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 통해 CCTV 데이터 가공하고 정제하는 기술 개발한
‘디케이앤트’
창업 기업은 한 번쯤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등 큰 시행착오를 겪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지납니다. 이 시기를 견디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력, 서비스를 갖고 있다고 해도 생존하기 어려운데요. 잘 알려지기만 하면 시장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중소기업이 죽음의 계곡에 빠지게 둘 순 없습니다. 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CCTV 산업의 세대 교체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AI(인공지능) CCTV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고 있다. 기존 CCTV가 사회를 감시하는 ‘눈’의 역할만 했다면, 앞으로는 ‘뇌’의 역할까지 겸할 전망이다.
양동국(43) 대표의 디케이앤트는 AI CCTV의 ‘뇌’에 들어가는 데이터를 가공하고 정제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분야에 일찍 뛰어든 덕에 ‘업계 최초’ 기록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작년엔 국내 최초로 한강공원 자전거 속도 측정 시스템과 방문자 측정 시스템을 구축했다. AI CCTV 얼굴 인식 시스템을 통해 실종 치매 노인을 찾아내기도 했다. 양 대표를 직접 만나 국내 CCTV 역사와 AI CCTV의 다양한 역할을 들었다.
◇우리나라 CCTV 기술은 이렇게 발전했다
AI CCTV는 차세대 사회 안전망이다. 녹화 중인 화면에서 이상이 발생될 경우 관제센터의 관리자에게 스스로 알린다. 예를 들어 실종 센터에 등록된 인상착의와 비슷한 행인이 포착되면 알려준다. 길을 걷던 행인이 갑자기 쓰러지면 알림을 띄울 수도 있다. 화면 속 인물이 몇 명인지, 밀집도는 어떤지, 성별이 뭔지도 알아서 분석한다. 특이 사항이 발견되면 스스로 영상 속 인물을 추적하기도 한다.
디케이앤트는 AI CCTV에 들어가는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영상 속 차량이나 자전거의 속도 측정, 인구 포화도 분석, 인물 감별 등을 하는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서울산업진흥원의 테스트베드 서울 실증지원 사업을 통해 서울 곳곳에 제품을 설치하고 성능을 입증했다.
양 대표는 22년차 도심 관제 전문가다. 대유공업전문대학교 정보통신학과를 졸업하고 2001년 11월 한일에스티엠에 입사했다. 교통관제용 전광판과 CCTV를 제작하는 회사였다.
입사 후 처음 담당한 분야는 ‘지능형 교통관리 시스템(ITS: Intelligent Transportation Systems)’이었다. “교통관제 사업에 투입됐습니다. 도로에 교통정보 카메라를 설치하고, 경찰청 관제 센터의 컴퓨터 시스템과 연결하는 일을 했어요. 시스템 엔지니어였죠.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종을 구분하고, 구간 속도를 산출해 과속 차량을 잡아내는 제품이었어요. 2000년대 초반이라 인터넷 속도가 느리고 기기별로 호환도 잘 안돼서 고생했죠. 특히 현장 공사는 야간에 하는 경우가 많아 입사하고 5년 동안 매일 심야까지 근무했어요.
13년 동안 CCTV가 필요한 현장을 발굴한 후 CCTV를 설치하는 공공 사업을 담당했다. CCTV가 사회문제를 예방하는 게 좋았다. “2002년 월드컵 개최 당시 서울에 불법 주정차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월드컵 개최도시 중 교통질서 최하위’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 서울시에서 불법 주정차 자동 단속 시스템을 집중 설치했는데요. 거기에 참여했습니다. 2000년대 후반엔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지역별 CCTV 통합관제센터가 생겼는데 여기도 참여했고요. 2008년 숭례문 화재 사건 이후에는 문화재청과 협력해 주요 문화재 주변에 CCTV 관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도 참여했죠.”
2013년 매너리즘이 찾아왔다. “회사는 잘 됐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 그제야 영상 분석 장비들을 설치했으니까요. 잦은 야근으로 얻은 만성 피로도 힘들었습니다. 고민하다 덜컥 퇴사하고 자문 회사를 차렸습니다.”
CCTV 사업 관련 자문이 많이 들어왔다. “당시 공공분야 CCTV 산업은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분류돼 대기업이 진출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업계에서 오랜 현장 경험이 있는 사람이 드물어 공공사업 수주 관련 서류 검토나 현장 장비 설치 구조에 대한 문의가 많았습니다.”
