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획·트렌드

'와글 와글' 도대체 누구 잘못일까요

스타트업 주니어의 프로 적응기

팀장이 A에게 견적서를 하나만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다음은 팀장과 A의 대화다. 다음 대화 중 문제가 있는 발언은 모두 몇 개일까?

팀장: A님, 견적서 하나만 보내주실래요?
A: 넵, 알겠습니다!
(6시간 뒤)
팀장: A님, 아직인가요?
A: 아, 1시간 안에 드릴게요!
(1시간 15분 뒤)
A: 팀장님, 저 급한 업무가 생겨서 견적서 작업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ㅠㅠ 30분 뒤에 드려도 될까요?

정답은 3개다. 팀장은 납기를 명시하지 않았고, A는 납기를 확인하지 않았는데다 납기를 지키지 못했다. 조직 내 업무는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기 때문에 납기가 생명인데 제대로 오더하지도 지키지도 못한 것이다.

‘주어진 틀이 없다’는 것이 스타트업만의 매력이지만 이 특성을 모르고 스타트업 생태계에 뛰어들면 지치기 쉽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이 지난 11일 스타트업 재직자의 직무 교육을 위한 온라인 세미나를 열었다. 게임 형태의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Gather Town)에서 진행된 세미나에 참석해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 살펴봤다.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에서 이뤄진 온라인 세미나. /온라인 세미나 캡처

이날 연사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알고케어'의 유석영 비즈옵스(BIZOPS). 직무 이름부터 '스타트업'다웠다. 비즈옵스는 스타트업에만 있는 직무다. 사업(Business)과 운영(Operations)의 합성어로 쉽게 말해 회사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말한다.

유 비즈옵스는  '스타트업 주니어로 살아남기'의 저자로 교육 스타트업 재직 당시 창업가 1500명을 코칭한 이력의 보유자다. 이날 스타트업 환경에서 적응하는 팁과 이 생태계에서 능동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노하우를 공유했다.

구체적으로 ‘스타트업의 특성 이해하기(번아웃을 막는 팁)’, ‘스타트업 안에서 살아남기(일 잘하는 업무 방법론)’, ‘스타트업에서 성장하기(회고와 포트폴리오 작성하는 방법)’ 등 세 가지 주제를 다뤘다.

이번 세미나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유석영 비즈옵스가 연사로 참여했다. /온라인 세미나 캡처, 유석영 비즈옵스

유 비즈옵스는 "스타트업에 입문하기에 앞서 빠른 성장을 위해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가는 스타트업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은 큰 임팩트를 남기는 데 방점을 두기 때문에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기민하게 조직을 운영한다. 이 때문에 직원 한 명이 ‘일당백’을 주문하거나 누구도 시도해보지 않은 방법을 스스로 발굴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주니어에게는 이런 환경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유 비즈옵스는 “스타트업은 직업 윤리가 높은 사람에게 적합하다”며 “자신이 하는 일에 어떤 사회적 가치가 있는지 깨달은 사람은 지옥 같은 업무 환경 속에서도 번아웃을 겪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직업 윤리란 자신이 선택한 직무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더 잘하려 노력하는 마음가짐을 일컫는다.

유 비즈옵스가 제시한 업무 방법론. /유석영 비즈옵스

‘일 잘하는 법’에 대한 논의를 할 때는 마음 가짐, 업무 리소스 관리법, 일 똑똑하게 받는 법, 내가 일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드는 법 등 당장 투입할 만한 생생한 정보들이 오갔다. 유 비즈옵스는 “똑같은 인풋(input)을 투입해도 많은 아웃풋(output)을 낼 수 있는 업무 방법론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 주제인 ‘회고와 포트폴리오 작성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알고케어에서 채택하고 있는 ‘회고 다이어리 작성하기’가 소개됐다.

알고케어의 구성원은 매일 그날 진행한 업무 리스트, 기분 점수, 오늘 하루 회고, 동료에게서 배운 점 등의 항목으로 구성된 회고 다이어리를 작성한다. 이 과정을 통해 개인의 고민과 감정을 파악하고 다른 팀이나 직군 간 업무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것이다.

게임을 연상케 하는 게더타운 온라인 세미나 현장. /온라인 세미나 캡처
유 비즈옵스가 제시한 회고 루틴 만들기 방식. /유석영 비즈옵스
유 비즈옵스는 스타트업뿐 아니라 어떤 조직이든 납기는 생명이라며, '납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석영 비즈옵스

유 비즈옵스는 “포트폴리오에는 일의 결과물뿐만 아니라 기여도와 해결 과정이 담겨야 한다”며 “일정 주기별로 업무 리스트, 문제 파악, 원인 분석, 대안 및 결과, 잘한 점, 개선할 점, 실행과제 등을 담긴 회고록을 기록해두면 포트폴리오를 쓸 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주제 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참가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연사가 주제 발표 때 보여준 업무 툴의 양식을 공유해달라는 요청 뿐 아니라 ‘주니어로서 서러웠을 때는 언제였나’는 경험 기반의 질문도 제기됐다. 세미나 운영진에게 독서모임을 개설해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일방향으로 진행되는 세미나에서는 나올 수 없는 풍경이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한 스타트업의 관계자는 “일반 직장과 다른 스타트업 환경이 낯설기도 해서 참여했는데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앞으로도 이 프로그램에 자주 참가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다른 스타트업 관계자는 “조직문화를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며 “오늘 접한 내용 중 일부를 회사에 도입하는 방향도 검토할 생각이다”고 전했다.

이전에 진행한 밋업 현장. /디캠프
창업자 경험 공유 세션 현장. /디캠프

디캠프는 매달 스타트업 간 경험을 공유하는 모임을 주최하고 있다. 모임 주제는 직군, 연차별 수요를 고려해 스타트업 종사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선정된다.

그동안 ‘개발자와 디자이너 채용 경험 및 노하우 공유’, ‘글로벌 커머스 시장분석과 국내외 커머스 사례 공유’, ‘스타트업을 위한 지식재산(IP)’ 등을 주제로 한 교육 밋업과 ‘고피자’, ‘제주맥주’ 등 선배 창업자의 성장 스토리를 공유하는 밋업이 진행됐다. 오는 9월에는 ‘투자유치를 위한 사업계획서 작성과 글로벌 진출을 위한 노하우’를 주제로 한 밋업이 예정돼 있다.

/진은혜 에디터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