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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AI의 진화, 피부 타입 분석해 맞는 화장품 추천까지

AI 뷰티 플랫폼 개발 스타트업 '뷰켓'

창업 기업은 한 번쯤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등 큰 시행착오를 겪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지납니다. 이 시기를 견디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력, 서비스를 갖고 있다 해도 생존하기 어려운데요. 잘 알려지기만 하면 시장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중소기업이 죽음의 계곡에 빠지게 둘 순 없습니다. 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뷰티 AI 플랫폼 '뷰켓'의 김정석 대표. /더비비드

코로나 팬데믹 이후 2년 가까이 마스크를 쓰면서 뷰티 업계도 많이 달라졌다. 색조 화장보다는 기초화장, 즉 피부 관리에 소비자들이 관심을 더 가지게 됐다. 마스크로 피부가 예민해진 탓이다.

뷰티 시장이 커지면서 기술 기업도 속속 진입하고 있다. 뷰티 플랫폼 ‘뷰켓’은 얼굴 피부를 측정한 뒤, AI를 통해 피부를 1024가지 유형으로 나눠 맞는 스킨케어 제품을 추천한다. 동갑내기인 김정석, 지현종(44) 공동 창업자를 만나 창업 스토리를 들었다.

◇금세 한계 맞닥뜨린 창업 초기

피봇 이전 디지로그에서 유통했던 비버드(내시경 귀이개)와 피지팟(피지 제거기). /디지로그 제공

두 사람은 고등학교 동창이다. 고교 시절 매일 점심을 같이 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다. 청년 시절 각자의 자리에서 활동하다가 2018년 겨울, 미용 아이디어 상품 유통기업 ‘디지로그’를 공동 창업했다.

- 함께 창업하기 전 어떤 일을 했나요.

(지)“CCTV 등 보안 제품 개발 사업을 했습니다. 중국에서 유학한 경험을 살려 중국과 태국에서 유통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김)”대학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다가, 작은 유통업체를 운영했어요. 그러다 중국의 소형 뷰티 가전제품 유통 권리를 얻게 됐고, 지현종 공동 창업자와 마음이 맞아 2018년 11월 ‘디지로그’를 공동 창업하게 됐습니다.”

비버드(내시경 귀이개) 소형 미용 가전으로 인정 받아 뷰티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지현종 대표 제공

- 창업 초기 디지로그는 어떤 회사였나요.

“디지로그라는 이름은 디지털(Digital)과 아날로그(Analog)의 합성어인데요. 사명에 맞게 기존에 있던 제품을 디지털 방식으로 재해석한 소형 미용 가전을 유통했어요. ‘비버드(전자 내시경 귀이개)’와 ‘피지팟(전자 코피지 제거기)’이 대표적이죠.”

- 성과가 어땠나요.

“요즘엔 내시경 귀이개나 피지 제거기를 많이 볼 수 있지만, 도입 당시만 해도 우리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경쟁업체가 생기고, 저가 제품이 생겨나다 보니 광고 집행비가 점점 많아지더군요. 홈쇼핑, 펀딩 입찰 경쟁이 과열돼 마케팅 비용만 점점 늘었어요. 자연스럽게 마진율이 낮아졌죠.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심정으로 사업을 하다 보니 허무함만 커졌습니다.”

◇뷰티 AI 플랫폼으로 사업 모델 전환

뷰티 AI 플랫폼 '뷰켓'의 김정석 대표. /더비비드

한계에 봉착했다. 귀이개나 피지 제거기와 같은 소형 가전만으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 사업을 해야 겠다고 결심했다. 창업 1년 차 곧바로 피보팅(사업 모델 전환)을 감행했다. 고민 끝에 구상한 게 ‘뷰티 인공지능(AI) 플랫폼’이다.

- 기존 뷰티 시장에서 어떤 문제를 발견했나요.

“변화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란 생각이 들었어요. 기초 화장품 개발의 밑바탕이 되는 지성, 건성, 복합성 피부 구분법은 미국의 한 마케팅 회사가 무려 100년 전 도입한 개념이에요. 사람마다 피부 성향이 천차만별인데, 천편일률적으로 피부를 구분하고 몸값 비싼 유명인 광고에 의존하다 보니 화장품 가격만 올라가게 됐습니다.

더군다나 한국의 뷰티 시장은 대기업 유통 플랫폼에 지나치게 의존해요. 제품력이 뛰어나도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 유지가 불가능하니 작은 브랜드 입장으로선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 됐죠. 이런 업계의 관행을 바꾸고 싶었어요.”

'뷰켓' 하남 1호점. 피부 측정 전 간단한 사전 조사를 하고 피부 측정기(우)를 통해 얼굴을 촬영한다. /더비비드

- 문제를 해결을 위한 대안은요.

“한 번의 구매로 내게 딱 맞는 기초 화장품을 찾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사실에 주목했어요. 내게 딱 맞는 제품을 찾지 못해 기초 화장품을 계속 바꾸는 분이 많죠.

