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용품 온라인 셀러 정승은 해피앤퍼피 대표
오픈마켓 전성시대입니다.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고, 직장 다니면서 투잡도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오픈마켓 셀러를 꿈꾸는데요. 하지만 막상 실행하려면 난관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성공한 오픈마켓 셀러들을 만나 노하우를 들어 보는 ‘나도 될 수 있다, 성공 셀러’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20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312만9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15%를 차지한다. ‘개는 훌륭하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등 여러 TV 프로그램에서 문제의 견과 해결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개보다 보호자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해피앤퍼피 정승은 대표(50)는 반려동물 관련 예능프로그램을 ‘추리’하는 재미로 본다. 평생 반려견과 함께 살아오면서 애견미용사로 일한 시간이 10년, 반려동물용품 판매 경력은 12년이다. 강아지의 문제 행동을 보고 보호자의 사소한 습관을 유추할 수 있다.
강아지 월드컵 의상, 한복 등을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판매해 연 매출 5억원을 달성했다. 정 대표를 만나 '개가 훌륭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강아지만 보면 웃음이 나던 아이
어려서부터 개가 유난히 좋았다. 1997년 계명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미술학원에서 초등학생을 가르쳤다. “6개월 정도 일하다 보니 ‘선생님’은 적성에 맞지 않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얻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더군요. 다른 일을 한다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강아지 사료를 사러 반려동물용품점에 갔다가 애견 미용학원 광고를 발견했다. “초등학생 아이들과 소통하는 것보다 강아지와 소통하는 일에 자신이 있었어요. 부모님께는 미술학원을 계속 다닌다고 하면서 미용학원에서 애견 미용사 자격증 공부를 했습니다.”
모아둔 돈 외에 조금씩 빌린 돈을 합쳐 500만원으로 8평짜리 애견미용실을 차렸다. 섬세한 미용 솜씨가 입소문을 타면서 단골이 점차 늘었다. 문제는 사람이었다. “나이 든 노견이나 질병이 있는 강아지를 맡겼다가 데려가지 않는 보호자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렇게 한 마리씩 매장에서 돌보기 시작한 것이 나중엔 40마리까지 늘었죠.”
10년 가까이 꾸린 애견미용샵을 2005년 닫았다. “결혼을 하면서 매장을 정리했어요. 강아지들을 돌보느라 365일 출근하던 삶을 이어가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웠습니다. 대신 반려동물용품 도매업으로 방향을 조금 바꿨어요. 30평짜리 창고를 얻어 소매점에 납품하는 일을 했습니다.”
첫째 아이를 가지면서 남편은 정 대표의 손과 발이 되기를 자처했다. 그런데 도움이 되지지 않았다. “남편은 사람이 너무 좋아요. 물건을 팔고 왔다면서 빈 손으로 오는 날이 많았습니다. 어느 날은 돈 대신 소매점 사장님의 주민등록증을 받아 오더군요. 그렇게 방치할 수 없어 ‘온라인 시장’을 떠올렸습니다. 온라인에선 적어도 물건을 팔고도 돈을 못 받을 일은 없으니까요.”
◇월드컵·설날도 반려견과 함께
임신 8개월 차에 컴퓨터 학원 문을 두드렸다. 초·중·고등반은 있지만 성인반은 없었다. “원장님한테 매달리다시피 설득한 끝에 1:1 개인 수업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한 달간 15만원을 내고 포토샵을 이용해 제품 상세페이지를 만드는 법을 배웠어요. 출산 3일 전에 온라인 쇼핑몰에 동굴형 하우스 제품을 업로드했습니다. 아이 낳고 나와보니 첫 주문이 들어와 있더군요.”
몸도 가벼워졌겠다 본격적으로 온라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애견용품 순위권에 있는 업체의 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상품 종류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일단 구색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란 생각에 사료·간식·장난감·옷·하우스·철장 등의 상세페이지를 만들어 상품을 등록했습니다. 통했습니다. 6개월 뒤 애견용품 순위 1위에 올라 연 매출이 5억원까지 늘었어요.”
