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위한 원피스 브랜드의 셀러 성공기
오픈마켓 전성시대입니다.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고, 직장 다니면서 투잡도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오픈마켓 셀러를 꿈꾸는데요. 하지만 막상 실행하려면 난관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성공한 오픈마켓 셀러들을 만나 노하우를 들어 보는 ‘나도 될 수 있다, 성공 셀러’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무자본, 소자본 창업이 유행이다.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적은 자본으로도 창업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성공은 다른 차원의 얘기다.
서주은(37) 씨는 작년 8월 30⋅40대 여성용 원피스 전문 브랜드 ‘해이주'를 열었다. 단돈 60만원으로 오픈마켓인 쿠팡 마켓플레이스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은 ‘맘룩’ 카테고리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초3 아들, 초1 딸을 키우면서 일군 성과다. 서 씨를 만나 육아를 병행하면서 성공 셀러가 된 비결을 들었다.
◇안 해본 일 없는 두 아이 엄마
의류 매장, 치과 코디네이터, 호떡 장사, 네일샵, 인형극 지도사. 서 대표가 거친 직업들이다. “성인이 되고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결혼 전 잠시 의류 매장에서 여성복도 팔아보고, 대형 치과에서 고객 응대를 담당하는 코디네이터 일도 했죠. 결혼하고는 남편의 호떡 장사를 돕다가, 별도의 수익원을 만들고 싶어졌어요. 육아와 병행해야 하니, 시간제로 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았죠. 그렇게 하게 된 일이 네일 디자이너와 인형극 지도사였습니다.”
최근까지 인형극 지도사로서 여러 유치원을 다니며 아이들을 가르쳤다. “유치원 외부 강사의 개념입니다. 인형극 수업을 지도하는 일을 하죠. 자격증을 취득해 2019년부터 1년 정도 근무했어요. 하루에 두세 곳의 유치원을 다니며 시간제로 할 수 있는 일이었어요. 자녀들이 어려 하루에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요. 인형극 지도사는 유치원 수업이 있는 낮에만 일할 수 있어서 좋았죠. 고등학생 시절 연기자의 꿈을 품은 적도 있어서 재밌게 일했어요."
그러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실력을 인정받고 있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일이 끊겼어요. 외부 강사 출입을 통제하면서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셈이 됐죠."
새로운 일자리가 필요했다. “수익 활동은 계속하고 싶었어요. 그렇다고 취업 문을 다시 뚫는 건 쉽지 않았어요. 다른 직업군도 코로나19의 영향을 받는 건 마찬가지였으니까요.”
10여 년 전 옷 가게에서 일했던 기억이 났다. “그때 경험을 살려 가게를 열어볼까 생각이 들었어요. 다만 자본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에 매장을 여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워 ‘온라인에서 옷을 팔아보자’ 결심했습니다.”
2020년 10월 ‘해이주’라는 이름으로 간이사업자 등록을 했다. “일을 시작하기로 결심하면 망설이지 않는 편이에요. 집이 광주광역시인데요. 100만원을 들고 동대문 의류 시장으로 갔어요. 다양한 옷을 한두 장씩 우선 사입해왔죠. 원피스, 재킷, 트레이닝복 등이었어요. 60만원도 채 안들더군요. 촬영 공간을 꾸리기 위해 중고 거래로 3만원짜리 전신 거울, 옷을 걸 수 있는 행거, 옷걸이를 샀어요. 거실 한켠의 촬영 공간을 두고, 옷방 구석을 사무실로 쓰기로 했죠.”
사업 초기, 업계 관성에 따라 2030 여성복 중심으로 옷을 떼다 팔았지만, 큰 성과가 없었다. “온라인 여성복 시장은 레드오션 중에서도 레드오션이잖아요. 브랜드의 개성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었어요. 10년 전 오프라인 매장 경험을 토대로 온라인 브랜드에 뛰어들었으니 미숙했습니다. 고민만 커졌어요.”
