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소확횡'은 죄가 될까?
회사 탕비실에 비치된 간식을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등을 이용해 판매한 직원이 적발됐다.
지난달 판교의 A 회사 내부 게시판에 ‘당근러(중고거래 플랫폼 이용자)’를 징계 처리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판은 A 회사 소속 직원인 것을 인증해야 참여할 수 있다.
해당 글에는 ‘과자 모음 170개 일괄’이라는 제목과 함께 과자, 사탕 등이 낱개 포장된 사진이 있었다. 작성자는 “8장으로 나눠 찍었어야 할 만큼 많은 양”이라며 “다른 곳에도 판매 글 써놓아서, 선입금 순으로 판매한다. 가격 내림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전부 미개봉 새것”이라며 “하나에 110원꼴로 정말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또 ‘카누 아메리카노 180개 일괄 판매’, ‘맥심 커피믹스 170개+아이스티 30개 일괄 판매’ 등을 올렸다. 이를 구매한 사람들은 “잘 먹었다”는 후기를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작성자의 판매 내역은 모두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A 회사는 ‘캔틴(Canteen, 구내식당) 간식 이용 에티켓’이라는 내용의 공지를 붙였다. 공지문엔 “회사 간식은 직원 복지 차원에서 제공하는 혜택이다. 개인적 이익을 위한 중고 판매는 엄격히 금지된다”며 “회사 간식이 중고 사이트에 판매되는 것이 발견되면 해당 직원은 규정에 따라 엄중한 조치를 받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직원이 회사 비품을 무단 반출해 논란이 된 건 처음이 아니다. 커피믹스·과자 등 음식뿐 아니라 볼펜·포스트잇 같은 문구용품까지, 과거 회사 비품을 개인적으로 가져가 문제가 된 사례는 많았다.
일부 직장인들 사이에선 이러한 행동을 ‘소확횡’이라 부르며 장난처럼 여기기도 했다. 소확횡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횡령’의 줄임말로, 몰래 가져가도 티가 나지 않는 회사 물건을 소비하고 만족감을 느끼는 행위를 뜻한다.
다만 소확횡은 원칙상 절도에 해당해 회사로부터 징계를 받거나 법적 처분을 받을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2022년 목장갑 100켤레를 공장 밖으로 빼낸 기아 직원이 ‘출근정지 30일’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기아 공장 직원인 B 씨는 라인작업용 목장갑 100~120켤레를 라면상자에 넣어 공장 밖으로 반출했다. 시가로는 약 2만~5만원 수준이다. 기아는 회사 승인 없이 목장갑을 무단 반출했다고 보고 출근정지 30일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중앙노동위원회는 해당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만 징계 수위가 지나치게 과하다고 판정했으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B 씨를 징계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회사로부터 지급받은 목장갑을 회사 승인 없이 밖으로 반출한 행위는 징계사유이고 출근정지 30일로 징계 수위를 정한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판결을 내렸다.
이는 회사가 소모품 반출을 적극적으로 통제하지 않더라도 이를 용인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 결과다.
비슷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13년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약 1년 반 동안 커피믹스 1840봉지 등 시가 약 3400만원어치의 물건을 훔쳐 되팔다가 걸린 국내 식품업체 직원이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그는 커피 등 식품을 자신의 거래처인 도·소매점에 헐값에 팔아 돈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회사 물건을 마음대로 반출하거나 처분하는 것은 엄연한 범죄 행위다. 소액이라도 원칙적으로는 절도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형법 329조에 따라 절도죄에 해당하는 자는 6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절도죄는 훔친 물건의 가치에 비례하지 않고 행위 자체로 판단하기 때문에 일각에선 소확횡도 위험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있다.
/주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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