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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얘깃거리 드림

좋아하는 연예인 따라 다니다 발견한 뜻밖의 적성

콘텐츠 생산자가 된 팬덤

오는 31일 개봉을 앞둔 ‘파일럿’ 등장인물이 화제다. 주인공 한정우(조정석)의 엄마 안자(오민애)는 트로트 가수 이찬원의 열혈 팬으로 ‘덕질’ 유튜브를 운영하며 가수가 방문한 맛집을 따라 ‘성지순례’를 다닌다.

영화 ‘파일럿’에서 주인공 한정우(조정석)의 엄마 안자(오민애·왼쪽)가 트로트 가수 이찬원이 방문한 맛집을 따라 ‘성지 순례’를 다니는 모습./파일럿

파일럿의 김한결 감독은 지난 16일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서 한정우의 어머니가 트로트 가수의 팬으로 등장하는 것에 대해 "실제로 어머니가 ‘덕질’을 하며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고 영화 캐릭터의 특징으로 구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안자가 유튜브를 운영하는 것처럼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인플루언서의 영상을 편집해 유튜브에 올리는 ‘팬튜브’가 인기다. 팬카페를 중심으로 연예인을 ‘덕질’하던 공간이 유튜브로 새롭게 바뀐 것이다.

팬튜브의 유행으로 팬튜브 구독자 수와 조회수가 연예인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가 됐다. 방탄소년단 팬튜브 ‘안구정화TV, Your Korean Friend’의 구독자 수는 140만명이다. 걸그룹 엔믹스 멤버 해원의 팬이 만든 ‘또 오해원’ 채널도 있다. 구독자 수가 46만명인 이 채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영상의 조회수는 무려 1669만회다.

구독자 140만명의 방탄소년단 팬튜브 계정./안구정화티비 Your Korean Friend Angoo

과거 연예인 직캠 영상을 올리는 공간에 한정됐던 팬튜브는 최근에는 다양한 포맷의 영상을 올리는 창구가 됐다. 팬들은 연예인의 방송 출연 영상을 재가공하거나 연예인이 광고하는 제품을 구매해 리뷰하고 연예인 굿즈를 직접 DIY 하는 영상을 올린다. 예컨대, 방탄소년단 팬튜브 ‘안구정화TV, Your Korean Friend’에는 방탄소년단 공식 캐릭터인 ‘BT21 모양 초콜릿 만들기’ 영상, ‘보석 십자수로 만든 방탄소년단 초상화’ 등 다양한 DIY 영상이 올라와 있다.

팬튜브 문화는 시청자들이 ‘하울 영상’, ‘언박싱 영상’ 등 물건 구매 후 소개하는 영상을 보며 대리 만족감을 느끼는 유행에서 시작됐다. 팬들은 팬튜브 영상을 통해 쉽게 살 수 없는 한정판 굿즈를 구경하고, 티켓이 매진돼 가지 못한 콘서트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그렇게 출발한 팬튜브는 이제 주요 대중문화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팬튜브의 영향으로 방송계에서도 스포츠 구단의 팬덤 문화를 조명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프로 야구팀 한화이글스의 팬이 주인공인 ‘찐팬구역’, 각 지역의 구단을 돌며 구장별 독특한 문화와 팬들의 인터뷰를 담은 티빙 예능 ‘야구대표자: 덕후들의 리그’가 그 주인공이다. 야구의 역사나 구단별 대표 선수, 구장 그리고 문화까지 연예인이나 각 구단을 대표했던 선수들과 함께 야구의 다양한 면을 이야기하며 공감의 장을 이룬다.

프로 야구팀 한화이글스의 팬이 주인공인 ‘찐팬구역’./채널십오야

팬튜브는 단순히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 홍보 등 생산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소비자를 의미하는 '팬슈머(fansumer)' 현상의 일환이다. 전문가들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핵심 소비자인 팬이 콘텐츠 채널을 직접 운영하면서 더 적극적으로 팬덤 문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혹자는 ‘팬튜브라는 명목으로 활용한 음악이나 영상이 저작권 문제에 위배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한 소속사 관계자는 “팬튜브를 통해 새로운 팬이 유입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저작권 있는 영상을 무단으로 쓰는 것을 팬이라는 이유로 제재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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