웹 작업, 상품 포장, CS에 육아까지 하느라 5년간 하루 3시간 이상 잔 적이 없다. 경쟁업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가격을 낮추고 사은품을 주는 방식으로 소비자의 시선을 끌더군요. 간식, 세정 용품 등은 모두 처분하고 가격경쟁을 할 수 없는 옷·하우스·캐리어 상품에만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공급에 문제가 생겼다. 주문량은 느는 반면 제조공장은 하나둘 문을 닫았다. “대부분 도매 위주로 생산·거래하다 보니 비수기인 봄·여름철마다 공장이 휘청거렸어요. 매일 100개씩 팔리는 하우스 생산 공장이 문을 닫는 것을 보고 직접 공장을 차려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미 온라인으로 유통망을 확보해 뒀으니 재고가 쌓일 걱정은 없었죠.”
2010년 재단사 6명과 함께 3층짜리 공장을 가동했다. “그해 여름 남아공 월드컵을 겨냥해 만든 ‘월드컵 망사 나시티’가 불티나게 팔려 신문에도 실렸어요. 직접 디자인한 강아지 한복도 명절마다 베스트셀러에 올랐죠. 재단사를 포함해 직원이 50명으로 늘었고 공장 규모는 400평까지 확장됐습니다.”
◇규모를 줄여야 하는 타이밍
쇼핑 플랫폼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입점을 서둘렀다. 2014년 쿠팡에도 입점했다. “여러 플랫폼에 입점해보며 쿠팡이 머지않아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곧 한국인이 가장 많이 결제하는 이커머스가 되더군요. 다른 사람보다 빠르게 쿠팡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했던 게 온라인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이유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2019년 또 한 번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언젠가부터 온라인 쇼핑몰이 중국 상품으로 가득 찼습니다. 비싼 원가를 감당하며 국내에서 제작하면 머지않아 적자를 볼 것이라고 판단했죠. 공장 축소 3개년 계획을 세웠습니다. 규모를 키우는 것만큼이나 규모를 줄이는 데에도 시간과 돈이 듭니다. 제품군과 공장 규모, 직원 수를 차츰 줄여나갔습니다.”
매출이 성장하고 있을 때 공장을 감축하기로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품질에 대한 자신감 덕분이었다. “강아지에게 옷을 입힐 때 제일 조심스러운 곳이 발입니다. 발을 쉽게 끼워 넣을 수 있도록 아래에서 위로 입히고 등 부분에서 단추를 잠글 수 있는 디자인으로 옷을 만들었어요. 일반 원단보다 30~40% 비싼 유기농 원단을 써서 고급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죠.”
품질로 승부는 보는 전략과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곳이 오픈마켓이었다. “수년간 다양한 온라인 쇼핑몰을 겪어봤지만 오픈마켓만큼 제품만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곳은 없었어요. 제품 경쟁력이 있고 고객의 후기가 뒷받침된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고객을 만날 수 있는 것 같아요. 워낙 고객이 많으니까 ‘온라인’을 통해서도 입소문을 낼 수 있는 곳인거죠. 이미 구매를 결심하고 접속한 고객이 많기 때문에 즉흥적으로 반려동물용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온라인 판매에 대해 조언을 얻으러 오는 후배 판매자에게 정승은 대표는 일단 쿠팡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해보라고 권한다. “수십년 전 발품 팔아가며 배웠던 포토샵이 무색하게 시대가 많이 변했어요. 쉽게 상품을 등록할 수 있고, 고객의 반응은 진실되고 빠르죠. 그 어느 때보다 온라인 판매를 시도하기 좋은 플랫폼도 있고요.”
◇10년을 바라보고 세운 계획
정 대표의 집에는 세 마리의 반려견과 두 마리의 반려묘가 함께 살고 있다. 모두 유기견·유기묘 출신이다. “애견미용실을 운영하면서 강아지 돌보는 데는 도가 텄어요. 변이 나쁘면 색깔만 봐도 해충 때문인지 과식한 탓인지 알 수 있죠. 동물을 돌보면서 스스로도 많이 성장했다고 느낍니다.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었는데 큰딸이 벌써 고등학생이에요.”
좋은 원단이 있거나 새로운 디자인이 생각나면 언제든 공장으로 달려간다. 모두 강아지를 위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고객들은 품질을 귀신같이 알아챕니다. 중국에서 1000~2000원으로 물건을 가져와서 2만원으로 판매하는 경우도 봤어요. 운 좋으면 1~2년은 팔리겠죠. 하지만 절대 10년은 못 팝니다. 저는 앞으로 10년은 더 온라인에서 판매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품질에 자신이 있거든요.”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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