◇공공서비스에 맞춤형 영상분석 기술 개발
지방과 신도시에 불법 주정차 무인 단속 시스템을 설치하면서 사세를 키웠다. 다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 ‘기술 개발’에 몰두했다. 2016년 바둑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를 보고 기술 개발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기계가 사람의 행동을 예측하는 경지에 올랐는데, CCTV도 영상 녹화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시 일에 욕심이 생겼어요.”
2018년 정보통신공사업 면허를 내고 6명의 개발인력을 뽑았다. CCTV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에 돌입했다. “초반에는 영상 분석의 정확도를 올리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오차를 줄인 뒤 개발한 영상 분석 기술은 두 가지입니다. 자전거 속도 분석 기술과 인물 검출 기술입니다. 인물 검출 기술은 상·하의 색상, 안경, 마스크 유무, 가방 소지 여부, 성별까지 구분하게끔 기술의 완성도를 올렸습니다. 연구에 매진하는 동안 도시 개발, 영상 분석 분야에서 21건의 특허를 냈죠.”
2020년 5월, 공공분야 CCTV 사업에 대기업도 진출할 수 있게 됐다. 디케이앤트는 영상 보안 장비기업 한화테크윈과 손잡고 기술력을 다듬었다. “한화테크윈에서 처음 카메라와 인공지능 칩이 합쳐진 일체형 CCTV를 출시했습니다. 기존에 각 CCTV의 영상물을 관제 센터의 컴퓨터로 한 데 모아 관리했다면, 이젠 CCTV마다 개별 컴퓨터를 갖추게 된 거죠. CCTV에 프로그램만 입력하면 알아서 사람의 개입없이 상황에 맞는 대처를 할 수 있게 된겁니다. 디케이앤트가 개발하고 있던 소프트웨어를 일체형 AI CCTV에 적용하고, 최적화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실증 사업을 통해 도심 곳곳에서 성능을 시험했다. “2021년 5월 서울산업진흥원의 ‘AI 시스템 테스트베드 서울 실증지원 사업’에 선정됐어요. ‘지능형 선별관제를 위한 AI, Big-data 기반 영상(이미지) 분석’ 과제를 수행했죠. 3억4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반포한강공원에 자전거 속도 측정 AI CCTV를 설치했습니다. 어린이보호구역처럼 자전거가 지나가기 직전 표지판으로 운행 속도를 보여주고, 시속 20km 이상의 과속 운전자에겐 적색 경고등을 띄우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하남시에 구축한 노약자 추적시스템을 통해서는 실종 치매 노인을 찾았다. “디케이앤트의 인물 검출 기술은 영상 속 사람마다 식별코드를 부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키, 안경, 옷 색상, 성별, 가방 등 다양한 변수를 통해 사람마다 바코드를 만들어 두는 거죠. 실종자의 인상착의를 받아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해당 코드를 가진 인물이 검출되는 식입니다. 예를 들어 실종자가 안경을 쓰고 보라색 상의를 입은 키 155cm의 여성이라면, 해당 인물의 영상만 선별해 띄워주는 거죠. 실종자를 찾는 시간이 확 줄어 빠르게 실종자를 찾을 수 있습니다.”
◇’눈’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
직원은 24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매출은 38억원이다. 실증 사업도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안으로 주요 한강공원에 14대의 자전거 속도측정기를 추가 설치할 예정입니다. 공원 주변 유동 인구를 측정하는 CCTV도 9대를 새롭게 달았어요. 기간, 시간대별 공원 이용객의 추이를 분석하고, 구역별 인구밀집도를 분석하는 기능이 탑재됐죠. 언제 사람이 많이 모이는지 미리 파악해 관리할 수 있습니다.”
요즘엔 얼굴인식 결제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개발하고 있는 제품입니다. 휴대폰의 얼굴 인식 기능과 같지만 정밀도를 높인 기술인데요. 유럽에선 은행 거래에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한다는 것에서 착안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한때 매너리즘의 대상이었던 일에 다시 열정을 쏟을 수 있던 비결로 ‘직감’을 꼽았다. “한 산업에 오래 있다 보니 여섯번째 감각이 생겼어요. 직감적으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산업이 흘러갈지, 어떤 서비스가 인기를 끌지 예상하게 되더군요. 예상했던 대로 산업이 흘러가는 걸 경험하면서 다시 일에 애정이 생겼어요. 직장인 시절에는 제가 원하는 대로만 기업을 운영할 수 없으니 흥미를 잃은 바 있는데요. 특정 분야에 관심이 많고, 해당 시장의 유행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이라면 사업에 도전해도 승산이 있을 겁니다.”
/김영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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