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아이돌 팬덤 문화
“생카에서 버블하자!”
외계어처럼 들리겠지만 요즘 1020대 사이에서는 일상적인 대화 내용이다. 생카(생일카페)란 아이돌 멤버를 위한 생일파티다. 그러나 생일 주인공은 생일 파티에 오지 않는다. 생카는 팬이 운영하고 팬이 참여하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버블은 아이돌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팬 소통 앱이다. ‘생카에서 버블하자’는 생일 카페에서 덕질하자는 의식 같은 제안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일상화되고, 개인이 미디어가 된 세상이 도래하자 팬덤도 함께 진화하고 있다. H.O.T., 젝스키스, 핑클 등 1세대 아이돌부터 뉴진스, 르세라핌 등 활발히 활동 중인 4세대 아이돌까지 팬덤 문화 변천사를 살펴봤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에 활동한 1세대 아이돌은 음악 방송이나 라디오에 출연하는 등 전통적인 매체에서 활동했다. 이에 맞춰 팬들은 TV를 본방 사수하거나 라디오를 청취하는 방식으로 팬심을 보여줬다. 그 시절 ‘시청률’은 아이돌의 인기 지표였다.
일부 적극적인 팬들은 ‘H.O.T. 우비’처럼 의상을 맞춰 입고 풍선을 들고 음악 프로그램 공개 방송에 참여했다. 지금은 사라진 ‘팬들의 라이벌 구도’도 덕질 방법 중 하나였다. H.O.T. 팬클럽과 젝스키스 팬클럽의 몸싸움은 당시 뉴스에 보도될 정도로 사회의 이목을 끌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이를 소재로 다루기도 했다.
2세대 대표 아이돌은 투피엠과 소녀시대다. 이들은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중과의 친밀도를 높였다. 신비주의 컨셉의 1세대 아이돌과는 달리, 팬과의 접점을 확대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투피엠의 리얼리티프로그램 ‘와일드바니’, 투애니원의 ‘2NE1 TV’ 등이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는 다음 팬카페 등 온라인 기반 팬 커뮤니티가 활발해지던 시기였다. 팬들은 팬카페를 통해 최애의 영상과 글을 접했다. 아이돌과 댓글로 소통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기획사에서 출시한 포스터, 달력 등 정식 굿즈로 팬심을 보여줬다.
BTS, 엑소, 트와이스, 워너원으로 대표되는 3세대 아이돌은 미디어에 의존하는 대신 스스로 미디어가 되는 길을 택했다. 유튜브 자체 제작 콘텐츠와 라이브 방송으로 팬들과 소통한 것이다.
이들은 이른바 ‘자컨’(자체 제작 콘텐츠)으로 무대나 방송에서 보여주지 못한 일상적인 모습을 공유해 팬덤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BTS의 ‘달려라 방탄’은 자컨의 시초로 불린다. ‘자컨계 무한도전’으로 불리는 세븐틴의 ‘고잉 세븐틴’의 자체 최고 조회수는 31일 기준 1681만회를 기록했다.
3세대 팬덤은 ‘프로듀스 101’ 같은 서바이벌 프로그램 투표를 통해 응원하는 멤버를 직접 선발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의사소통 과정에 가담했다. 상황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주역이라는 점에서 1·2세대 팬덤과 다른 양상이다.
2024년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뉴진스, 르세라핌, 아이브 등은 4세대 아이돌이다. 4세대 팬덤 문화의 중추는 ‘팬덤 플랫폼’이다. 팬덤 플랫폼은 위버스, 버블 등 아티스트와 관련한 다양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면서 팬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을 의미한다.
팬들은 이 플랫폼에서 아이돌과 비공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아이돌 공식 SNS나 유튜브 채널처럼 소속사 관계자의 관리 없이 아이돌이 직접 소통한다는 게 특징이다. 다른 SNS에서 볼 수 없는 최애의 사진과 영상을 볼 수 있다는 것도 팬들을 유인하는 요소다.
과거 팬덤이 음악방송을 시청하고 잡지를 보는 등 비교적 수동적으로 덕질을 즐겼다면, 4세대 팬덤은 생카 등 다양한 오프라인 이벤트를 운영하고 숏폼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는 등 콘텐츠 생산자이자 시장을 이끄는 주역으로서 팬 문화를 이끌고 있다.
/주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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