◇지지부진한 매출, 두 달 만에 확 뛴 비결
판매하는 옷의 카테고리를 바꿔보기로 했다. “삼십대 중반에 사업을 시작했잖아요. 지금 생각하면 이십대가 좋아하는 옷을 알 수 없던 게 당연해요. 처음에는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했다’는 마음으로 상품을 구성했는데요. 내가 진짜 잘 팔 수 있고, 내 안목으로 고른 옷만 팔기로 전략을 틀었어요. 당장 제 옷장을 분석했고, 동료 육아맘들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스타일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원피스만 팔기로 했다. “엄마들은 보통 어린 자녀의 스케줄에 따라 움직여서 동선이 커요. 활동성이 좋은 옷을 좋아하죠. 착용도 편해야 했어요. 집안일을 하다가 아이들 하원 시간에 맞춰 급하게 나오는 일이 많거든요. 활동성이 좋으면서 환복이 쉽고, 나름의 격식이나 스타일도 챙길 수 있는 옷. 원피스더라고요. 당장 제 옷장만 봐도 원피스로 가득했어요. 원피스를 주력으로 팔아보기로 했어요.”
원피스 쇼핑몰로 전환하고 업무 효율이 부쩍 높아졌다. “상⋅하의가 붙어 있는 옷이다 보니 포장도 간편하고, 상세 페이지를 위해 옷을 코디하거나, 치수를 재는 것도 편리했어요. 다른 옷에 비해 체격의 구애를 덜 받는다는 점도 큰 장점이었어요. 단일 사이즈로 판매해도 되니 재고 관리가 수월해요.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중심으로 상품을 구성하다 보니 매출도 조금씩 발생했어요.”
2021년 8월, 쿠팡에 입점하며 변곡점을 맞이했다. “삼사십대 주부들이 자주 사용하는 플랫폼에서 제품을 판매해야 잘 팔릴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어요. 제가 육아하면서 가장 많이 찾는 '쿠팡'을 공략하기로 했어요. 바로 입점 절차를 밟았어요. ‘쿠팡 마켓플레이스’의 전용 앱으로 브랜드 입점 신청을 하면 되죠. 승인 절차만 거치면, 상품을 등록해 제품을 판매할 수 있어요.”
처음부터 욕심을 내지는 않았다. "거점 플랫폼을 쿠팡으로 옮기는 작업부터 착수했습니다. 기존 상세 페이지를 바로 연동해올 수 있는 쿠팡의 전용 상품 등록 기능을 활용했습니다. 20개까지 키워드를 등록할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해 최대한 성실히 상품을 등록했죠.
예상 밖으로, 초반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상품을 등록하는 중에도 구매가 몇 건씩 발생하더라고요. 구매력 있는 소비자가 많다고 느꼈어요. 주부들이 백화점에서 생필품을 사면서 옷 구경도 하는 소비패턴이 오픈마켓에서도 이뤄지더군요.”
◇라이브 커머스와 시너지
쿠팡 생태계에 적응한 후 여러 기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라이브 커머스가 대표적이다. “인형극 지도사 경험 덕에 불특정 다수 앞에 나서는 것이 두렵지 않았어요. 쿠팡에서는 마켓플레이스 입점 사업자 누구나 라이브 방송을 할 수 있어요. 별도의 이용료나 시간 제약도 없고요. 거실을 치우고 카메라 거치대를 사서 바로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어요.”
이때부터 매출이 수직 상승했다. “일주일에 3일 이상, 아이들이 잠든 저녁 시간대에 집 거실에서 라이브를 했어요. 주부 시청자분들도 같은 마음이었나 봐요. 주부 시청자분들이 대거 들어오시는 거예요. 처음에는 몇십명으로 시작하던게 점점 몇백명, 몇천명으로 늘었어요. 요즘에는 보통 2000분 정도 동시에 접속하십니다. 덕분에 입점 두 달 만에 매출 1000만원을 기록했어요. 라이브 커머스를 통한 매출 성과도 성과지만, 홍보 효과가 커서 좋아요. 시청자들에게 해이주의 제품을 알릴 수 있으니까요. 브랜딩도 저절로 되는 셈이죠.”
