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경제

'입도세' 부과한다더니, 최근 제주도 집값에 벌어진 일

더 비비드 2024. 7. 23. 09:50
미분양 주택 쌓여만 가는 제주

제주에 미분양 주택이 쌓이고 있다. 세컨하우스와 ‘제주살이’ 열풍으로 활기가 넘치던 제주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진 것이다. 서울 다음 가는 높은 분양가와 이어진 고금리로 외지인 투자가 줄어서다.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고 해외여행이 재개되면서 제주 관광 수요가 줄어든 이유도 있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제주도의 미분양 주택은 2486가구로 1년 전(1780가구)보다 39.7% 증가했다. 전체 미분양 물량의 44%(1089가구)가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다.

작년 청약홈을 통해 분양한 제주 9개 아파트 단지는 모두 미달됐다. 12월 공급된 제주시 외도일동 ‘제이시티팰리스 3차’ 는 1순위 청약에서 36가구 모집에 단 3명이 신청했다. 제주시 연동 ‘더샵 연동애비뉴’ 역시 204가구가 분양에 나섰지만, 8월 1순위 청약 신청자가 64명에 불과했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받지 못한 사업자가 땅을 반납하는 사례도 나왔다. 제주시가 개발 중인 화북동 ‘화북상업지역’ 내 844가구 규모 주상복합용지 매각 계약이 지난달 해지됐다. 땅을 산 시행사가 잔금 532억원을 2년 가까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땅은 2021년 공매 당시 감정평가액(691억원)의 네 배에 달하는 2660억원에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2019년 9월 화북동 1400 일대에 대한 기반시설공사에 들어간 뒤 아직까지 공정률이 60%대다. 2022년부터 부동산 경기가 꺾이고, 제주 지역 미분양이 급증하면서 시행사가 PF 대출에 실패해 땅을 포기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제주 부동산 시장의 침체 이유로는 높은 분양가가 꼽힌다. 지난 2월 제주 민간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481만7000원으로 17개 시·도 중 서울(3787만4000원)에 이어 전국 2위를 차지했다. 제주는 섬이라는 특성상 물류 비용이 많이 들어 건축비가 다른 지역보다 높은 영향도 있지만, 외지인 투자 수요를 겨냥해 사업자들이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 이유도 크다.

제주는 제주살기 유행, 중국인을 중심으로 한 외지인 투자로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었다. 2014년 순유입 인구가 연간 1만명을 돌파했고, 2016년에는 1만5000명 가깝게 늘었다. 그러나 2017년 사드(THAAD), 이어진 코로나 사태 여파로 중국인 투자 수요와 관광객이 줄면서 인구 유입이 줄기 시작했고, 작년에는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 인구 순유출(-1678명)을 기록했다.

외지인의 제주 주택 투자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외지인의 제주 주택 매매 거래는 1542건으로 1년 전(2286건)보다 32.5% 줄었다. 2021년(3497건)과 비교하면 56% 급감한 수치다. 전체 주택 거래 중 외지인이 차지하는 비율도 2021년 31.4%에서 2022년 27.1%, 지난해에는 23.0%로 쪼그라들었다.

제주는 한때 순유입 인구가 한해 1만명을 돌파했지만 작년에는 14년 만에 처음 인구 순유출(-1678명)을 기록했다. /사진=게티

제주도는 지역 내 미분양 해소를 위해 주택건설 사업장에 대한 승인 취소와 착공연기, 신규주택 승인 제한과 등 특단의 조치를 내놨다.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날부터 5년이 경과한 장기 미착공 사업장은 승인 취소를 검토한다. 미착공 사업장은 착공 연기를 권장해 미분양 주택이 쌓이는 속도를 조절할 계획이다. 미분양 물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경우 신규주택에 대한 승인 제한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연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