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인기 시들
주택은 아니지만 주거 기능을 갖춘 건물을 준주거 부동산이라고 한다. 오피스텔, 고시원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오피스텔은 최근 몇년 간 아파트 대체재로 인기를 끌었는데, 올해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준주거 부동산 최근 동향을 정리했다.
◇10년만에 최저 찍은 오피스텔 거래량
2일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투데이가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 서울 오피스텔 매매 거래량은 5872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거래량(1만2300건)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2013년 5011건 이후 9월 누계 기준 최저치다.
서울 오피스텔 거래는 2015년부터 작년까지 매년 1만건을 웃돌았다. 2021년에는 1만9246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아파트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했던 탓에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자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규제도 덜한 오피스텔로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 여파로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떨어졌고, 올 초 아파트 규제도 대거 해제되면서 오피스텔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올해 분양에 나선 물량도 예년보다 턱없이 적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 오피스텔 분양은 2807실에 그쳤다. 아직 3개월이 남았지만 연간 기준 5000실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 오피스텔 분양은 2019년 1만2775실에서 2020년 2만7893실, 2021년 3만6469실로 급증했으며, 작년에도 2만409호실로 2만실을 넘겼다.
오피스텔 공급이 너무 없으면 부동산 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아파트 착공 물량이 11만3892가구로 전년 대비 56.4% 급감하면서 주택 공급 부족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아파트 수요를 분산할 수 있는 오피스텔까지 공급이 끊기면 수급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다.
오피스텔 수요 역시 예전 수준을 회복하기란 쉽지 않아보인다. 세금 중과 여부를 판단하는 주택 수에서 오피스텔이 여전히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은 건축법에 따라 업무시설로 분류돼 일반 아파트 대비 높은 4.6%의 취득세를 낸다.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세법상 주택에 포함, 각종 과세 의무는 다해야 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수요 진작을 위해 오피스텔을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정부는 이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지난달 26일 발표된 공급 활성화 대책 역시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 비아파트에 대한 건설자금 저리대출, 보증 지원이 포함됐지만 주택 수 제외는 빠졌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주택 수요가 시장에 다시 뛰어들도록 하는 것은 정책 목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생숙 이행 강제금 내년 말로 유예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규제 속 틈새 투자처'로 불리던 주거용 생활형숙박시설(생숙) 역시 분위기가 급변했다. 정부가 2021년부터 생활숙박시설의 주거 사용을 금지하고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하도록 유도하면서부터다. 그동안 소유자들이 요구했던 ‘준주택 인정’도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생숙은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취사가 가능한 숙박 시설로 흔히 ‘레지던스’라고도 불린다. 2020~2021년 부동산 상승기에 주택 관련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아파트 대체재로 주목받으며 공급이 크게 늘어 현재 약 18만채에 이른다. 하지만 수요가 몰리자 정부는 2021년 5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기존 생숙도 숙박업으로 신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주거용으로 계속 사용하려면 오피스텔로 용도 전환하게 했다. 이를 어기면 ‘불법 주거’로 간주해 위법 사항이 해소될 때까지 시가표준액(공시가격)의 10%를 매년 ‘이행 강제금’으로 부과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소유자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정부는 내달 14일부터 하려던 이행 강제금 부과를 1년 2개월간 유예하기로 했다. 유예 만료 기한이 한 달도 안 남은 시점에 유예 기간을 연장한 것이다. 전국레지던스연합회는 “정부가 2년 전 졸속으로 소급 입법을 추진하면서 이미 준공된 생숙까지 불법 건축물로 내몰렸는데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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