라이브 방송 후에도 판매가 꾸준히 이뤄졌다. “라이브 방송을 보고 제품을 기억했다가 나중에 검색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도 많아요. 라이브 방송을 하고 나면 '해이주' 키워드의 검색량이 늡니다. 방송을 진행하지 않는 시간에 다시보기 기능으로 제품을 확인하시고 구매하는 경우도 많아요. 라이브 방송으로 연쇄적인 매출이 일어나는 거죠."
◇비즈니스 확장의 결정적 계기
착실한 비즈니스 확장을 하고 있다. “사업 초기에는 월별로 수익 편차가 컸는데요. 지금은 꾸준히 1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어요. 주문이 크게 늘면서 집에 옷 먼지가 생겨 아이들 걱정이 되더라고요. 요즘에는 집 근처에 작은 사무실을 구해서 일하고 있습니다. 오픈마켓 입점을 계기로 제 사업도 구색을 갖추게 된거죠.”
사업 규모가 커져도, 혼자서 비즈니스를 꾸릴 수 있다. “요즘 제 일과는요. 아침에 전날 주문만 옷을 받아요. 아이들 등교 준비를 돕고, 점심시간까지 택배를 부지런히 쌉니다. 이후 택배사로 물건을 넘기고, 아이들이 하교하면 간식을 챙겨 학원에 보내요. 아이들이 공부하는 시간에는 신제품을 등록하고, 집안일을 합니다. 학원에 다녀온 아이들에게 저녁밥을 주면, 퇴근한 남편이 저녁 육아를 도와요. 그리고 저녁 8시부터 12시까지 라이브 방송, 옷 주문 등의 일을 합니다. 사업 규모가 커졌어도, 오픈마켓의 관리 시스템이 편리해 일이 늘었다는 느낌은 들진 않아요. 최근에는 쿠팡에서 물류관리와 배송을 해주는 ‘제트배송’을 시작했는데요. 덕분에 고객 응대와 배송업무에 할당하던 시간이 되레 줄었어요.”
◇’맘룩의 대명사’ 되는 게 꿈
해이주는 엄마들 사이에서 육아맘의 일과를 꿰뚫는 원피스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맘룩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키우는 게 꿈이다. “다른 오픈마켓 플랫폼에서 먼저 입점을 제안해와요. 감사하지만, 우선 뿌리내린 플랫폼에서 ‘맘룩’ 카테고리의 선두 주자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맘룩’하면 바로 해이주를 떠올릴 정도로요.”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방 한구석에도 시작할 수 있는 소자본 창업을 권했다. “쿠팡 마켓플레이스에서의 매출 성장이 그대로 사업 규모 성장으로 이어졌어요. 저와 같이 소자본으로 시작하는 1인 셀러에게 가장 적합한 판매 창구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고도 주어진 기능을 성실하게 활용만 하면 성과를 낼 수 있으니까요. 사업을 키우고 싶다는 간절함과 성실함만 있다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해요.”
/김영리 에디터
'인터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대 나와 베트남에서 택배 배달하며 꾼 꿈 (0) | 2024.07.03 |
---|---|
한국 기업이 450억원을 투자해서 만들어낸 뜻밖의 결과물 (0) | 2024.07.03 |
취미로 블로그 운영하다 사표까지 내고 벌게 된 현실 수입 (2) | 2024.07.03 |
가짜 고기 어느새 이 수준까지 올라왔다 (0) | 2024.07.03 |
안입는 옷 팔아 드려요' 55억원 번 28살의 아이디어 (0) | 2024.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