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경제

이 시대에 굳이 왜? 방판 아줌마가 돌아왔다

더 비비드 2024. 7. 24. 09:47
‘방판 아줌마’의 부활

알이 굵직한 진주 귀걸이와 목걸이, 눈과 입술에 짙게 칠한 색조 화장, 어깨에 매고 다니는 커다란 가방까지. 요즘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사람들이 많이 보는 '판매왕 정경미'의 모습이다. 희극배우 정경미가 연기하는 이 캐릭터는 1980~90년대 동네 인기스타였던 방문 판매원을 모델로 했다.

1980~90년대 방문 판매원을 모델로 한 판매왕 정경미. /유튜브 판매왕 정경미 캡처

사라지는 듯했던 ‘방판 아줌마’가 부활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작년 11월 발표한 ‘2022년 후원방문판매업자 주요정보’를 보면,  2017년 34만명까지 줄었던 방문 판매원이 2022년 91만명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 사이 방문 판매원이 가장 많이 늘어난 화장품 업체는 ‘인셀덤’ 브랜드의 리만코리아다. 2022년 리만코리아 방문 판매원 수는 58만7400명이다. ‘원빈 화장품’ ‘김태희 헤어&바디케어’ 등을 앞세워 2019년 1만명으로 시작해 3년 만에 방문 판매 업계 1위에 올랐다.

방문 판매원이 인기를 되찾은 요인은 ‘작년 3월 방문 판매법 개정’으로 분석된다. 코로나 이후 대면 판매가 어려워지면서 온라인 판매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판매원들의 요구에 법 개정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대면 위주였던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온라인으로 판매 경로를 확장하고, 소셜 미디어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온라인 방판 사이트는 ‘방판 고객 전용’을 내세우며 단골 고객 마케팅을 벌인다. /사진=게티

온라인 방판 사이트는 ‘방판 고객 전용’을 내세우며 단골 고객 마케팅을 벌인다. 온라인 방판 사이트에서 제품을 사려면 ‘접속 코드’가 있어야만 입장할 수 있거나, 방판 고객만 단독 할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등 특별 서비스가 더해졌다.

물론 방문 판매원은 지금도 커다란 가방에 화장품을 넣고 집집마다 돌아다닌다. 과거엔 동네 주부들에게 마사지도 해주고 말벗이 되면서 영업을 했는데, 요즘엔 ‘피부 상담원’ 역할이 크다. 요즘엔 스스로 피부 유형은 어떤지, 브랜드별 특징과 가격은 어떤지 꼼꼼히 알고 있는 주부들이 많아 그저 샘플만 많이 챙겨줘선 판매 실적을 올리기 어렵다. 경쟁제품과 성분이나 함량은 어떻게 다른지, 특장점은 무엇인지를 온전히 알고 설명을 해야 한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은 방문 판매원을 ‘카운셀러’라고 부른다.

아모레퍼시픽 온라인 방판 사이트 '에딧샵' 홍보 영상 중에서. /에딧샵 홍보 영상 캡처

화장품 회사도 방문 판매원 인기를 실감하며 판매 경로 등을 확장 중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방문 판매원 전용 앱 ‘에딧샵’을 운영 중이다. 아모레퍼시픽 방문 판매원이 앱 안에서 스토어를 개설하고, 자신의 고객을 위해 제품 소개 영상을 올리고 제품을 판매한다. 상품이나 콘텐츠 제작, 영업 등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이들을 위해 아모레퍼시픽은 코칭도 해준다. 현재는 디지털 방판을 위해 피부 진단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방문 판매원이 온라인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온라인 플랫폼 ‘마켓1984′를 4월부터 시범 운영중인데, 곧 정식 오픈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연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