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순간] 아버지 회사로 출근하는 막내딸, 드림에어 정윤정 이사의 하루
사춘기가 한창일 14살에 한국을 떠나 과테말라로 이주한 이가 있습니다. 드림에어 정윤정 이사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부도를 겪었습니다. 생계를 위해 중동에서 7년간 외국인 노동자로 근무하기도 했죠.
13년에 걸친 해외살이를 마치고 이제는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가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회사를 운영하며 어엿한 워킹맘이 된 정 이사의 하루를 따라가 봤습니다.
◇아버지 회사로 출근하는 길
출근을 앞둔 정 이사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드림에어가 어떤 곳인지 묻자, 코를 가리키며 “건강한 생활을 위한 제품을 제조하고 생산하는 곳”이라고 답했는데요. 자세히 보자 정 이사의 코에는 코마스크가 끼워져 있었습니다. 옆에선 ‘후두두두두’하는 바람 소리도 들렸습니다. 정 이사의 6살 난 딸이 폐활부스터를 불고 있는 소리였죠. 이 역시 드림에어의 제품이었습니다. 바쁜 아침이기에 자세한 얘기는 잠시 미루고 출근길을 동행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딸과 인사를 나눈 정 이사는 다시 차에 올랐습니다. 정 이사도 한때는 귀여운 막내딸이었습니다. 과테말라에서 사업을 하던 아버지가 폐기종으로 쓰러지면서 가세가 크게 기울었다는군요. 정 이사는 “병상에서 일어난 아버지께서 당신이 쓰실 만한 제품을 직접 만드시다가 코마스크, 폐활부스터 등을 개발해 판매하기에 이르렀다”고 설명했습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정 이사는 컴퓨터 화면을 보며 누군가와 인사를 나눴습니다. 해외 거래처 담당자와의 화상 회의였죠. 정 이사는 “해외 마케팅을 주로 담당하다 보니 시차 때문에 힘들 때가 많다”며 “다른 직원들이 퇴근한 후에도 거래처 국가의 근무 시간에 맞춰 회의를 하는 일이 잦다”고 했죠. 덕분에 베개에 머리만 대면 잠들 수 있다는군요.
정 이사의 유창한 영어 실력의 비결은 유년 시절에 있었습니다. 1994년 아버지를 따라 과테말라 등 해외 생활을 하며 외국어를 터득했죠. 하지만 늘 윤택했던 건 아닙니다. 정 이사는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반지하 집과 똑 닮은 집에서 산 적도 있다”면서 “20대엔 외국 항공사에서 근무하며 번 돈을 몽땅 부모님께 드려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코마스크가 태닝샵에 들어간 이유
한창 대화를 나누다보니 정 이사의 아버지인 드림에어 정진구 대표가 나타났습니다. 정 대표는 진열장을 가득 채운 표창장, 상장과 제품들을 가리키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특히 해외 발명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코마스크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정 대표는 “다른 곳에서 따라 할 수 없는 특허 기술”임을 강조했죠.
지켜보던 정 이사가 말을 거들었습니다. 코마스크로 뷰티 시장까지 진출했다는 소식을 꺼냈죠. 이어 “태닝 부스에 들어가기 전 태닝 스프레이를 온몸에 뿌리는데 그때 코마스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미국·유럽 등 태닝 샵에서 코마스크를 구입해 쓰고 있다는군요.
점심 식사 후엔 소비자의 피드백을 확인하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정 이사는 인상 깊은 피드백이 있었다며 사진 한 장을 꺼내 보였습니다. 중국 베이징에 사는 한 소비자가 오전에만 사용했는데 필터가 새까맣게 변해버린 사진이었죠. 정 이사는 “하루를 사용한 것도 아니고 반나절만에 이렇게 변할 정도면 공기가 어땠을지 가늠이 된다”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워킹맘으로서 겪는 어려움은 없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정 이사는 “물론 갑자기 아이가 아플 땐 걱정이 많이 됐지만, ‘아이들을 돌보느라 일을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며 “내가 성장하는 것만큼 아이들도 그런 나를 보며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엄마랑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기니까 엄마의 소중함을 더 알아주지 않을까”라며 장난스레 웃어 보이기도 했죠.
◇아버지와 막내딸의 시너지
정 이사는 “지금의 삶에 매우 만족한다”고 확신에 차 말합니다. 이어 “아버지의 일을 돕고,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고 해서 나의 삶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과정에서 나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고 설명했죠.
퇴근하는 정 이사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습니다. 정 이사는 “아버지가 직접 개발한 제품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시는지 잘 안다”며 “그 제품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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