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경제

"금리가 이렇게 높은데 집값 오르는 이유가 글쎄"

더 비비드 2024. 7. 20. 11:21
고금리에도 계속 오르는 미국 집값

미국 집값이 이상합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작년 3월부터 무려 11차례나 기준금리를 올렸는데도 집값이 고공행진하고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져 수요가 꺾이고 집값이 안정되는 게 보통인데,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8월 30일 ‘어떻게 미국 집값은 아직도 오르나(How can American House Prices Still Be Rising)?’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놀랍게도,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상승은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미국 금리와 집값의 수상한 흐름을 둘러싼 궁금증을 5문답으로 풀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Q1. 금리가 높은데 집값 왜 오르나

이코노미스트는 장기 대출, 예를 들어 ‘30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내놓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들 때가 되면 같은 지역에서 종전보다 넓은 면적의 주택으로 갈아타거나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하면서 종전 주택을 팔기 마련인데, 긴 만기의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때문에 집을 팔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30년 고정금리 주택대출은 30년 동안 금리가 유지됩니다. 만에 하나 경제 위기로 금리가 20%대로 치솟더라도 주택담보대출 금리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금리가 7%대로 치솟은 요즘 들어 미국 주택 소유자들 사이에서 30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의 매력은 철철 넘칩니다.

미국의 경우 이례적으로 30년 고정금리 대출이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살던 집에서 버티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신에서는 이런 현상을 ‘스테이 풋(stay put·가만히 있음)’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Q2. 팬데믹으로 떨어진다던 집값은 어떻게 됐나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2020년 7월 CNBC 화상 인터뷰에서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앞으로 도시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인 재택근무 확산으로 도심 주택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입니다. 작년 7월(-0.8%)부터 올해 1월(-0.6%)까지 7개월간 전월 대비 하락세를 보이더니, 올해 2월(0.2%)부터 5개월 연속 상승세입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오히려 원격 근무가 집값 상승세로 이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원격 근무 확산으로 사무실로 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리모델링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고금리로 새로운 집을 거래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기존 집을 리모델링하는 데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습니다.

Q3. 얼마나 더 오를까

30년 고정금리 대출자의 스테이 풋 현상과 이에 따른 공급 부족으로 집값 상승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미국의 온라인 부동산 중개사이트 질로우그룹은 올해말까지 지난달 대비 5.8% 오르고, 내년 7월까지 6.5% 상승할 것이라고 최근 마켓워치에 밝혔습니다. 이 경우 미국 주택 중위 가격은 지난달 기준 34만8125달러(약 4억6000만원)인데, 내년 7월 37만754달러(약 4억9000만원)까지 상승합니다. 신규 주택 건설이 이어지고 있지만, 재고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 진단입니다.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 /7월 26일 FOMC 연설 영상 캡처

Q4. 앞으로 금리가 낮아지면 어떻게 될까

결국 집값이 안정되려면 연준이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실러 교수도 7월 CNBC 인터뷰에서 “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료와 함께 주택가격 상승 역시 종료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스테이 풋의 핵심 원인인 주택 시장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려면 금리가 내려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로써 기존 주택 소유자들이 주택을 매물로 내놓고, 공급이 생겨 집값이 안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켓워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대로는 내려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부동산 전문가 배리 하비브는 7월 마켓인사이더에 “(집값이) 3년간 매년 1~3%씩 오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종료되면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어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Q5. 연준이 금리 낮추긴 낮출까

물가 상승세가 꺾일 경우 작년 3월부터 이어진 연준의 강력한 매파 행보는 수그러들 가능성이 큽니다. 물가 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로 떨어질지가 관건인데, 부동산 시장의 경우 최대 변수는 월세입니다. 월세는 식료품 구입비, 에너지 비용 등과 함께 CPI를 구성하는 핵심 항목인데, 스테이 풋 현상에서 비롯된 공급 축소가 임차료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동결이나 인하 여부를 놓고 고심이 큽니다. 작년 7월만 해도 6.3%에 달했던 소비자 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이 올 7월 2.3%로 떨어졌지만, 가계 부채 증가세라는 또다른 변수가 고민을 키우고 있습니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높은 한국의 경우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 또 그에 따른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택 시장이 되살아나는 분위기입니다.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4억9644만원으로, 지난해 6월(5억6184만원) 이후 1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 전환했습니다.

/정석우 객원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