문제 해결법을 고심하다 ‘내 피부를 측정해 앱에 입력하면, 피부에 맞는 스킨케어 제품이 자동으로 추천되는 플랫폼’을 떠올렸어요. 기초 화장품을 살 때 명확한 근거를 만들면, 소비자는 잘 맞는 화장품을 찾느라 방황하지 않아도 되고, 판매자도 품질로만 경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뷰켓' 하남 1호점. /더비비드

-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신뢰할만한 플랫폼을 구축하려면 자료가 풍부해야 했습니다. 2019년 5월부터 한국인 피부 데이터를 수집해 분류하는 작업에 들어갔어요. 꼬박 2년이 걸렸죠. 연구용 피부 데이터와 자체 피부 실험을 통해 자료를 수집했고, 전문 피부 관리사와 연구원에게 자문했어요. 피부 노화, 장벽, 멜라닌, 모공 등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한 끝에 피부 데이터를 1024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게 됐어요. 피보팅 비용으로 25억원 가까이 들었는데, 대부분 피부 군집화 연구 인건비에 쓰였어요.”

- 피부 측정은 어떻게 하나요.

”피부 타입을 17개 항목으로 정밀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었어요. 모공, 다크서클, 여드름, 색소침착 및 기타 피부 문제를 10초 만에 분석하는 기구로 피부를 측정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앱에서 맞는 스킨케어 제품을 추천합니다.”

◇AI가 1만여 기초 제품 중 맞는 화장품 추천

'뷰켓' 하남 1호점. 클렌징을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돼있다. /더비비드

지난 10월 ‘뷰켓’ 앱을 정식 출시했다. 하남에 1호점 매장도 열었다. 매장을 방문하면 무료로 정밀 피부 측정을 받을 수 있다.

- 구체적인 서비스 제공 과정은요.

”매장에 직접 방문해 피부를 측정해야 합니다. 먼저 정확한 피부 측정을 위한 클렌징을 합니다. 평소 세정 습관을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제품을 비치했죠. 세정을 마치고 10분 후, 측정기기로 피부를 촬영하면 15초 이내로 결과가 나옵니다. 피부 전문가가 사전 설문조사와 측정 보고서를 바탕으로 15분간 진단 결과 설명, 세안법, 제품 도포법 등의 상담을 진행하죠.

피부 타입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개월 주기로 재방문을 권하고 있어요. 피부의 개선도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용자의 모든 정보는 앱에 저장되고, 앱의 AI가 피부 개선율을 학습해 자동으로 맞춤 제품을 추천해요. 현재 주요 화장품 브랜드의 기초 제품 1만여 종이 등록돼 있고, 계속 추가하고 있습니다.”

'뷰켓' 앱 사용 예시 화면. /더비비드

- 피부 측정으로 어떤 것을 알 수 있나요.

“피부를 주기적으로 측정하면, 화장품이 내 피부에 잘 맞는지, 선크림은 적정량 사용하고 있는지 피부 노화 상태가 어떤지 확인할 수 있어요. 개선율에 따라 사용 제품을 바꿔보면서 내 피부에 맞는 최적의 화장품을 찾는 거죠. 피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모두 뷰켓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피부과 시술 후 효과가 정말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며 방문한 손님도 있었죠.”

- 수익은 어떻게 창출하나요.

“앱을 거쳐 구매가 이루어지는 제품의 판매 수수료로 서비스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추천 상품을 앱 내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저희가 판매 창구가 되는 거죠. 현재는 이용자 피부 데이터 수집이 더 중요한 상황이라 무료 피부 측정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업 기획 단계부터 뷰티 플랫폼, 제조사들의 투자 협업 제안이 있었지만 신뢰도가 떨어질 것이 우려돼, 투자와 협업을 모두 보류해둔 상태입니다.”

◇얼굴 피부 측정으로 식품 추천까지 확장 목표

뷰티 AI 플랫폼 '뷰켓'을 개발한 김정석, 지현종 대표. /더비비드

기존 업계 관행을 깨고자 뛰어든 창업. 두 대표는 ‘알았으면 여기까지 못 왔다’ 입을 모았다.

- 사업하면서 가장 큰 고충이 뭔가요.

“사업 초기의 초심을 지키기가 쉽지 않아요. 앱 내 제품 광고 등 거절하기 힘든 제안을 많이 받거든요. 이용자의 피부 상태에 밀착한 화장품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버텼습니다. 오랜 친구와 함께 운영하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겁니다.”

- 앞으로 계획은요.

”단기로는 수도권 중심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할 예정이고요. 앱 고도화 작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분야를 확장하고 싶어요. 안색으로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하잖아요. 분석 데이터를 늘려, 피부 측정을 통해 기초 화장품 말고도 건강 기능 식품 등 다양한 제품 판매하는 채널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 예비 창업자에게 조언이 있다면요.

“저희는 AI와 뷰티의 만남에 확신이 있습니다. 기존의 관행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다면, 분야를 막론하고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분야가 60년대 강남땅일지 누가 알겠어요.”

/김영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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