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밀레니얼 경제

짧게는 5일, 길게는 33년... 주식 폭락 후 회복에 걸리는 시간

패닉에 빠진 아시아 증시

지난 5일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요 국가 증시가 패닉에 빠졌다. 이날 한국 코스피는 연중 최고점(2896) 대비 장중 18% 가까이 하락했다. 올해 상승분을 상쇄하고 작년 말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이날 하루에만 3국 증시에서 시가총액 1280조원이 증발했다. 한국 GDP의 절반 가까이가 단 하루만에 사라졌다.

오일 쇼크, 블랙 먼데이, IT 버블 붕괴, 리먼 사태 등. 주식의 역사를 돌아보면 위기는 주기적으로 찾아왔다. 다만 회복 기간은 제각각이다. 빠르게 반등해 폭락의 시기가 바겐세일 기회였던 경우도 있었다. 폭락장이 펼쳐졌던 과거 사례를 찾아봤다.

◇버블 붕괴 후 회복에 33년 걸린 일본

증시가 폭락하고 나면 언젠가 다시 회복되기는 했다. 하지만 폭락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더비비드

1929년 세계대공황부터 2020년 코로나 위기까지 10대 증시 폭락장을 살펴보면, 주가가 직전 고점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최소 5개월은 소요됐다. 2000년 IT 버블 붕괴로 고점에서 77% 하락한 나스닥지수는 예전 수준으로 치고 올라오는데 14년이 걸렸다. 일본은 1991년 3월 버블 붕괴 이후 33년이 지나서야 옛 고점을 회복했고, 중국은 여전히 증시 고점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개인투자자의 경우 2020년 코로나 당시 코스피가 폭락했다가 곧바로 반등했던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주가 폭락 이후 바로 반등한 경우는 드물다. 회복에 통상 2개월 이상은 걸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 투자 전문가는 “주가 폭락 후엔 주식 시장이 취약하기 때문에 당장 주식을 사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지켜보며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지난 1987년 10월 블랙 먼데이 당시, 미국 증시는 연초 이후 30~40% 올라 과열됐었다. /플리커

실제로 지난 1987년 10월 블랙 먼데이가 있기 전, 미국 증시는 연초 이후 30~40% 올라 과열됐었다. 하지만 매도가 갑자기 몰리면서 블랙먼데이 하루만에 20% 내려앉았다. 이후 2~3개월간 불안한 국면이 이어졌고, 전고점을 회복하는데 2년 가까이 걸렸다.

1998년 러시아 디폴트 위기때도 유사하다. 1998년 7월 이후 19% 하락해 8월 말에 바닥을 찍었던 미국 증시는 10월 초까지 급등과 급락을 반복했다. 이때는 19주 만에 시장이 회복됐다. 미국 연준이 금리를 세번이나 인하해서 시장을 진정시킨 덕이다.

◇단 5일만에 주가 복원되는 때도 있었지만…

한국 증시 시장이 가장 크게 내려 앉았던 건 2001년 뉴욕에서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였다. /더비비드

한국 증시 시장이 가장 크게 내려 앉았던 건 2001년 뉴욕에서 9·11 테러(이슬람 과격 단체의 미국 공격)가 발생했을 때였다. 당시 한국거래소는 충격을 줄이려고 평소보다 3시간 늦은 정오에 거래를 시작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개장 전 동시 호가부터 매물들이 쏟아졌고, 전날 540이었던 코스피는 465로 급락한 상태로 마감했다. 당시 추락한 코스피가 직전 수준으로 복귀하기까지 42일이 걸렸다.

2020년 3월 코로나 위기 때처럼 단 5일만에 주가가 복원한 경우도 있었지만, 2008년 10월 리먼 쇼크 악재가 발생했을 때는 약 6개월이 지나서야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한 증시 전문가는 “과거 코스피는 과하게 급락하고 나면 시차를 두고 복원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실제로 코스피가 V자형으로 급등한 사례를 보면 리먼 쇼크, 코로나 위기, IMF 외환위기, 닷컴 버블 붕괴 등 위기 직후에 몰려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역대 코스피 하루 상승률 1위(12%)는 2008년 10월 리먼 쇼크가 터져 급락한 이후였다.

/진은혜 에디터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