처리 장치)라고 합니다. 화면에 다양한 색을 표시하기 위해 적·녹·청(赤綠靑)의 색깔을 동시다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데이터를 처리하는 반도체를 개발하다 보니 탄생하게 된 게 AI반도체라는 것입니다. 엔비디아는 전세계 GPU 공급의 90%를 점유하면서GPU의 최강자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노 센터장은 엔비디아 외에도 AI반도체를 설계하는 숨은 새로운 기업들이 많이 있다고 했습니다. 예컨대 국내에는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등이 있다고 했습니다. 노 센터장은 “AI반도체를 설계하는 뛰어난 팹리스(Fabless) 기업들은 미국,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많이 나오고 있다”며 “AI반도체는 아직 표준이 없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특출 난 인력들이 있다면 경쟁력이 뛰어난 AI반도체를 개발할 여지가 많다”고 했습니다. 팹리스는 제조공장은 없는 설계 중심의 반도체 기업을 가리킵니다.
노 센터장은 미중 반도체 갈등 속에서도 중국 AI반도체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노 센터장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규제는 대부분 반도체 제조 업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며 “참신한 설계를 하는 중국의 팹리스 기업들은 (미국의) 규제 대상이 안 될 것으로 보고 있고, 그런 기업들은 제조를 대만의 TSMC나 한국의 삼성전자에 맡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중국 AI반도체 기업 중에서도 안면 인식 등으로 인권 침해 우려가 있느 기업이나 군수, 항공 등과 관련된 쪽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노 센터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에서 찾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노 센터장은 “미래 반도체 기업들은 아직 미국 실리콘밸리에 많이 있는 게 분명하다”라며 “미국에 상장돼 있는 팹리스 기업들을 공부하고 분석한다면 새로운 기술 변화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노 센터장은 “AI 등의 기술은 발전하고 있고, 발전의 중심에는 핵심이 되는 반도체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두려워하지 말고 좋은 기업을 잘 찾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D램 업황이 어두운 것에 너무 매몰돼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노근창 센터장은 20년 넘게 IT 전자 분야 애널리스트로 한 길을 걷다가 2014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에 올랐습니다. 2000년 닷컴 버블(거품), 2008년 금융위기 등을 경험한 백전노장입니다.
/방현철 객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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